그 해 가을.
길상사에 꼭 한 번 가고 싶었다.
가을이 마지막으로 치달리던 그 때.
용기를 내어 그 곳으로 향했지만
이정표를 몇 번이나 지나치다
결국은 찾지 못했고
북한산 자락을 두 어번 타다
날이 저물어 서울로 내려왔다.
다행히
해 지는 서울과 옅은 풀냄새 덕분에
그 날의 헛걸음은
또 다른 기억으로 머리 한 켠에 구겨질 수 있었다.
.
올해는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좋겠지만
혼자인 게 더 편할 것 같다.
.
.
길상사에서
이렇게 앉아 있는 이 오후에도
나무사이로 보인 하늘 아름다운 것들을
가만히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무언가 행복이 아니라도 괜찮아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가지를
흘러가는 저 물소리도
어쩌나 두고 떠나기는 아쉬워
한걸음 입맞추고 돌아서네요
- 시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