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에서

from Scrap 2010/06/27 20:42

그 해 가을.

길상사에 꼭 한 번 가고 싶었다.

 

가을이 마지막으로 치달리던 그 때.

 

용기를 내어 그 곳으로 향했지만

이정표를 몇 번이나 지나치다

결국은 찾지 못했고

북한산 자락을 두 어번 타다

날이 저물어 서울로 내려왔다.

 

다행히

 

해 지는 서울과 옅은 풀냄새 덕분에

그 날의 헛걸음은

또 다른 기억으로 머리 한 켠에 구겨질 수 있었다.

 

.

 

올해는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좋겠지만

혼자인 게 더 편할 것 같다.

 

.

.

 

길상사에서

 

이렇게 앉아 있는 이 오후에도

나무사이로 보인 하늘 아름다운 것들을

 

가만히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무언가 행복이 아니라도 괜찮아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가지를

흘러가는 저 물소리도

 

어쩌나 두고 떠나기는 아쉬워

한걸음 입맞추고 돌아서네요

 

- 시와

 

 

 

2010/06/27 20:42 2010/06/27 2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