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조 기자 =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는 5일 오후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열린 2차 기자회견에서 "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의 재산축적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JY(이재용)의 재산형성에 관한 보고서'라는 삼성 내부 문건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애초 오늘 이 문건을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분실우려가 있고 삼성그룹의 반응도 없어 문건 공개는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용철 변호사와 문답.
-- 이재용씨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에 대해 아는 대로 설명해달라.
▲ 에버랜드 일은 96년도 말에 일어났는데 나는 97년 8월 입사했다. 입사 전에 일어난 일로, 나는 나중에 법무팀장으로 일하면서 법무팀을 지휘해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 등 업무를 분담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아직 상고심에 계류중이므로 법률기술적인 문제도 있고 해서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상세하게 밝힐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에버랜드 사건에서 많은 진술과 증거가 조작됐다는 것은 분명하다. (증거조작에) 나도 관여했다.
-- 이재용씨 비자금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 이재용 전무의 재산형성과정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알 만한 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내부 문건에 대해서는 적절한 기회에 발표하겠다.
-- 오늘 오전 삼성그룹에서 김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를 냈는데.
▲ (천주교정의구현
사제단 김인국 신부) 이재용씨의 불법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삼성그룹 내부자료가 있다. 이 문건을 우리가 보관하고 있다. 추후에 이 문건을 가지고 여러분에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 검찰 명단 뿐만 아니라 언론사 등 다른 명단도 있다는데.
▲ 저는 질문하신 (기자) 분이 몰라서 질문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나보다 더 잘 알지 않느냐.
(김인국 신부) 언론 여러분에 대한 서운함이 있다. 그동안 공개한 이건희 회장 지시사항 문건 등에 대해서 일반인은 중요성을 잘 모른다. 하지만 내막을 잘 아는 언론이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자꾸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려 김 변호사 본인이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고 있다.
-- 사제단은 결국 삼성그룹을 직접 고소고발하지 않을 계획인가.
▲ (김인국 신부) 사제는 용서하는 사람이지 남의 허물을 드러내어 고발하는 존재는 아니다. 이런 고뇌를 읽어달라.
-- 그럼 김 변호사가 직접 삼성을 고발하지는 않나.
▲ 저는 (고발이 아니라) 자수해야 된다.
-- 검찰 외에 국정원이나 청와대 등에 대한 관리명단은 없나.
▲ 명단에 대한 입장은 앞서 밝혔다. 지금은 명단 자체를 밝힐 때가 아니다.
-- 2002년 대선에서 삼성이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데 이건희 회장의 개인자금 아니라 회사자금이라는 증거가 있나.
▲ 질문하신 분은 친구가 선거에 출마하면 몇억씩 내나. 내 말을 믿을 수 없다면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기사를 쓰라.
-- 삼성에서 '떡값'을 받은 검찰이 최고위급이라고 했는데 어느 직급 수준인가. 대체적인 윤곽을 밝힐 수 있나.
▲ (김인국 신부) 내가 김 변호사의 답변을 차단하겠다. 언론의 관심을 사건의 핵심에 맞춰달라.
-- 시민단체가 모여 삼성그룹 불법행위 규명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를 만든다고 했는데 어떻게 구성할 계획인가.
▲ (김인국 신부) 뜻있는 시민단체나 학계에서 저희보다 선구적으로 해왔던 (재벌관련) 관심사와 연구성과가 있다. 이에 따라 삼성 문제를 다룰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대책위라고 이해하면 된다. 사제단은 우리 정신에 따라 독자적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겠다
-- 김 변호사가 오늘 삼성관련 새로운 문건을 공개한다고 했지 않나.
▲ (김인국 신부) 원래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이재용씨 재산축적 과정의 불법행위를 밝히고 이에 대한 삼성의 내부문건을 김 변호사가 공개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오늘 기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왔고 삼성그룹 관계자도 많아 문건을 분실할 우려가 있어 오늘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문건공개는) 사제가 직접 약속한 내용이니 조만간 공개는 하겠다.
-- 왜 문건 공개에 나서게 됐나.
▲ 저는 가난하고 못 배운 부모 밑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검사시절 음주 운전한 친동생도 구속해 친척과 의절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고 그게 검사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석원 회장의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던 중 청와대의 지시로 수사가 중단되자 검찰을 떠나게 됐다.
변호사업계의 현실을 잘 알고 있던 저는 월급이나 제때 꼬박꼬박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삼성그룹으로 갔다. 자식 대학등록금은 빚지지 말자는 가난한 검사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삼성에 들어간 것이 인생의 실수였다. 삼성에서 좋은 대우를 받았으나 삼성은 나에게 범죄를 지시했다. 돈으로 사람을 매수하는 불법로비는 모든 임원의 기본책무였고 저는 법조계를 담당했던 것이다.
kb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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