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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참정권 운동의 과거와 오늘

 

공현

 

▶ ‘18세 선거권’이 이슈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오래된 일로, 1990년대부터 시민단체와 대학생단체 등은 18세 선거권을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하고는 했다. 당시 ‘만20세’이던 선거권 제한 연령으로는 대학생 상당수도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2년 이후 ‘18세 선거권’ 운동은 청소년 참정권의 맥락에서 주장과 운동이 이루어져 왔다. 18세 선거권만이 아니라 청소년의 참정권을 요구하는 운동들의 전례를 몇 가지 살펴보면서 현재 시점에서 청소년 참정권 운동의 지향과 방식을 생각하는 데 참고해 보자.

 

▶ 2002년 대선, 청소년모임 ‘낮추자’는 18세 선거권을 주장하며 명동 거리에서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모의투표 행사를 진행했다. ‘낮추자’는 2000년 ‘노컷운동’을 진행했던 사람들 중 일부가 다시 모여서 진행한 운동이었다는 점에서 청소년운동의 연속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낮추자’에는 문화연대, 학벌없는사회 등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폭넓게 참여했다. 부산이나 원주, 대전 등 여러 지역에서도 동시에 모의투표 캠페인이 이루어졌다. 18세 선거권 운동을 청소년운동의 입장에서 대외적 활동으로 만든 2000년대 최초의 사례이다.

 

▶ 2004년 총선, ‘낮추자’에서도 다시 한 번 모의투표 행사 등을 진행했다. 이 당시 ‘낮추자’의 자료에서는 국회에서 18세 선거권이 아닌 19세 선거권으로 개정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19세 vs. 18세’ 토론 등을 하면서 18세는 안 되고 19세는 된다는 주장은 곧 대학생/고등학생 - 성숙/미성숙이라는 틀로 구분 지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청소년 참정권의 맥락에서 18세 선거권을 요구했다.

‘낮추자’와는 또 다른 움직임으로 2004년에는 ‘18세선거권낮추기공동연대’가 꾸려졌다. 이 공동연대는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모임들과 시민단체 등이 연대하여 만든 연대체였으며, 2004년에서 2005년까지 18세 선거권 운동을 해나갔다. ‘낮추자’가 문화제와 모의투표 행사를 중심으로 했던 것에 비해 공동연대는 직접 국회를 상대로 공직선거법 개정을 위한 운동을 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추고 이슈파이팅을 해나갔다. 2004년 총선 직전부터 시작된 공동연대의 활동은 2005년까지도 이어졌고, 입법청원 제출과 국회의원 설득, 기자회견, 퍼포먼스 등을 하며 19세 선거권이 아닌 18세 선거권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공동연대는 청소년 참정권의 맥락에서 18세 선거권을 이야기했으나, 대외적으로 내건 주된 주장은 대부분 국가들이 18세 기준이라는 것과 18세면 법적으로 납세, 병역 의무 등을 지며 결혼도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국회에서는 의원들의 논의 끝에 선거권 제한 연령을 19세로 개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 2000년대 후반에는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되었다. 2008년에는 촛불집회를 배경으로 하여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 운동’이 이루어졌다. 이 운동은 청소년들이 교육의 주체임을 선언하는 퍼포먼스인 동시에 청소년의 참정권을 요구한 운동이기도 했다. 2010년, 전국에서 동시에 최초로 교육감 선거가 이루어졌을 때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전국적으로 기호 0번 청소년 후보 운동을 기획했다. 이는 ‘선거권을 몇 살부터 제한하느냐’하는 문제를 떠나 참여할 권리를 표현한 운동으로 볼 수 있다.

 

▶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몰려 있었다. 청소년운동에서는 2012년 초부터 참정권 운동을 기획하고 있었다. 2012년 3월, 청소년의 선거권·피선거권, 주민발의·주민투표권, 선거운동의 자유(표현의 자유), 정당가입의 자유(결사의 자유)를 내용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4월 총선 때는 전국 투표소 앞에서 동시다발 1인시위를 기획했고 정당들에 질의서를 보내서 청소년 참정권 문제에 대한 각 정당들의 입장을 확인하여 공론화했다. 또한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학교 규칙들을 조사하여 발표했고, 통합진보당의 청소년 당원 제명 문제도 비판하는 활동을 했다.

12월 대선 때는 ‘내놔라 운동본부’라는 이름의 연대체를 만들어서 투표소 앞에서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피켓팅 등을 진행했다. 내놔라 운동본부는 이후에는 국회에서 18세 선거권 등이 담긴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토론회를 여는 등의 활동을 했다. 이때 내놔라 운동본부의 요구는 선거권과 피선거권 제한 연령 인하, 주민투표와 주민발의를 비롯하여 주민으로서 지역 사안에 참여 보장, 학교 운영 참여 보장 등 학교 민주주의, 정당 가입 등을 포함하여 언론·표현·집회·결사의 자유 보장, 당사자로서 정책 등에 대해 알고 결정에 참여할 권리 보장이었다.

 

▶ 2014년 지방선거 때는 청소년운동에서 ‘1618 선거권 운동’을 진행했다. 18세 선거권에 교육감 선거의 연령 제한은 16세로 하자는 내용을 더해서 ‘1618’이라고 이름붙인 것이었다. 교육감 선거권의 연령 제한은 만 16세로 하자는 주장을 최초로 제기한 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캠페인과 모의투표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 2016년 총선에서는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선언 발표와 청소년 당사자들의 선거법 불복종 행동이 있었다. 이는 청소년들의 포괄적 참정권을 요구하는 내용이었고 나아가 실제로 정당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에 불복종하면서 공개적으로지지/반대 의사를 밝히는 활동이었다.

 

▶ 2016년 총선 이후 새로 구성된 국회에서는 여러 국회의원들이 ‘18세 선거권’을 포함한 선거법 개정안들을 발의한 상태이며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교육감 선거권의 경우 16세로 연령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정당 가입 제한은 15세로 하는 법안도 발의한 상태이다.

 

 

고려해야 할 문제들

 

▶ 참정권 운동의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운동들은 선거 시점에 이슈화와 활동이 이루어졌으며,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청소년 참정권을 주장하고 활동하는 사례는 별로 없음을 알 수 있다. 2004년의 공동연대의 경우에만 국회 입법을 위해서 2005년까지 운동이 이어졌다. 어떻게 보면 이처럼 돌아오는 선거 시즌마다 반짝하는 운동이라는 것 때문에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논의가 10년이 넘도록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2016~2017년의 운동의 경우에도, 2017년 대선을 바라보고 이루어지는 운동이 아니라 지속성 있는 운동으로 구상하고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 또한 2004~2005년의 교훈은, 18세 선거권을 주장하는 것 역시 청소년 참정권, 청소년의 정치적 활동에 관한 쟁점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다. 2005년 당시 국회 회의록이나 언론 보도 등을 보면 결국 반대하는 측(한나라당 등)에서는 ‘고등학생들도 정치에 관여하게 된다’라는 논리를 들고 나온다. 크게 두 가지 논리가 발견되는데, 하나는 고등학생/십대는 미성숙하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하나로는 고등학생은 입시-공부에 전념해야 하는데 정치 같은 데 신경 쓰게 하면 안 된다(또는 부모들 표가 떨어진다.)는 노골적인 이야기를 한다.

반면 18세 선거권을 당론으로 채택한 민주당(2005년 당시 열린우리당)은 이에 대해 상당히 무력하게 ‘만18세 중에는 대학생이나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라는 식의 주장을 하는데, 이는 국회 내에서 18세 선거권을 주장하는 측 역시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이를 단지 하나의 국제적 대세로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올해 초에 민주당이 ‘고등학생은 제외’하는 안을 내놓는 등의 모습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의 논의 지형을 보면 선거권에 대한 논의를 ‘몇 살로 할 거냐’ 정도로나 인식하고 이야기하는 게 다수이다. 정작 청소년 참정권 문제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중적 인식 수준도 ‘18세면 그래도 성숙하지’ 정도이다. 이러한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 18세 선거권과 같이 숫자를 앞세우는 논의는 문제의 당사자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논의를 지엽적으로 만든다. 또한 중앙일간지들마저도 국제적 인권 기준인 집회의 자유 보장에 대해서 대놓고 반대한다는 사설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실을 정도로 한국의 청소년 정치적 자유에 대한 인식은 열악한데, 이런 상황에서 ‘선거권’만을 통과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더 길게 보고 청소년 참정권 전반에 대한 논의로 확장시키면서 문제의 당사자와 주체를 분명히 해야 한다.

 

▶ ‘18세 선거권’이라는 주장이 십수 년간 이어져 왔기에, 이제 여기에 대해서는 사회적지지 여론이 어느 정도(대략 1/3) 형성되긴 했다. 2014년 한국 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18세 선거권에 대해 반대가 56%, 찬성이 35%였으며, 민주당 지지자는 찬성 45%, 반대 46%로 나타났다. 1/3이라는 숫자는 상당히 고무적인 것이기는 하나 18세 선거권을 당론으로 한다고 말하고 있는 민주당의 지지자도 양분되어 있는 상황은 그리 고무적이지 않다. 이는 민주당도 18세 선거권에 대해 제대로 된 논리나 운동을 가지고 있지 않고 적극적인 정치 의제로 풀어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18세 선거권 찬성 주장도 제대로 체계화되거나 가시화되어 있지 못하다.

논의의 프레임을 ‘~세 선거권’이 아니라 청소년의 정치 참여와 민주주의로 바꾸면서 18세 선거권 지지자들을 가시화하고 청소년 참정권의 지지자로 바꾸면서 시작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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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7 21:03 2016/10/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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