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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주몽'과 현 정치비유

미디어
한나라당은 부여의 대소왕자?
[인터넷은 지금] <주몽>은 시사 드라마? '자주-사대' 갈등 정치권 '복사판'
   
ⓒ MBC
"짐이 생각하는 부국강병은 부러지지 않는 강철창검으로 무장하는 것이 아니라 부러지지 않는 자긍심으로 적을 맞아 싸우는 것이다"

지난 29일 방영된 MBC 드라마 <주몽> 29회에서 금와왕이 외친 말이다. 한나라에 대한 자주와 사대 사이에서 갈등하는 드라마 속 부여의 모습이 전시 작전통제권을 둘러싸고 갈등하고 있는 한국 정치판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네티즌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부여의 대소왕자?"

30일 <오마이뉴스>가 여야의 전시 작전통제권 공방을 다룬 "'자주'에 국민절반이 최면걸려"-"남의 나라 의원처럼 처신 말라"는 기사에 달린 한 댓글은 한나라당을 <주몽>에 등장하는 대소 왕자에 비유했다.

이 댓글을 쓴 '정도'(필명)는 "부여를 위해 원치않는 결혼까지 하게되는 대소왕자는 결국 왕이 되기 위한 자신의 욕심때문이란 걸 외면한 채 '부여를 위해서'라고 하고 있다"며 "왕이 되고자 고조선 유민이 어떻게 되건, (부여가) 한나라에게 굴욕을 겪든 말든 정권을 잡기 위해 몸부림 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정도'는 이어 "정권을 잡는 것조차 '조국을 위해서'라고 최면을 거는 쪽은 한나라당으로 보인다"며 한나라당의 전시작전권 환수불가 공세를 비판하는 주장을 내놨다.

몇몇 네티즌들이 이 댓글에 공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다른 독자는 사출도(부여의 4부족, 마가·우가·저가·구가)를 선동, 대소 왕자의 태자책봉을 밀어붙이기 위해 한나라를 공격하려는 금와왕에 반기를 든 마가를 보수세력에, 그 마가측의 사주로 '전쟁불가'를 외치는 신녀들을 보수언론에 비유하기도 했다.

또 다른 독자는 "대소가 허접한 강철검을 얻어놓고 부여의 자주권을 갖다바치는 상황이나 미국이 버린 F-15K를 제돈 주고 샀는데 비행기가 추락하는 상황과 비슷하다"며 여야할 것 없이 정치권 전체를 비난했다.

극중 한나라와 실제 한나라당의 이름의 유사점도 언급됐다. 독자는 "드라마에서도 한나라가 나오던데 한나라당과는 어떤 관계로 봐야하느냐"는 댓글을 달았다.

드라마 <주몽> 속에서 부여 금와왕의 세 아들 중 첫째 왕자인 대소는 자신의 태자책봉을 위해 한나라 현토군 태수인 양정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 그는 부여는 철기군을 갖춘 한나라와 적대시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부여의 자주성을 찾으려는 주인공 주몽과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주몽> 극중에서 자주성과 사대성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불가를 외치고 있는 한나라당 및 일부 보수세력들의 모습과 비슷하게 보인 것이다.

김근태·손학규 "내가 주몽"...김용갑 "이종석 장관은 세작"

ⓒ MBC
이같이 드라마 <주몽> 속의 인물의 역할과 정치권을 연관짓는 것은 정치권에서 먼저 시작됐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주몽'을 끄집어냈다. 투자와 고용촉진을 위해 재계와 관계개선을 모색하겠다는 것을 소금 무역이 중단된 부여를 위해 고산국의 소금산을 찾아내는 극중 주몽의 활약에 비유한 것이다. <주몽>에 등장하는 간첩도 정치권에서 응용,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세작'에 빗대기도 했다.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이들 중에도 <주몽>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현재 전국을 돌며 민심 100일 대장정을 진행하고 있는 손학규 경기도 지사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지난 7월 '드라마 주몽에 손학규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대소·영포·주몽 왕자 3형제가 태자 경합을 벌이면서 대소와 영포는 궁안에서 관직을 맡는 반면, 주몽이 세상을 배우기 위해 연타발 상단에서 일반 백성의 삶을 사는 것이 100일 대장정을 하고 있는 손 전 지사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자주-사대' 갈등구조에 색깔공세.. "<주몽>이 주체 이데올로기 대변"

그러나 이런 등장인물의 세부적인 모습이 현실 정치인과 비슷하냐 아니냐보다는 역시 <주몽> 줄거리의 큰 틀을 이루는 것은 한나라와 부여의 관계, 즉 사대냐 자주냐라는 갈등 속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극중 주몽의 아버지로 나오는 해모수가 한나라의 속박으로부터 고조선 유민을 구출하기 위해 한나라를 공격할 때도 부여는 해모수를 도울 것인가 말 것인가로 갈등했고, 29회까지는 한나라의 진번·임둔군을 칠 것이냐를 두고 또다시 커다란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주몽>이 이처럼 자주와 사대의 갈등 속에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자, 드라마에 대한 보수세력의 '색깔공세'가 시작됐다.

보수성향 인터넷신문 <업코리아>는 지난 25일 '주체 이데올로기로 덧칠한 <주몽>과 <연개소문>'이라는 기사를 통해 "때 아니게 고구려와 관련한 드라마가 동시에 상영되고 있다"며 "<주몽>과 <연개소문>은 철저하게 북한의 '주체 이데올로기를 대변한 드라마"라고 결론지었다.

이 기사는 "<주몽>과 <연개소문>을 통해 국민들은 알게 모르게 김정일 정권이 노리는대로 자주 이데올로기와 외세 특히 미국과 일본에 대한 적대의식에 물들어가고 있다"며 "참으로 교묘한 상징조작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투전판 한번 쉬셔야"에 "바다이야기를 염두에 둔 발언"

ⓒ MBC
<주몽>의 이야기 전개나 인물설정이 정치상황과 맞물리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많은 시청자들은 드라마 중간중간 작은 장면들에서 큰 기쁨을 얻고 있다.

지난 29회 방송에서 단연 화제가 됐던 것은 둘째 왕자 영포와 도치의 부하 한당이 나누는 대화내용.

한나라를 치려는 주몽을 믿고 선봉에 나서겠노라고 큰 소리 쳤던 영포는 대소가 황후세력과 마가를 등에 업고 전쟁을 좌절시키려하자 갈등에 빠진다. 도대체 누구를 따르는게 자신에게 득이 될지 고민하는 영포에게 한당은 "투전판에서 홀인지, 짝인지 모를 땐 어떻게해야 하는지 아십니까"라고 묻곤 "그냥 한 판 쉬십시오"라고 말한다.

심각한 고민에 빠진 영포에게는 황당하게 여겨지는 답이다. 그러나 한당은 이어 "투전판에 낀 사람 중 십중팔구는 절대 쉬지 않는다"며 "괜한 호기를 부리다 돈을 잃는다"고 충고했다. 주몽이나 대소 둘 중 한편에 반드시 붙으려고 하지 말고 물러나서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라는 말인데, 이를 요즘의 세태와 관련 지은 해석도 나왔다.

디지털카메라 동호회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주몽갤러리에서 한 네티즌은 "오늘 한당이의 발언은 '바다이야기'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사행성 게임장에서 쉼없이 도박에 몰두하다가 돈을 잃고 마는 세태에 대한 드라마 <주몽>의 충고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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