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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외대 총학 ‘등록금 인상반대’ 점거농성중

외대 총학 ‘등록금 인상반대’ 점거농성중
 
 
 
“대다수 대학 동결했는데…왜 우리는?”

한국외국어대 3학년 공아람솔(22·스페인어과)씨는 ‘엄마의 지지’를 받으며 대학 본관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오빠가 졸업 뒤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고생하는 걸 보면서 부모님이 “너만큼은 빚을 지지 마라”며 등록금을 대주긴 하지만, 몇백만원의 등록금은 늘 부모님의 근심거리다.

올해도 대학 등록금 인상 문제로 학생들의 본부 점거가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 대다수의 대학이 등록금 동결을 선언한 까닭에 등록금이 오른 대학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다.

31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의 총장실과 부총장실 등이 몰려 있는 본관 2층은 이 학교 총학생회 간부 등 100여명이 나흘째 점거중이다. 지난 28일 ‘2010학년도 등록금 3.19% 인상’ 방침이 확정되자, 학생들은 등록금 동결 등을 요구하며 점거에 들어갔다.

본관 입구 바닥에는 고려대·동국대·건국대 등 올해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의 이름을 크게 써서 붙여 놓았다. 옆에는 “저희는 등록금 때문에 살림살이 어려워졌습니다” 등의 문구가 쓰인 등록금 고지서가 벽에 빼곡히 붙어 있었다.

장태상 한국외대 기획조정처장은 “지난해는 등록금을 동결했으나 올해부터는 서울캠퍼스 지하복합시설, 용인캠퍼스 멀티플렉스 등 대규모 공사가 진행된다”며 “시설투자가 정체되면 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상안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학교 이근웅 총학생회장(26·행정학과4)은 “대다수의 대학들이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해 등록금을 동결하는 상황에서 외대는 등록금을 인상했다”며 “적립금도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학 등록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커지면서,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포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여대·이화여대·숙명여대 등이 등록금 동결을 선언한 데 이어 서울대·고려대·국민대·동국대·서울시립대·경희대·건국대 등이 2년 연속 등록금 동결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27일 연세대가 “지난해 등록금 동결로 재정 부담이 크다”며 2.5% 인상안을 발표한 뒤, 한국외대(3.19%), 서강대(3.34%) 등이 등록금을 인상하겠다고 나섰다.

안진걸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 정책간사는 “대다수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하는 상황에서, 수천억원의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으면서도 무책임하게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학생·학부모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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