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 - 체게바라
어머니에게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쓰러뜨리긴 했지만
저는 제가 가야 할 길을 찾아 애쓰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외롭고 고독할 뿐입니다
지금 저에게는
아내도,
자식도,
형제도 없으며
친구 역시
사상이 같을 때만 친구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지금 제 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새로운 무엇인가가 생명처럼 솟아나고 있습니다
모든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힘 같은 것 말입니다
사실 이런 느낌은 예전부터 있어오기는 했지만
이제 저 혼자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그런 생명의 힘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감당해야 할 숙명적인 임무는
그 어떤 힘겨운 고통도 씻어주기에 충분합니다
어머니,
지금 제가 왜 이런 편지를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알레이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밤에 이 편지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