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

 

  한마디로 레드 콤플렉스는 빨갱이에 대한 공포감이 아니다. 외려 빨갱이 잡는 극성스런 반공 투사들에 대한 공포에 가깝다. 말하자면 언제라도 빨갱이로 몰려 죽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강박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반공주의적 언행을 하게 만드는 것이리라. 즉 타인을 향해 "나는 빨갱이가 아니에요."라고 고백을 시끄럽게 하는 방식. 그것도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공격적인 방식의 고백. 그것이 레드 콤플렉스다. …(중략)…
  황태연 씨의 발언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누구도 황태연 씨가 주사파라고 믿지 않는다. 황태연을 주사파로 몰고가는 그자들도 그렇게 믿지 않을 게다. 그런데도 그들은 '김정일에게 사과를 받을 길이 없다'는 외교적·정치적 판단을, '김정일이 사과를 할 필요가 없다'는 윤리적 판단으로 둔갑시켜놓고 그를 하이에나처럼 물어뜯는다. 이 반공 깡패들의 행패를 보면서 시민들은 공포감을 갖게 된다. 이 공포감은 만인의 것, 마녀사냥에 쫓기는 사람만이 아니라 집단을 이루어 마녀를 사냥하는 사람들 역시 갖고 있는 것이다. 이 공포감은 분명 휴전선 너머의 북에 대한 공포감이 아니다. 늘 내 주변에 있어 언제라도 내게 해코지를 할 수 있는 반공 깡패들에 대한 두려움이다. 공포 정치는 계속된다.
-진중권 _우익이 무서워『폭력과 상스러움』(푸른숲, 2002) pp.19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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