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02
찌끄리기 2008/11/02 14:35아가씨와 건달들.
한국에서 뮤지컬로 초연한 게 1985년이라는데
게다가 뮤지컬 어워드에서 가장 권위있다는 토니상 최우수상까지 받았다는데
나는 이게 뮤지컬인지 영환지 도대체 정체가 뭔지 알지도 못했다. 아가씨가 나오고 건달이 나오니 그저 그런 남여의 이야기겠거니, 조금 더 유추해 건달이 속 썩이는데 아가씨가 그 건달을 사람만드는 뭐 그런 것이겠거니, 그런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네이븅에 들어가 아가씨와 건달들, 을 검색해보았다. 말론 브란도 같은 구닥다리 대왕마초 배우가 나온 1955년 산 뮤지컬 영화란다.
속 썩이는 남자친구, 난봉꾼 남편 따위를 둔 여인네들의 이야기는 동이나 서나 고나 금이나 전형적인 남-녀 이야기. 게다가 속 썩이고 난봉질에다가 거의 개새끼 뺨치는 삶을 살아가는 모든 남성들의 로망이 바로 '(엄마든 애인이든 마누라든 딸이든)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기다리는 여인네'이니 이 영화를 본 사람들마다 스토리를 기억하고 각인하는 사연은 나름 다를 것이다. 다만 뮤지컬 같은 경우는 스토리보다는 노래와 음악, 무대장치, 연출력 등이 관건이니 언제 볼 기회가 있으면 보고 싶기는 하다.
얼마전 아가씨와 건달들이라는 짧은 글을 보게 됐다.
뮤지컬로 먼저 봤으면 좋았을 것을 글로 먼저 읽게 되었구먼.
애써 포스팅을 할 것까지는 아닌데 그냥 일요일에 나와 일하려니 뭥미해서 낙서나 해야겠다.
몇 년동안 근처에서 이래저래 노힘포비아들을 많이 보게 됐다.
의도한 건 아니고 그냥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각자 사연이 다르고 구슬프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대화를 나눠 본 일부는 노힘포비아라고까지 할 건 아닌 게 남의 일 같지 않아 같이 화를 내기도 하고 그랬서 그렇다.
어쨌든 호모포비아만큼이나 노힘포비아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매우 왕성한 활동을 한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니 뭐뭐포비아 뭐 그런 이야긴 좀 허섭하고,
'아가씨'와 '건달'은 서로 대립하는 쌍인데 각자는 따로 떨어뜨려놓으면 존재할 수 없는 항이다.
건달이라는 어떤 이미지는 아가씨라는 어떤 이미지를 대립적으로 (그러니까 따로이지만 같이 존재하는 어떤 쌍으로) 구축하지 않고서는 홀로 빛을 낼 수 없는 존재다.
노힘하고 노힘을 씹는 노힘포비아도 마찬가지다. 특히 노힘포비아 입장에서 더욱 그렇다.
노힘 입장에선 포비아들이 없어도 어찌 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노힘포비아 입장에선 노힘이 없으면 자기 존재의 이유를 잃는다.
세상 모든 ~포비아들의 공통점이다.
(아가씨도 좀 그렇다. 아가씨들은 혼자서도 잘 살 것 같은데 괜히 건달들이 힘들게 한단 말이야.)
친구 사이든, 연애 관계든, 부부 사이든 싸울 때 어쩌다 하는 말이 있다.
니가 여지껏 한 게 뭐야.
이 말은 어떻게 대답을 하든간에 '네가 여지껏 한 게 없다'는 걸 전제하는 질문이므로 애를 써 답해도 그 답은 질문한 자에게 들리지 않는다.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면 저렇게 쓰잘데기 없는 질문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스스로 못난 찌질이라는 걸 드러내는 것이니 말이다.
그저 스스로 묻고 답하는 수밖에 없다. 옆에 있는 애먼 사람 힘들게 하지 말고.
생각해보니까
이렇게 막 쓸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젠더관계나 스스로 여성으로 잘 살아가고픈 처지에서
좀 더 고민할 일이 많네.
쓸 수 있을 때 그런 주제들을 써야겠다는 약속을 나 자신에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