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메기

시덜 2009/09/03 08:55

어리석은 메기

 

백석

 

어느 산골
조그만 강에
메기 한 마리
살고 있었네.

 

넓적한 대가리
왁살스럽고
뚝 뻗친 수염
위엄이 있어,
모래지, 비들치,
잔고기들이
그 앞에선 슬슬
구멍만 찾았네.

 

산골에 흐르는
조그만 강이
메기에게는
을씨년스럽고,
산골 강에 사는

 

잔고기들이
메기에게는
심차지 않았네.

 

이런 메기는
그 언제나
용이 돼서 하늘로
오르고만 싶었네.

 

하루는 이 메기
꿈을 꾸었네―

 

조그만 강을
자꾸만 내려가
큰 강 되고,
크나큰 강을
자꾸만 내려가
넓은 바다 되더니,
넓은 바다

 

설레는 물속에서
푸른 실, 붉은 실
입에 물고
하늘로 둥둥
높이 올랐네.

 

그러자 꿈을 깬
메기의 생각엔―
이것은 분명
용이 될 꿈.

 

메기는 너무도
기쁘고 기뻐
그 기로 강물을
내려갔네.

 

옆도 뒤도
돌볼 짬 없이
급히도 급히도
헤엄쳐 갔네.

 

옆에서 참게가
어디 가나 물으면
메기는 눈 거들떠
보지도 않고
(용이 되려 가네)
대답하였네.

 

뒤에서 뱀장어가
어디 가나 물으면
메기는 눈 돌이켜
보지도 않고
(용이 되려 가네)
대답하였네.

 

작은 강을
자꾸만 내려가
큰 강 되고,

 

큰 강을
자꾸만 내려가
넓은 바다 나설 때
늙은 숭어 한 마리
메기 앞을 막으며
어디로 가느냐
말 물었네.

 

메기는 장한 듯
대답하는 말―
(용이 되려 가네)

 

늙은 숭어 웃으며
다시 하는 말―
(이렇듯 늙은 나도
못 되는 용,
젊은 메기 네가
어떻게 된담!)

 

이 말 듣자 메기는
꿈이야기 하였네―
그 좋은 꿈이야기
늘어놓았네.

 

그러자 늙은 숭어
껄걸 웃어 하는 말―
(그것은 다름아닌
낚시에 걸릴 꿈.)

 

이 말에 메기는
가슴이 철렁,
그러자 얼른 눈 둘러보니
실 같이 가느단
빨간 지렁이
웬일인가 제 옆으로
흘러가누나.

 

작은 강, 큰 강
헤엄쳐 내리며
배도 출출히
고픈 김이라
용도 꿈도 낚시도
다 잊은 메기
지렁이도 낚싯줄도
덥석 물었네.

 

꿈에 물은 붉은 실
붉은 지렁이,
꿈에 물은 푸른 실
푸른 낚싯줄,
꿈에 둥둥 하늘로
오른 그대로
낚싯줄에 둥둥 달려
메기 올랐네.

 

어리석고 헛된
꿈을 믿어
용이 되려 바다로
내려왔다가
낚시에 걸려
죽게 된 메기
눈에 암암
자꾸만 보이는 것은
산골에 흐르는
조그만 강,
그 강에 사는
작은 고기들―
산골에 흐르는
조그만 강,
그 강에 사는
작은 고기들―
이것들이 차마
잊히지 않아
메기는 자꾸만
몸부림쳤네
낚시를 벗어나려
푸덕거렸네.

2009/09/03 08:55 2009/09/0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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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하조직 2009/09/03 13:27 Modify/Delete Reply

    오랫만의 포스팅이네염. 잘 지내시죠?

  2. 곰탱이 2009/09/03 14:49 Modify/Delete Reply

    진짜로 오랜만이어요^^. 많이 궁금했었는데... 소식 좀 간간이 올려 주셔요^^.

  3. 앙겔부처 2009/09/04 09:43 Modify/Delete Reply

    우와 ;ㅁ;

  4. 해미 2009/09/04 09:48 Modify/Delete Reply

    아이구 반갑구려. 지난주에 야구장 갔는데 당신 생각이 엄청 나더만. 보고 싶소. ㅎㅎ

  5. 사막은 2009/12/24 16:14 Modify/Delete Reply

    겨울은 날만하신가? 서울은 한 열흔 완전 춥다가 이제 좀 괜찮소. 감기조심허고..메리클수마수와 행복 새해 맞기를 바래..ㅎ 아~ 맘이 춥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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