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에 자랑을 해보라고 하면, 한강도 가깝고 생협도 있고, 초여름이면 어지러울 정도로 아카시 꽃이
피는 성미산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백암순대.
집에 돌아오는길에 동생에게 문자가 왔다
"순대 좀 사와봐"
지갑에 돈한푼 없어서, 은행에 들려 돈을 찾고 다시 거슬러 내려가 백암순대를 샀다.
그냥 늘 맛있는 순대집. 음 맛있는 순대집. 음 역시 맛있는 순대집. 정도로만 생각해 왔는데,
순대가 썰리고 있는 동안, 어묵 하나를 먹고 "간은 조금만요." " 허파 많이 주세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순대값을 내고 봉투를 건너 받는데, 아주머니가 아주 환화게 웃으신다. "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하면서 진짜 환하게 너무 이쁘게 웃으셨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눈물이 날뻔해서 "네" 하고 급하게 돌아와버렸다.
걸신들린 사람 처럼, 계속 폭식하고 게으름을 부릴거라며 만화책을 잔뜩 빌려와서 욕창 걸릴 지경으로
누워있고, 들어온 일거리도 고사했다.
의미없다, 허무하다, 재미없다, 짜증난다, 외롭다, 재수없다, 분노한다, 기운없다, 돌것같다, 죽고싶다,
죽어버릴꺼야!, 다가오지마!, 필요없어!, 니가 뭘 알아!, 소용없어!, 닥쳐!, 꺼져!, 몰라!, 미워!, 싫어! 하면서
시간을 낭비했는데, 그 미소가 너무 밝아서 무너져 버린것이다. 완전하게, 무결하게.
아줌마 고마워요, 나도 누군가에게 웃어주는 사람이 될께요.
내일 부터 운동도 하고, 폭식도 안하고, 세수도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