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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짓는 목수들 이야기

6개월 과정의 한옥 학교를 거쳐

한옥 짓는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지

7개월이 지났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몇군데

작업장을 거치면서 스무명 정도되는

목수들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알게된 목수들이 이야기입니다.

 

1. 너도나도 총각 목수들

 

그렇습니다. 결혼 안한 목수들이 참 많습니다.

목수일을 하면서 기혼자를 본 것은 단 한 번 뿐이었습니다.

스스로도,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주변 목수들도

억새게 운좋은 경우라고 말들을 합니다.

7년동안 목수일을 했던 분에게 들었던

자기가 봤던 기혼자 목수는 단 두사람뿐이었다는 말은

이 분야의 사정에 대한 가장 정확한 증언입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한옥학교 출신들의 경우 이미 결혼 한 후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자 목수일을 택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한옥학교가 아닌 도제식으로 일을 배운 분들

열이면 아홉은 총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42살 총각, 48살 총각.

 

그렇다면 어째서 목수들이 결혼하는 것이 이다지도 힘든 것일까요.

 

한옥 목수는 떠돌이입니다.

저역시도 짧은 기간동안 팔도를 유람했습니다.

이성을 만나고 진득하니 사랑을 꽃피우고

결혼까지 가기에는 너무나도 시간이 없습니다.

물론 전설적인 연애담들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오후6시 일끝나고 바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달려가 얼굴보고

다시 내려와 두시간 자고 일을 시작하기를 반복했다는.

그런데 이런 전설은 결혼후 직업을 바꿨다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 계층으로 나눴을 때 분명한 밑바닥 인생입니다.

4대 보험 적용되는 경우가 드물고, 일당으로 계산받고,

추운 겨울에는 일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옥 목수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는 분도 있겠지만,

정작 목수들 자신은'노가도'도 이런'상노가다'가 없다고 말합니다.

일은 고되고, 하루10시간 노동에, 따로 휴일이 정해진 것도 없습니다.

지붕일 하다 다치는 경우가 꽤 있고,

다쳐도 산재 처리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목수들 소득 수준은 기능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보통 보조공이7만원부터 시작해 먹을 잡으면16만원까지도 올라갑니다.

업자가 되면 자신의 사업수완에 따라 더많은 소득을 얻기도 하지요.

 

야전 목수로서는 최고 지위인 도편수가 된40대 후반의 한 목수는

"사람이 살면서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결국 양 손에 들수 있는 것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한 손엔 일, 한 손엔 가족을 들고 가는데

나는 양손 다 일을 하는데 살아왔다"며 조금은 후회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고용상태도 불안하면서 정주하지 못하는 삶.

분명 가장이라면 좋은 조건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결혼을 했다고 해서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결혼 후 목수일을 시작한30대 후반의 목수는

"매일매일 어린 딸과 영상 통화를 하는 것이 삶의 낙이지만

딸의 컨디션이 안좋을때는 아빠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가정에 가장의 부재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감추질 못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다들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요.

결혼할 생각이 없는것도 아닌데.

 

현실적으로 말하면 긴시간 목수일만 해본 사람들은

스스로 다른 일을 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고,

조금 낭만적으로 말하면

산으로 들로 떠돌며 나무를 깍고 세우고 하는 일의

진정한 맛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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