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96일
날씨 맑음

 

1.
밤에 모기한마리와 씨름을 했다. 앞으로 또 지긋지긋하게 모기와 만날것이다. 그런데 아프리카모기는 생각보다 가렵지는 않다. 말라리아모기만 만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짐을 다시 차에 싣고 출발했다. 20여키로를 달려 에토샤국립공원 입구인 나무토리에 도착했다. 수녀님들이 봉고차로 구경나오셨다. 89년 수색성당에 3개월 속성 교리과정을 듣는둥 마는둥하고 영세를 받은적이 있다. 대학시절 살다시피 했던곳이 한 과격한운동권으로 소문난 종교서클이었다. 그때는 그게 참 매력으로 다가왔었다.

 

2.
오늘 묵을 제일 싼 숙소가 415나미비아 달러란다. 그때그때 3분의 1씩 정확히각자냈다. 서양식의 더치패이다. 좀 많이 모아서 한 사람이 관리하면 되는데 그들은 그게 익숙하지 않나보? 흰색건물 한 좁은 방에 짐을 풀었다. 각자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챙기고 차에 올라탔다. 이곳 에토샤국립공원은 2만 제곱킬로미터라는 넓은 대지에 114종의 동물과 340종의 새들을 보호하고 있단다. 여러개의 드라이브 코스중 한곳으로 접어들었다.

 

3.
길가에 동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노루들이 가장 많이 보인다. 얼룩말이 보인다. 매인 드라이브 코스가 160키로 정도된다. 이 국립공원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미국여성 로메나 계속 동물들을 보고 탄성을 지른다. 오마이갓(어쩜좋아) 러블리(사랑스러워). 로메나 1300씨씨 도요다 차로 사진찍겠다고 동물들쪽으로 차를 몰아 접근하다가 결국일을 냈다. 작은 회오리바람을 찍겠다고 길을 벗어나 가는데 차가 모래밭에 빠졌다. 그리 깊지는 않지만 밀어야한다. 겨우 조금씩 밀어 차를 올려냈다. 아프리카까지 와서 이렇게 하고 싶진 않다. 로메나 특유의 미국인스러운 말솜씨로 쏘리쏘리를 연발한다. 이렇게 조금씩 가다 사진찍고를 반복해 4시쯤 중간 마을인 하라리에 도착했다. 맥주 한병과 생수를 샀다.

 

4.
다시 출발할때 내가 운전하겠다고 했다. 장롱면허증 생활 10년이다. 1년기한의 국제운전면허증도 발급받았다. 역시나 클러치와 악셀레터의 감을 못잡는다. 몇번 시동을 꺼뜨리다가 차가 움직인다. 이곳의 운전석은 모두 오른쪽이다. 이도 크게 상관없다. 일몰이 아름답다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기아변속은 아주 잘된다. 뿔달린 멋진 사슴들이 보인다. 저쪽에 코끼리떼가 웅덩이에서 목욕을 하고 있다. 그쪽으로 다가가서 조심스레 차를 세웠다. 큰 여행사 사파리 버스가 서있고 사람들이 셔터를 눌러댄다.

 

5.
저쪽에 사자한마리가 있다. 귀찮은듯 이쪽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물론 우리들과 사자사이에는 울타리가 없다. 내카메라는 방콕 차이나타운에서 산 3배줌 카메라다. 3배줌으로는 풍광은 잡히는데 동작이 잡히지 않는다. 안타깝다. 코끼리 수십마리가 떼를지어 저녁목욕하는 장면이 가장 압권이다. 눈으로 담아두고 다시 추발하는데 시동이 안걸린다. 결국 로메나가 운전대를 잡는데 사이드 브레이크가 잠겨져있었다.

 

6.
날이 어둑해졌다. 돌아오는 길에서 일몰을 보았다. 아프리카답게 아주 깨끗한 일몰이다. 빛이 마지막으로 뿜어내는 색의 변화가 요묘하다. 3배줌의 중고카메라지만 일몰의 색감만큼은 제대로 담아낸다. 이내 날이 어두워졌다.  갑자기 코뿔소가 도로를 지나간다. 또 가는데 한쪽에 기린이 서있다. 아프리카 도로에는 지나가는 동물 조심하라는 표지판들이 많다. 실제 동물과 충돌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저쪽에 빨간 달이 떠오른다. 해 못지않게 강렬하다. 오늘이 추석이다. 추석생각을 잠깐 했다.

 

7.
겨우 숙소를 찾아왔다. 문이 닫혀있다. 이미 입장시간이 지났다고 경비원이 주의를 준다. 길을 잃어버렸다고 로메나가 사정을 한다. 숙소로 들어왔다. 좁은 트윈룸에 매트리스 하나 더 넣으니 방이 꽉찬다. 두여성은 바로 곯아떨어지고 나는 손전등을 켜서 지도를 보며 일정을 짜보았다. 내일아침에 일정에 대해 대화를 해야겠다.

 


050918(일)

(잠) 에토샤국립공원안 로지 트윈룸 분담금 22080원 (138나미비아달러)
(이동) 랜트카 하루 분담금 20000원 (125나미비아달러)
          휘발유 분담금 13440원 (84나미비아달러)

(간식) 물 맥주 1760원 (11나미비아달러)

.................................................. 총 57,280원 (358나미비아달러)

 

어제 묵었던 숙소 정원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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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1 23:53 2005/10/0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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