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광흥 교수의 한글판 <제국의 눈>(창비, 2003)에는 두 번째 문선으로 '탈식민과 문화연구'라는 글이 실려 있다. 식민-지리-역사 유물론을 이론적으로 제기한 그의 대표적인 글이다. 그런데 3년 후 대만에서 출판된 중문판 <탈제국>(행인, 2006)에는 제5장에 '아시아를 방법으로'(亞洲作為方法)를 포함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이 글이 현재 진광흥 교수의 이론적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적인 글이다. 물론 이 중문판은 지난 해(2010) 영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Asia as method: toward deimperialization (Duke University Press, 2010). '아시아를 방법으로'는 한국의 모 계간지에 요약된 번역본이 있는데, 지나치게 요약된 느낌이다. 한편, '방법으로서의 아시아'라는 유사한 제목의 다케우치 요시미의 글 때문에 진광흥이 이를 카피한 것으로 오해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진광흥은 미조구치 유조의 '중국을 방법'으로를 확장한 것이고 우연히 일치한 것이었다. 물론 다케우치-미조구치-진광흥을 계보로 읽으며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으며 또한 흥미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