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서 어떤 삶의 경험이 한계적 상황에서도 타협할 수 없게 만들었는지, 무엇을 보고 듣고 겪었길래 그렇게 되었는지, 간첩 혹은 비전향 장기수로 불리는 자들의 사상과 정견을 형성한 배경엔 아무런 관심도 없으면서 '원칙과 양심을 지킨다'는 그럴듯한 껍데기만 떼어내 존경한다고 말하는 게 이른바 "양심의 자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총구 앞에서 제 사상을 밝힐 것을 강요받는 이에게 "사람들이 거기에 동의하지 않을 거 같고 사람들을 설득할 자신도 없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따위의 "민주적" 폭력을 아무런 양심에 거리낌 없이 우월감을 느끼며 자행할 수 있는 것이겠습니다.
예전에 어떤 이가 이른바 비전향 장기수의 문제를 드러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간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자신이 비전향 장기수로 살면서 어떤 경험과 삶을 보고 들으며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통찰이라 생각합니다. 인식 혹은 실천의 한계는 그것을 얼굴 없는 인간들에 대한 인도적 조치로 마무리하게 만들었지만, 여전히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술인생님의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번역하신 책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