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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에 대한 '안티'와 인터넷

2002년 8월에 서울교대 교지에 기고한 글 ------------------- 권력자에 대한 '안티'와 인터넷 오병일 건강한 비판과 토론은 민주적인 사회의 기반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과 토론-'안티'걸기-는 사회적 권력 관계 속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랜 동안 군사독재 치하에 있었던 우리 사회에서 비판과 토론은 거의 허용되지 않았다. 학교는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지식을 '주입'하였고, 언론은 통제되었다. 흔히 전문가라 불리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제한된 방식으로 발언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인터넷은 우리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공개적 토론공간일 것이다. 이곳에서는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상관없이, 즉 교수나 변호사 등 전문가에게 주어지는 기득권, 나이에 의한 폭력, 열등한 사회적 지위로 인한 위축감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다. 주류 언론에서 배제된 뉴스들, 대통령과 야당 총재와 같은 권력자에 대한 비판들이 날것으로 터져나왔다. 또한, 인터넷은 '개인'의 권력을 상대적으로 강화시켰다. 이곳에서 열정적 개인은 단체보다 훨씬 많은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다. 예컨데, 환경에 관심이 많은 한 개인이 큰 환경 단체보다 훨씬 유용한 홈페이지를 서비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네트워크화된 개인들은 기업과 같은 사회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획득하였다. 소비자가 왕이라지만, 기존의 사회에서 한 개인이 기업의 횡포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갖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안티후지, 안티컴팩, 안티포스코 등 기업의 횡포에 대항하는 사이트, 안티조선같은 언론에 대항하는 사이트, 그리고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수많은 사이트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곳에서 정보는 정부와 언론에 통제되지 않으며, 개개인들의 작은 반대의 목소리들이 집결되며, 서로 다른 의견들이 토론된다. 하지만, 이러한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들은 이제 기득권자에게, 권력자에게 이제 위협으로 느껴질만한 수위에 이르렀다. 그들은 이러한 목소리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하고 있다. 권력자들은 인터넷이 욕설과 명예훼손, 그리고 유언비어 같은 쓰레기로 넘쳐난다고, 그래서 실명제를 통해 정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국가보안법이나 선거법과 같은 악법을 이용하여 검열을 행하기도 하며, 안티포스코(http://antiposco.nodong.net)의 사례에서와 같이 '저작권'을 이용하여 탄압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명예훼손'이라는 명목으로 사법적 수단을 이용하여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 많은 경우 이러한 사례들은 개인과 개인간의 분쟁이라는 형태로 드러나지만, 잘 들여다보면 대부분 문제를 제기하는 측은 '권력자' 층이다. 물론 오랜 동안 통제에 길들여진 우리는 아직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못함을 간혹 느낀다. 그래서, 종종 건강한 토론보다는 상호 비방의 평행선을 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동체의 자율적인 규제에 맡겨져야 할 일이지, 어떠한 토론의 룰을 강제할 문제는 아니다.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평등한 개인들 사이의 '안티'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라도, 권력자에 대한 '안티'가 좀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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