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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에 인터넷 실명제 폐지될 수 있을까?

최근 SK커뮤니케이션즈 350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실명제' 논란이 다시 점화되었다. '인터넷 실명제'가 뭇매를 맞자 이제 일부 보수 언론들이 인터넷 실명제 폐지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보인다.
정부, 여당 내에서도 논란이 되기는 되는 모양이다. 유출 사고 이후 방통위가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검토한다는 기사가 나왔다가 바로 방통위가 이를 부인하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이어 11일에는 연합뉴스 기사로 행안부가 인터넷 실명제의 단계적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자, 행안부가 이를 부인하는 헤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행안부가 이를 제안했다가 방통위의 항의를 받고 철회한 모양이다. 어쨌든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리 없으니 정부 내에서도 '인터넷 실명제'가 고민이 되기는 한가 보다.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은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하고, SNS를 통한 선거운동 규제도 풀어야 한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확실히 조선일보의 왜곡은 쩐다. 위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계기로 인터넷 실명제 논란이 점화된 것에 대해서 "이런 주장은 일부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그동안 인터넷 실명제가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리를 펴오다 외면받자, 이번 싸이월드 해킹 사건을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라는 새로운 명분을 들고 나온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한다. 웃기지 마라.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은 인터넷 실명제 반대 운동을 하면서 줄곧 제기해온 바다. (예를 들어, 아~주 오래 전인 2004년의 성명서에서도 주민번호 유출 및 명의도용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2008년 옥션이나 이번 SK커뮤니케이션즈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우리 주장이 옳았음이 입증된 것일 뿐이다.

어제토론회에서 방통위 김광수 과장은 끝내 인터넷 실명제가 이번 유출 사고와 관련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더라. 그의 주장은 이렇다.

본인확인제 대상 사이트는 146개뿐이고 회원 가입 받는 사이트는 40만 개인데 이 가운데 90%가 의미 없이 주민 번호를 받고 있다
--> 2008년 유출 사고 났을 때도 주민번호 수집 제한하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도 90%가 의미없이 주민번호를 받고 있다고 하면 어떡하나? 그리고 본인확인제 대상 사이트가 146개 뿐이라고 하지만, 이들은 대다수의 국내 이용자가 이용하는 소위 주요 사이트들이다. 네이버, 다음, SK 커뮤니케이션즈 등의 이용자만 합해도 우리나라 인구를 훨씬 넘는다. 그리고 이들 사이트들은 인터넷 실명제를 근거로 주민번호를 수집해왔다.

 

기업들은 실명제 법제화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실명제를 도입해왔고, 주민번호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사업 목적으로 수집해왔다.

--> 이는 당연히 기업이 비판을 받을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실명제 법제화(의무화)의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제화 이전에 다음(DAUM)은 실명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었고, 기존에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법제화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이후에 실명제 정책을 폐기할 수도 있다. 예전에 최시중 위원장을 만난 인터넷 포털 CEO들도 실명제 폐지를 건의한 적이 있고, 어제 토론회에서 인터넷 기업협회 토론자 역시 최근 기업들은 개인정보의 보유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실명제 폐지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인터넷 기업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기업에게 물을 책임은 기업에게 묻고, 정부가 져야할 책임은 정부가 지라는 얘기다.


법에서는 본인 확인한 사실만 보관하라는 것이지 주민번호와 이름 보관을 강요한 건 아니다. 포털 등은 신용평가기관에 본인임을 확인한 기록만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 또한, 인터넷상에서 개인정보를 수집, 보관해야하는 것은 금융거래나 게시판에 댓글을 달 때 등 제한적인 경우인데, 포털 등이 가입시부터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것은 문제다.
--> 지금까지 포털 등 기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에서 본인확인 정보를 6개월 동안 보관하라고 한 조항을 개인정보 보관으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제와서야 아니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2008년 옥션 사태 이후 방통위는 이러한 내용을 기업들에게 고지하고 계도한 적이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김광수 과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물론 한 적이 없을 것이다.
물론 김광수 과장의 언급 중에 타당한 부분도 있다. 특히 포털 등이 금융거래나 게시판에 댓글을 달지 않은 사람까지 모조리 과도하게 본인 확인을 해온 부분에 대해서는 기업의 책임이 크다.


명의도용은 본인 확인 과정 외에 여타 영역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데, 인터넷 실명제가 명의 도용의 근본 원인이라고 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 당연히 명의도용은 실명 확인 과정 외에도 발생한다. 그래서 이름-주민번호 대조 방식의 실명 확인 과정에서 명의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인가, 없다는 것인가? 김광수 과장은 끝내 이 부분에 대해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실명제는 핸드폰 인증, 공인인증서, i-PIN 등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않고도 인증을 할 수 있다.
--> 누가 뭐래나? 핸드폰으로 인증하는 사람은 하는거고, 문제는 여전히 이름-주민번호 확인 방식을 용인할 것인가다. 명의도용자가 핸드폰 인증 사용하겠는가? 당연히 이름-주민번호 확인 방식을 사용하지. 이름-주민번호 확인 방식을 본인 확인 방식에서 제외하고, 실명제가 주민번호 수집을 의무화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나마 실명제와 주민번호 유출의 관련성은 약화된다. (물론 핸드폰 인증이나 i-PIN 역시 주민번호 기반이기는 마찬가지긴 하지만) 근데 방통위가 이름-주민번호 대조 방식을 본인 확인 방식에서 제외할 수 있을까? 아마 그러면 인터넷 기업들 난리날 것이다. 이용자가 팍팍 떨어져나갈 테니까.

과거 행태에 대한 평가는 그렇다 치고, 앞으로 방통위와 기업들의 행보를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 방통위는 실명제 대상 사이트이든, 아니든 (금융거래에 따른 주민번호 수집 부분은 여전히 해결이 필요하지만) 주민번호 수집을 하지 않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 실명제를 명분으로 주민번호를 수집해온 기업들은 방통위가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었으니, 기존에 수집해온 주민번호를 삭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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