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언제부터 돈 벌어 올 거예요?"
기타노동자인 아빠는 이제 돈 벌러 일터를 나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미 정년이 가까운 나이가 되어버린 아빠는 곧 퇴직한다.
13년만에 이겼다고 해야 하나, 13년 동안 당했다고 써야 하나. 정의를 위해 13년을 싸웠다고 써야 하나, 사람으로 살다 보니 13년이 흘렀다고 해야 하나.
정리해고. 당하는 입장에서는 하루가 흐르건 10년이 흐르건 같은 날을 살게 되는 것일지도 몰라. 일자리를 잃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이 설 자리를 잃는 것이므로. 그러니 콜텍 노동자들의 승리는 무한 반복되던 부정의의 시간을 끊어낸 '사건'. 그러나.
아침에 들러 얼굴 보고 오는 길. 조금 촉촉하지만 여전한 말투와 표정에서, 사건은 13년 전부터 시작되었던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기타를 만들던 아빠는 시간을 만들었고 사건에 연루된 우리는 그 시간으로 초대받는다. 이 시간을 이어 만들어가는 건 초대받은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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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5 18:56 2019/04/2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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