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님이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중 한 구절을 나는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좋은 부모 만나서 오래오래 행복을 누리며 살기를 엄마는 바란단다." 올해 1월 아현동 철거민 박준경의 영결식에서 그의 어머니 박춘희 님도 그렇게 말했다. "다음 생엔 부잣집에서 태어나라. 네 꿈을 펼칠 수 있게. 엄마는 네가 어디 있든 행복하기만을 빈다."
가난한 사람들이 죽음으로 내몰린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거기에 불평등이라는 이름을 붙여 설명한다. 가난할수록 더 많이 다치고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죽는다. 이것이 정의롭지 않다는 것 역시 모두가 안다. 그래서 수많은 정책을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변화를 약속한다. 그러나 정작 불평등의 구조를 살아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나는 불평등보다 이게 더 잔인하다. 가난한 엄마에게 허락된 애도의 말. 가난한 건 서럽거나 억울한 일이 아니라 죄가 되어버렸다. 지켜주지 못하고 키워주지 못하고 피워주지 못하는 죄. 정부나 국회는 그걸 덜어낼 생각이 없다. 좋은 정책을 추진할 때조차도, 그 죄 많은 부모들을 대신해 보호자를 자처할 뿐이다. 김미숙 님이, 박춘희 님이, 또 다른 가난한 엄마들이 누군가를 충분히 지켜왔고 그래서 인간의 존엄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사람들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김미숙 님의 편지 마지막 구절을 다시 읽는다.
"아직 엄마는 이곳에서 할 일이 많단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유가족 앞에서 약속했던 것도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고. 그래서 합의 이행, 약속 지키려고 해야 하고, 특조위 권고안도 현장에 이행되는지 지켜봐야 하고, 너를 죽게 만든 책임자들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단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너를 비록 살릴 순 없지만, 다른 사람이 우리처럼 삶이 파괴되는 것을 막고 싶단다.
엄마는 이제 우리와 같이 처지에 놓여 있는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길을 위해 걸어갈 것이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손을 잡고 밝은 빛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정부나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보호가 아니라 배우고 쫓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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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11:20 2019/12/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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