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성 휘발에 반하여.
날이 덥다. 유난히 짙은 생활의 농도가 폭염 속에 다 휘발되는 듯한 느낌이다.
일도 많고, 사건도 많고, 순간순간 열이 오르는 일도 많다.
생각 나는 대로 두서 없이 몇 가지 메모.
근대 중국사상사 책 마감하고, 보도자료 쓰고, 신문사에 보내고...
그 와중에 블랑쇼 선집 역자모임 준비하고, 또 모임하고,...
7월 5일엔 촛불집회 가서는 1차로 H양과 철학아카데미 선생님들 만나 행진하고
2차로 춘천에서 밤 8시에 출발에 10시에 도착한 M언니 만나 문화제 보고,
3차로 새벽 1시부터 M군과 그의 친구들이랑 공연 보다가 아예 난장까지 하니까 날이 밝더라.
그날.... 빗길에 운동화 젖는 거 싫다고 샌들 신고 광화문 갔다가
광화문 지하도 경사면에서 미끄러져 허벅지 근육이 다쳤다.
근육이 놀라기도 했고, 미세근육도 몇 군데 파열되었단다.
그 다리를 해갖고는 밤새 길바닥에서 술을 마셨으니....
피가 더 많이 났을 것 같다. ㅎㅎㅎㅎ
이틀째 피도 뽑고, 침 맞고 물리치료 중. 이번 주엔 내내 한의원 가야 할 듯하다.
다 나았던 엉치의 통증도 다리 부상으로 자세가 불량해서 그런지... 조금 안 좋다.
김연수 선생의 <여행할 권리>를 2주째인가 읽고 있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컴퓨터 부팅하거나 자기 전의 몇 분 동안 한 꼭지씩 읽는다.
그의 소설을 읽은 적은 없지만, 그는 약간 구도자의 길에 매력을 느끼는 데가 있는 듯도 하다.
5월의 마음으로 사들인 6월의 책들이 침대맡에서 먼지를 받고 있다.
회사 일을 생각하면... 여름엔 좀 덜 바쁘면 좋은데...
오히려 필자들의 방학으로 더 바빠진 감이 있다.
생각하는 건.... 겁 먹고 4월처럼 아프지 말자, 하루하루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정도.
그래도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다.
토요일엔 두 달 동안 그린피스 배 타고 와서 배멀미 두통에 시달렸더니
인생 시들하다는 J옹을 위문공연 차 만나기로 했다. 봐서 후배 S양도 부를까 싶다.
몇 달째 가끔 말만 하고 못 만나는 언연 동기 G양과 B군도 만나야 하는데...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과 여학우 모임에도... 그간 바쁘다고 늦게 가서 얼굴만 15분 내밀거나, 아예 못 가거나 했는데...
학교 선생하는 친구 방학하면... 모임 한 번 해야겠지?
부모님 댁에도 못 간 지 한참 되었다.
얼마간은 바빠서, 얼마간은 귀찮아서, 얼마간은 아파서,
얼마간은 촛불집회 나간다고 빨갱이란 소리 듣는 게 불편해서.
이번 주부터는 다시 영어회화 과정에 다닌다. 한 달새 많이 까먹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주 처음 시작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어제 회사에서 "촛불 시대에 다시 생각하는 레닌과 혁명"이란 대담을 했는데...
끝날 무렵에 <승리의 충격>으로 진보넷에서도 꽤 유명해진 그레이버 교수가 왔다.
나름 담당 편집자라고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한 달 사이 (영어에 대한) 용기도 줄었고, 피곤하기도 했고, 너무 나서는 듯하기도 하고...
뭐 그래서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기도 했는데... 그냥 식당 안내만 했다. 부끄부끄~~
작년에 전에 다니던 회사 사표 내는 것을 한참이나 망설이게 하던....
(웬만하면 내고 그만두고 싶어서) 은사님과 선배의 인터뷰집이 드디어 나왔다.
정말 내고 그만두려 했다면... 아직까지 다니고 있겠군. 아이고~~~ 징하다.
책 한 권 달라고 A팀장님한테 전화하고, 은사님께도 간만에 연락 좀 드려야겠다.
앞으로 철학이 갈 길은 "섬김의 철학"에 있다 하셨는데...
(그리고 보니 철학자 대회에 마리옹이 온다던데... 그도 놓치고 있군)
선생님 찾아뵙기라도 하면... "섬김" 너무 어렵다고 응석이라도 부릴까 보다.
지난 주에도 배탈이 한 번 났지만... 날이 더우니까 확실히 위가 기운이 없는지...
조금만 찬바람이나 찬 음식이 들어가면... 위가 배탈까지는 아니어도 살짝 불편하다.
더운데... 배탈 나 밥까지 굶으면 더 힘들다. 배탈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