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계획 그리고 까먹지 않기 위하여.

2008/07/30 16:19 생활감상문
휴가 계획

6월 말부터 지난 주까지 3번의 마감을 지난 후(내 담당 2번, 후배 담당 1번) 이번 주에도 보도자료 한 편 쓰고 언론사 신간 배포 준비하고, 블로그 연재글 한 편 쓰고, 휴가 다녀와 진행할 책 본문 디자인 맡기기 등이라는 만만치 않은 숙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그나마 영어학원이 이번 주 방학이어 얼마나 다행인지)..., 한편으론 다음주인 여름 휴가 스케줄 짜기와 추석 연휴 상하이 여행 준비(여권 만들기, 비행기표 결제, 여권 케이스 사기)로도 바쁘다.

 

-- 금요일 점심: 오클라 샘께 무주 열쇠 받기.

-- 틈틈이 : 휴가용 쇼핑(이 진정 필요한지 고민?)

-- 2~5 or 6일: 무주(혼자 or 친구들과) 가서 산기운 실컷 받기. 많이 움직이기.

-- 상경 후 S언니 집들이 + K스승님 뵙기.

-- 가족과 함께할 이벤트 하나(간단 영화와 외식?)

-- 전시 보기(라틴아메리카 거장전, 매그넘코리아)

-- 영화 한두 편 더 보기 (<놈놈놈>, <마을에 불어오는 산들바람> etc.)

-- 봄부터 밀린 책 읽기(<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카를 융 평전>,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4권, <만들어진 나라>,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중 최소 2권)

-- 오코노믹스 잘하기: 집 청소+안 입는 옷 정리 + 오래된 식재료 버리기.

-- 몽골 딸네미(월드비전 결연)에게 답장(네가 예쁜 뺨과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이로 자라고 있어 기쁘구나) + 사진(그녀와 닮아 보이는 내 어릴 적 사진?) + 선물(그림책?) 보내기.

-- 서울에 있는 동안엔 촛불집회 가기(앞으로 어쩔 건지, 잠깐이라도 곰곰히 생각하기)

-- K편집장님 출판 입문 20주년 기념 겸 생신 축하 모임 조직해서 잘 놀기

-- 휴가 뒤 곧장 들어올 블랑쇼 선집 원고맞이용으로다 레비나스의 <블랑쇼에 대하여> 들여다보기

 

그리고 까먹지 않기 위하여..

어제는 보도자료 쓰다가... 갑자기 에쓰노메쏘돌로지Ethnomethodology를 찾았다. 왜더라? 들뢰즈 예술철학을 논하는 책의 보도자료 때문은 아니고... 아마 점심 먹다가 임쿤과 '커밍아웃 경험 인터뷰집' 이야기를 하다가 훈련된 인터뷰어의 필요성 이야기를 하다가... 또 혼자서 내 생각을 해서 그런가 보다. 에쓰노메쏘돌로지, 즉 민속방법론이 나오는 수업을 들을 때(이해사회학이던가?) 성전환한 사람이, 본래 그 젠더를 가진 사람보다 더 매뉴얼적으로 완벽한 젠더를 구현하려 한다(가핑클)고 할 때, 나는 젠더보다는 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뭔지 영 몰라서 맨날 그걸 구현하려고 매뉴얼을 찾는 사람 같다(나는 꼭 무대 뒤편이 없이 몇 개의 무대만 있는 극장 안을 계속 순환하는 배우 같다 싶기도 했다는 고프만 때문에 한 거던가?)는 생각을 한 바 있는데(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느 정도는 매뉴얼을 습득한 듯도 싶고, 결국 "삶에는 매뉴얼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근대적 사회 관계에는 정말 유효하다는 것을 절절히 체감할 때도 있고 뭐 그렇다)...... 거기에서 생각이 비약했는지, 갑자기 오후에 네이버에 에쓰노메쏘돌로지를 쳐서 검색하고 있었다.

사전적 정의도 잠깐 읽어보고 했지만, 역시 그 공부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인지, 가르치는 사람이 없는 것인지, 유행이 지난 것인지, 아니면 유행한 적도 없는 것인지... 논문이나 한국어로 읽어 볼 만한 자료는 별로 없더군. 뭐 하기는 나도 수업시간에 들은 내용이 전부이지, 제대로 뭔가를 읽은 기억은 없다.

 

여튼, 덕분에 약간 검색하다가 간만에 벤야민 세미나 같이했던 KDI선배의 강의용 카페 발견, 가핑클에 관한 발제문 하나(<가핑클은 변태스럽다>) 발견. 여하튼 읽다 보니까 와 닿는 데가 약간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와 닿는다기보다는 나한테 의미 있는 층위란 사실 여기서 나왔군, 하고 환기한 셈이지만.

인간의 행위를 하나의 의미체계로 보고 그 진리값을 판단하기 보다 그 의미가 형성되는 주변의 경계와 상황들에 관심을 돌리라는 것이다. 행위-기호-의미의 내용 보다 그것이 만들어지는 절차와 방법이 선행한다. 왜냐하면 내용은 결국 방법에 의해 결정되고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속방법론자들은 의미 그 자체의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가치판단을 유보하며, 이점이 이른바 '민속방법론적 무관심'(Ethnomethodological indifference)라는 복잡한 개념의 일부분을 형성한다.   

그래서 앞으로 이것에 대해 공부를 찾아서 조금 할지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주부터 새로 시작되는 사내 강의에서 현상학을 배우게 될 터인지라... (에쓰노메쏘돌로지도 사실 후설을 사회학에 갖다붙인 거라서) 까먹지 말고 있다가 '이해사회학' 노트라도 다시 들여다 보던가, 몇 편 안 되는 논문이나마 찾아보던가... 아님 그마저도 또 까먹었다가 이 글을 읽고 아, 그랬지라도 하거나 하자고 메모 겸 써놓는다.

 

그리고 하나 더... 라흐마니노프 간만에 듣다가, 갑자기 파토스 균형론, 즉 평소 로고스가 (내 기준으로는 부담스럽게) 강한 인간들이 예술에서는 유달리 파토스가 짙은 작품들을 좋아한다는 경험적 깨달음(누가 섣부른 일반화라 지적할까 봐, 일반화는 아니라고 주장만 하고 싶다만... 사실 그게 그거겠지?)이 떠올라... 그거 가지고 몇 마디 주절거릴까 하다가... 그건 됐고, 괜히 에피쿠로스의 <쾌락>만 YES24 카트에 넣어 두었다. 남한테 뭐라 할 것 없고, 나나 균형 잡히고, 항상적인 쾌락주의자로 한번 잘살아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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