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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의 미디어활동가와 연대합시다

1.

 

한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가 있었다. 한국의 열악한 이주노동 환경은 자연스레 그를 노동자 의식에 눈뜨게 하였다. 그는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에 앞장섰고, 2003년 11월부터 380일간 명동성당의 들머리를 달구었던 이주노동자 농성 현장을 지켰다.


 

2.


 2004년 겨울, 그는 한국을 떠나 방글라데시로 돌아가야 했다.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한국에서 청춘을 보낸 후 10년 만에 다시 찾는 방글라데시는 이제 그에게는 오히려 낯선 곳이었다. 10년 세월을 함께 보낸 지인들은 모두 한국에 남아있었고 방글라데시로 돌아가서의 생활은 막막했다. 1년을 넘긴 농성 기간 동안 늘어난 것은 빚밖에 없었고,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은 어깨를 짓눌렀다.


 귀국 후 몇 달간은 좌절감과 우울증이 그를 괴롭혔다. 그의 시간은 과거의 한국에 머물렀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서 활동하고 싶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노동운동 경험을 되풀이해서 돌이켜보던 그에게 서서히 방글라데시의 현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제대로 된 노조도 없이 형편없이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고단한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얼굴이 점점 크게 다가왔다. 그는 드디어 고민을 털고 일어섰다.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영상이 그가 선택한 새로운 길이었다. 우선, 미디어교육을 받았고, 함께 교육받은 6명의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미디어활동가 그룹 ‘브레이크쓰루(Break Through)’를 결성하였다. 방글라데시 최초의 독립적이고 진보적인 미디어활동가 그룹의 탄생이었다.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거리에, 여성들이 차별당하는 현장에, 아동들이 불법노동에 시달리는 경찰식당에, 브레이크쓰루는 캠코더를 들고 달려갔고, 현실을 고발하는 영상을 만들었다. 그룹 내부에 ‘찰리 채플린 쏘사이어티’ 란 배급팀을 꾸려서 대학교나 노동자 밀집 거주 지역에서 상영회도 개최하였다. 이제 그는 더 이상 과거나 되짚으면서 번민하는 무기력한 존재가 아니라 방글라데시의 변화와 개혁을 꿈꾸는 당당한 활동가였다. 그리고 2006년 가을, 그는 이주노동자영화제의 초청으로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이주노동자로서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감독 <사이드 무나>로, 자신의 작품 ‘21세기’를 들고.

 

 

3.

 

 올해 여름 방글라데시를 뒤흔들었던 의류노동자들의 대투쟁을 기록한 ‘21세기’는 브레이크쓰루가 제작한 통산 세 번째 독립다큐멘터리이다.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디딘 브레이크쓰루 앞에 놓인 길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이들의 장비는 가정용 소형캠코더 한 대가 전부. 이마저도 그룹의 소유가 아니라 친지에게 상황에 따라 변통해 빌리고 있다. 유료로 촬영 장비를 대여하는 데는 한국 돈으로 5만원이 드니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참고로, 방글라데시 노동자의 일반적인 월급은 한국 돈 2-3만원 가량이다.) 한국에서는 구입이 손쉬운 편집용 컴퓨터도 방글라데시의 물가로는 장만이 부담스럽다. 게다가 방글라데시의 정치적 불안정은 이들의 활동을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다. 권력층과 부패세력들은 이들에게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은 물론, 여성 활동가들에게 강간의 위협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이들은 소형 캠코더 한 대로 방글라데시의 투쟁현장을 누비고 있다.


 

4.


 사이드는 늘 동료들에게 말해왔다. 한국에서의 이주노동활동경험은 그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동료들은 사이드의 이번 한국 방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상황과 브레이크쓰루의 활동을 널리 알리고,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한국의 활동가들과 지속적으로 연대하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약소한 지원이나 짧은 이메일 한통이라도 브레이크쓰루의 활동가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그가 국제적 연대라는 소중한 자산을 하나 더 추가하고 방글라데시로 돌아갈 수 있기를!

 

 

지원계좌 : 국민은행 581202-01-314308 이미영(이주노동자합법화모임)

사이드 무나 :  Jbmunna@yahoo.co.uk

브레이크쓰루 : Breakt_through@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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