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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에 카메라를!

오마이뉴스에 실린 사이드씨 관련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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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국가, 높은 인구밀도, 빈곤한 형편, 국내에 들어와있는 방글라데시 이주 노동자.

한국인들의 방글라데시에 대한 일반적 이해는 이 정도다.

선거철이면 수도 다카의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 조직간에 총격전이 벌어지는 나라. 거의 모든 방송국 사장은 여당 국회의원들이 꿰차고 있는 나라. 국가 경제를 살찌우는 의류 노동자들의 월급이 2만원을 넘지 못하는 가난한 나라. '남성의 발밑이 여성의 천국'이라는 문화관습이 지배하는 나라.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행복지수가 가장 높게 나오는 신기한 나라.

방글라데시의 행복지수는 초현실주의를 공부해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의문에 고개를 갸우뚱거릴 즈음, 방글라데시에서 온 사이드 무나(32세)씨가 궁금증을 풀어준다.

"바보니까 행복하다고 하는 거예요. 밤새 남편에게 두들겨맞은 여자에게 아침에 행복하냐고 물어보세요. 분명 행복하다고 얘기할 꺼예요. 그게 무슨 행복인지 잘 모르겠지만, 결국엔 행복하고 싶어서 행복하다고 하는 겁니다."

"행복하고 싶어서 행복하다고 하는 거죠"

▲ 다큐멘터리 영화 <21세기>의 한 장면. 11년전 최저임금이 오늘날까지 변함이 없다는 점을 성토하고 있다.
ⓒ Break Through
한국에서 약 10년 간의 이주노동자 생활을 마치고 재작년 고국인 방글라데시로 돌아간 사이드씨가 지난 10월. 그는 석달 일정으로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이번 방문에서 그의 손에는 쥐어진 것은 산업연수생 비자가 아닌 16분짜리 비디오 필름.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들의 열악한 생활과 악랄한 노동착취 및 임금갈취를 일삼는 의류 공장들의 만행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21세기>가 그것. 그는 지난 가을 '제1회 이주노동자영화제'와 '제10회 국제노동영화제'를 통해 관객들과 만났다.

"한국에서 노동착취·임금갈취에 맞서 싸웠는데 방글라데시는 착취가 더 심합니다. 마침 아는 누나가 의류공장에서 일하고 있어 그 누나를 통해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게 됐죠."

한국에 오기 전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그는 평소 방글라데시의 노동현실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결국 한국 생활을 통해 온 몸으로 터득한 노동운동을 불모지인 방글라데시에서도 실천해가기 위해 그가 접목시킨 방법이 바로 비디오 카메라였고 다큐멘터리 영화 <21세기>는 그 결과물인 셈이다.

그가 중심이 되서 이끌고 있는 독립미디어활동가 그룹 'Break Through'는 이처럼 방글라데시의 의류노동자를 비롯한 여성, 빈곤층 등 정부와 언론이 방치하고 가는 사람들에게 카메라 앵글을 맞추고 있다. 그에게 "왜 카메라냐"고 물었다.

"한국에 있을 땐 '뭐 하러 사람들이 카메라로 찍으러 다니나' 했어요. 근데 방글라데시로 돌아가서 보니까, 사람들이 연대를 해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사실을 알려야 하고 그래야 사람들이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는 걸 알았죠. 카메라의 힘이 정말 크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카메라에는 힘이 있다, 그러나 그들에겐 카메라가 없다

▲ <21세기>를 감독한 사이드 무나
ⓒ 김정훈
국내에선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독립미디어활동가나 그룹을 방글라데시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Break Through'의 활동은 80년 대의 꽁꽁 얼어붙은 시국에도 불구하고 독립미디어의 푸른 싹을 힘겹게 틔어낸 '푸른영상'을 연상시킨다.

"방글라데시에서도 영상을 만드는 집단들은 있는데 그들은 주로 예술영화를 만듭니다. 이들 자신도 영화를 통해 사회를 바꾼다고 얘길 하죠. 그러나 우리보다 1천배 가까운 제작비를 쓰는 그들이 정작 만드는 영화는 많이 배운 엘리트들을 위한 영화일 뿐입니다. 그들은 노동자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직접 카메라를 갖다 대지는 않습니다"

영상을 통한 사회 변혁의 가능성을 발견해 낸 이들의 희망과 의지는 확고하다. 그러나 사이드씨와 'Break Through'에게는 큰 고민이 하나 있다. 어이없게도 이들에겐 카메라와 편집 컴퓨터가 없다. 사이드씨의 말이다.

"한국의 활동가들이 조금씩만 도와주면 구할 수 있는게 아닐까…. 정말 창피한 얘긴데…. 그렇게라도 활동을 위해서 구했으면 좋겠고…."

흐려진 말끝에선 염치와 절박함이 뒤섞여 묻어났다.

"창피하지만... 한국 활동가들이 도와주세요"

방글라데시에 카메라를!

기금모음:
국민은행
이미영(이주노동자합법화모임)
응원메일 :
Break_Through@yahoo.com
도움문의 :
016-270-9811

사이드씨의 이번 한국 방문의 마지막 숙제는 한국의 시민단체 및 활동가들과의 연대망을 구축해가는 일이다. 현재의 방글라데시 사회 분위기에서 자신들의 활동은 곧 반정부 활동으로 몰릴 수 있고 그 최악의 결말은 지난 2년간 37명의 기자들이 목숨을 잃은 현실이 보여준다.

"만약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 (한국에서 보내는) 이메일 한 통이 우리에겐 큰 힘이 됩니다. 서명이나 항의메일을 보내주면 사장이나 정부가 큰 압박을 받거든요. 그럼 함부로 우리를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 앞으로 우리를 지켜봐 주시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는 약 1만4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간 이들도 다시 방글라데시로 돌아갈 것이다. 사이드씨는 귀국한 이들의 높아진 눈높이가 낙후된 방글라데시의 노동 현실을 끌어올리는 견인차가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할 것이 많다고 한다.

사이드씨는 그 여정에 한국인들의 작은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아래로 들어가시면 동영상도 함께 있습니다.)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376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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