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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32회 – 별거 없는 얘기

 

 

 

1

 

 

읽는 라디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서른두 번째 방송 시작합니다.

반갑습니다, 들풀입니다.

 

 

무슨 책인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책에선가 나왔던 한 구절이

머릿속에서 가끔 고개를 내밀곤 합니다.

 

 

‘내일 당장 사라진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

 

 

한 노인이 어느 가게에 찾아가서 자신을 소개하면 했던 말입니다.

그분이 왜 자신을 그렇게 표현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랜 세월 인생의 굽이굽이를 겪어왔던 분이

자신의 삶을 이렇게 평가한다는 것은 좀 묘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우여곡절 많았던 그간의 삶이 부질없이 느껴졌던 것일까요?

젊었을 때의 열정과 성과들이 사라진 노년의 삶이 초라하게 느껴졌을까요?

삶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내려놓은 초연함의 표현이었을까요?

 

 

예전에 같이 술잔을 나누던 후배가

“제가 사람들을 찾지 않으면 사람들을 저를 찾지 않아요. 어느 날 제가 사고라도 당해서 죽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저를 자연스럽게 잊을 거예요”라고 넋두리를 했고

그런 후배를 위해 저는 이런저런 격려의 말을 늘어놓았었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며 후배의 말을 곱씹어봤더니

저 역시 후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음... 우리는 어쩌면

내일 당장 사라진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일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더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2

 

 

우연히 ‘단순한 진심’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됐습니다.

강원도 동해에서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는 부부가 운영하는 채널이었는데

미니멀리즘 생활에 대한 얘기들을 주로 하고 있었습니다.

 

 

컨텐츠도 별다를 것이 없고

동영상도 많지 않고

영상도 아주 소박했습니다.

그 단순함이 좋아서 몇 개의 영상을 클릭해서 봤는데

특별할 것 없는 내용들을 조곤조곤 얘기하는 것이

너무 소박해서 그런지 재미가 별로 없더라고요. 하하하

 

 

이른 새벽에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면서

다시 그 영상들을 들었는데

새벽의 차분한 분위기와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어울려서 그런지

그 얘기들이 귀에 착착 감기면서

마음속에 작은 침전물들을 남기더군요.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은 맑은 된장국으로 아침을 먹었는데 속이 편안해지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여러분에게도 그런 기분이 전해질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봤던 영상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채널 운영자가 자기 엄마를 인터뷰 했는데요

보통 모녀의 대화하고는 결이 다른 얘기를

덤덤하게 편안하게 하는데

그 속에 의외로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둘의 대화를 한 번 들어보실래요?

 

 

 

 

 

 

3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이 불쾌한 상술을 쓰거나 가격이 비싸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편의점을 이용합니다.

편의점을 다녀오려면 왕복 20분은 걸려서 꽤 불편하기 때문에

자주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그 덕분에 군것질이나 술을 먹는 일이 줄어들어서 좋기는 합니다.

 

 

올해 받은 건강검진에서 위와 장에서 경고신호를 받은 참이라

건강을 위해 술은 가급적 멀리하려고 하는 중입니다.

그래도 가끔 맥주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편의점까지 갔다왔다 하는 것이 귀찮아서 포기하곤 하는데

그래도 생각이 떠나니 않으면 술을 마시고난 다음 날 찾아오는 숙취를 생각하며 술 생각을 떨치려고 하고

그래도 떨쳐지지 않으면 시원한 매실액을 마시면서 갈증을 달래기도 합니다.

 

 

알콜중독이 아니기 때문에 그 정도면 술 생각은 가라앉는데

어제는 그래도 가라앉질 않아서 기어이 편의점으로 향하고 말았습니다.

여름처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데다가 낮에 힘쓰는 일을 했더니

몸과 마음이 술을 간절히 원하는 것이었습니다.

 

 

편의점으로 가능 동안

‘갈증만 가실 정도로 캔맥주 하나만 할까?’하다가

‘그래도 오래간만에 마시는데 약간 취기가 올라와야 하지 않겠어?’하며 부추기고

‘이왕 취하는 거라면 치맥으로 제대로 마셔볼까?’하고 달려가다가

‘오버하지 말고 그냥 캔맥주 2개만 마셔’라며 타협을 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편의점에서 주류코너를 살펴보는데

새로운 맥주가 눈에 띄었습니다.

큼지막하게 쓰인 0.0이라는 숫자가 눈에 확 들어왔는데

그걸 0.0칼로리로 해석한 저는 주저 없이 선택하고 말았습니다.

이왕 먹는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몸에 덜 해롭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자리를 잡고

맥주캔의 시원한 촉감을 느끼며

톡 소리와 함께 경쾌하게 뚜껑을 따고는

입을 벌려 맥주를 한 모금 부었습니다.

입안에 확 퍼지는 시원함을 느끼며

목으로 넘어가는 그 청량감까지 만끽하는데

뒷맛이 살짝 부족한 듯했습니다.

 

 

뭐랄까... 맥주의 느낌은 그대로인데 몸에 퍼지는 기운이 살짝 안 와 닿는 그런 느낌

다시 한 모금을 더 마셔봤는데 역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맥주를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NON ALCOHOLIC’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칼로리 0가 아니라 알콜 0였던 겁니다. 하하하

덕분에 숙취나 건강 걱정 없이 편안하고 시원하게 마셨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떤날의 ‘너무 아쉬워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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