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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69회 – 여름, 사랑이, 바닷가

 

 

 

1

 

읽는 라디오 시작합니다.

오늘은 성민이가 진행합니다.

반갑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습니다.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 무더운 여름이 너무 힘듭니다.

‘피할 수 없으니 견딘다’는 마음으로 여름을 보내지만

해가 갈수록 뜨거워지는 여름은 정말 고역입니다.

 

여름은 식물들이 왕성하게 성장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새순이 왕성하게 올라오고 조그만 열매들이 달리기 시작한 감귤나무는

여름철 뜨거운 햇살과 충분한 수분을 원 없이 받아들이며 열매를 맹렬히 키우기 시작합니다.

그에 따라서 이래저래 나무에 신경 써야 될 일도 많아지고

덩달아 활발해지는 각종 병충해와 전쟁을 벌여야 하기도 합니다.

특히 여름철 병충해 방제는 고역 중에 고역입니다.

방제복과 마스크와 모자와 장갑으로 온몸을 무장하고 40도에 육박하는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몇 시간 동안 약을 쳐야하는 일은 정말 힘듭니다.

 

그렇게 힘들게 여름을 보내고 나면

가을과 겨울에는 비교적 여유롭게 익어가는 감귤을 바라보게 됩니다.

감귤이 상태도 좋고 달린 양도 많으면 마음이 더없이 뿌듯해지기도 합니다.

감귤농사를 지으면서 알게 되는 즐거움이 이런 거였습니다.

그 즐거움을 알기에 이제는 여름이 고통스럽지만은 않습니다.

감귤나무와 소통하는 방법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기 때문에

수시로 나무를 살피면서 뭐가 부족하고 뭐가 넘치는지를 고민합니다.

그렇게 나무에 온 신경을 쓰며 땀을 뻘뻘 흘리다보면

나무도 저도 이 여름이 힘들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오전에 비닐하우스에서 땀을 잔득 쏟아내고 나서

샤워를 하고는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와 과일로 차린 점심을 먹을 때

여름은 더없이 행복해집니다.

그래서 이제는 여름이 가장 좋습니다.

 

 

2

 

이 방송에 사랑이 소식을 올린지가 오래된 것 같아서

오늘은 사랑이 동영상 두 개를 소개합니다.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사랑이의 재주가 있어서도 아니고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어서도 아닙니다.

한때 읽는 라디오를 진행하기도 했던 전직 진행자이자

저의 든든한 파트너에 대한 애정의 표시일 뿐입니다.

 

 

사랑이가 가끔 즐기는 간식타임입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텃밭에 들어가면

이렇게 풀 뜯어먹는 걸 좋아합니다.

자세히 보시면 아무 풀이나 먹는 것이 아니라

기다랗게 자라 올라온 특정한 풀만 먹습니다.

사랑이가 이렇게 풀을 먹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특정 장소에서 특정 풀만을 먹는 걸 보면

나름대로 뭔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죠.

사랑이가 좋아하니 가끔 이렇게 텃밭으로 데려가서 풀을 먹게 해줍니다.

 

 

 

 

눈이 소복이 내린 겨울날

산책을 마치고 온 사랑이는

쌓인 눈을 게걸스럽게 먹습니다.

옆 바가지에 물을 떠놓았는데도

물은 쳐다보지도 않고

눈만 먹어댑니다.

이렇게 맛있게 먹는 걸 보면

눈이 맛있나 봅니다.

 

 

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래간만에 바닷가를 찾았습니다.

파도가 일렁이며 드넓게 펼쳐진 바다와 해안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잔잔하게 물결이 살랑거리는 해안가 기슭에 앉아 가만히 그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너무 맑아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비출 것 같은 물속에는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아주 작은 돌들이 널려있고

너무 작아서 사람들도 그냥 놔두는 고동이나 조개 같은 게 편안히 자리를 잡고 있고

가끔 엄지손톱만한 크기의 게가 이곳의 왕자인냥 여유롭게 돌아다닙니다.

그 모습들이 너무 편안하고 좋아서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맑은 물속에 제 얼굴이 비춰 보입니다.

그게 부끄러워 얼굴을 드러내려는데

물결이 살며시 들이쳐 제 얼굴을 지워버리네요.

 

그런 모습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 물결 속에 내 마음의 더러움들도 다 쓸려갔으면...’

그리고 혼자만 행복한 것이 미안해서 또 생각을 했습니다.

‘이 물결 속에 상처 입은 이들의 아픔도 다 쓸려갔으면...’

그 생각이 간절한 것 같지 않아 한 번 더 생각을 되풀이했습니다.

‘이 물결 속에 그 아픔이 다 쓸려가서 편안함만 남았으면...’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맹인부부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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