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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74회 – 한여름의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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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일흔 네 번째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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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는 목욕하는 걸 싫어합니다.

목욕을 할라치면 눈치 빠른 사랑이는 슬금슬금 저를 피합니다.

그런 사랑이에게 다가가 끌어안으려하면 가볍게 발버둥을 칩니다.

발버둥치는 사랑이를 끌어안고 들어 올리면 심장이 콩당콩당 뛰는 것이 느껴집니다.

콩당콩당거리는 심장박동을 느끼고 있으면 이 녀석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강제로 욕실에 집어넣으면 처음에는 안절부절 못해 도망갈 틈을 찾습니다.

하지만 좁은 욕실에서 도망갈 수 없음을 확인하면 금세 체념합니다.

샤워기를 살살 틀어놓고 사랑이를 부르면 조심스럽게 다가와 몸을 맡깁니다.

제게 몸을 맡기기 시작하면 목욕을 하는 동안에는 얌전하게 제 손길을 느낍니다.

저를 믿고 가만히 있는 사랑이를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겨주고 있으면 제 마음도 포근해집니다.

 

목욕을 마친 사랑이는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시원하게 몸을 털어댑니다.

물기를 닦아야 하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면 또 가만히 몸을 맡깁니다.

사랑이가 드라이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수건 두 장을 이용해서 구석구석 물기를 잘 닦아내야 합니다.

중간 중간 몸을 털어대느라 물기가 제게 튀지만 사랑이를 위해 기다려줍니다.

몇 분 동안 꼼꼼하게 물기를 닦아내고 내서 뽀송뽀송해진 사랑이를 보면 저도 기분이 개운해집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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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고추를 따서 뜨거운 햇볕에 말리고 있습니다.

고추가 병드는 바람에 양이 많지는 않지만

검정 망 위의 빨강 고추는 시각적으로도 돋보입니다.

 

고추는 따서 말리고 있고

조금씩 익어가고 있는 참깨도 조만간 수확해서 말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마트 갈 고민 없이 풍성한 먹을거리를 제공했던 텃밭의 과일과 채소들도

서서히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 대신 왕성하게 줄기만 뻗던 애호박과 늙은 호박이 결심을 하나씩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높아진 기온에 5일마다 물을 흠뻑 줘야하는 감귤은

크기가 커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왕성한 성장과 동시에 병충해도 활발해서

조만간 중무장을 하고 약을 뿌려야겠습니다.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는 요즘이지만

식물들은 반발 앞서 여름의 피크가 지났음을 알리고 있고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생을 마감하거나 성장이 늦춰질 것이기에

가을에 대한 기대와 이별에 대한 아쉬움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습니다.

남아있는 여름을 잘 즐겨야겠습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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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와 함께 나무그늘 아래 평상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제 옆에 편안하게 누워서 쉬고 있던 사랑이가

갑자기 귀를 쫑긋하며 머리를 들더니

몸을 일으켜 한곳을 바라보면 짖기 시작했습니다.

 

밖에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고 주변에 특별한 변화도 없었는데

사랑이가 계속 짖어대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서 가까이 가봤습니다.

주변에도 특별한 것이 없었지만

사랑이가 짖어대는 곳을 가만히 봤더니

조그만 개구리 한 마리가 있더라고요.

개구리를 향해 고개를 들이밀며 짖어대는 사랑이를 개구리와 떨어트려놓고

그 귀여운 모습을 잠시 들여다봤습니다.

개구리는 긴장을 했는지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서 안전한 곳으로 옮겨줄까 하다가

차라리 제가 멀어지는 것이 더 안전하겠다 싶어서 발걸음을 뒤로 했습니다.

 

평상으로 다시 돌아와서 사랑이를 쓰다듬으면 얘기해줬습니다.

“사랑아, 쟤는 이 근처에 살다가 잠시 산책 나온 것 같으니까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조그만 친구가 잠시 놀러온 거야, 알았지?”

사랑이는 다시 평상 위에 편안하게 엎드려 살살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습니다.

그 사이에 개구리는 어딘가로 갔는지 보이지 않더군요.

 

 

 

(김목인의 ‘꿈의 가로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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