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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8

 

 

 구름에 스며들어버린 빛과 알록달록한 깃발들.

 차가운 바다와 아름다운 하늘.

 헬기 소리에 묻혀들어가는 함성.

 이해할 수는 있지만, 말 할 수 없는 어떤 것.

 너무나 늦어버린 기록의 이야기.

 

 

 얘들아, 난 사진이 좋다.

 하고 말하자, 그러니까 지금 사진 수업을 하시겠죠...하는 반응이다.

 

 난 사진이 영상보다 그림보다 좋다.

 하고 말하자, 몇몇 녀석은 절대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난 있잖아. 상상할 수 있는 사진이 좋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진이. 시간에 먹혀들어가는 순간의 감정들과

 보고 또 볼수록 드러나는 작고 숨어있는 의미들을 이해해하는 과정이.

 렌즈를 응시하는 눈동자와 그 눈동자를 응시하는 카메라 뒤의 마음이.

 난 정말 좋다.  (물론 당시에는, 이보다 초간단했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어쩐지 아이들을 자극

 하는 것에서 영상에 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살짝 초초한 마음에 흉을 보는 간사한 짓을

 했다. )

 

 시간이 흐르며 드디어 집중력의 한계가 다가오고, 아마도 반쯤 제 감정에 취해서 얘기하는

 동안,  분명 아이들은 나와 함께 있으나 전혀 나와 함께 있는 것이 아닌 순간에 다다른다.

 

 어라, 그래도 어떤 녀석들은 눈이 반짝반짝 하네. 하니,

 눈물 겹도록 고마운 마음에.

 그니까 말여,

 제발 다른 친구 사진도 눈여겨 보고, 사진을 찍을 땐 자세히 관찰하며 찍으란 것이다.

 하며 끝맺음을 했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고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

 을 녀석들이 좋아함에는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가끔 마음이 아프다.

 서너명씩 짝을 지어 하나의 카메라로, 기관주변 가로등 불빛을 배회하며 사진 촬영을 할 뿐 

 녀석들은 아직, 집과 학교로 돌아간 햇빛이 주는 아름다운 빛의 변화를 담을 수가 없다.

 그나마 카메라가 있는 핸드폰이 있다면 다행이다.

 

 사랑스런 아가들아.  첫번째 시간에 이야기했던 손가락으로 담아내는 이미지들 기억하니?

 꼭 눈으로 볼 수 있는 사진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너희들이 걷고 이야기하고 놀면서 보았던 프레임들을 함께 얘기해보자꾸나.

 그게 사진의 진짜 시작인걸 뭐. 흐.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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