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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엄마, 진짜 엄마

작은 딸 하람이가 8살이던 지난 2017년 8월 어느 날 하람이와 치과를 다녀오다가 지인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운전 중이라 짧게 이야기를 하고 마칠 때 쯤 하람이는 괜찮냐고 묻기에 하람이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하람이가 옆에 있느냐고 하기에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처음에는 치과에 다녀오는 하람이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닌 것 같아서 하람이에게 물어봤습니다.

 

하람아 무슨 일 있었어? 하람이는 아무 일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한 번 알아보라고 했고, 알아보니 하람이와 단짝인 아이가 놀다가 하람이가 입양된 이야기를 했더니 하람이에게 가짜 엄마라는 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하람이가 입양된 건 학기 초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담임교사를 통해 아이들에게 수업으로 전달되었지만 8살 아이가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8살 하람이는 친구에게 가짜 엄마라는 소리를 듣고 울었고, 우는 하람이를 곁에 있던 10살 아이가 달래줬고, 하람이를 달래준 아이가 자신의 부모에게 말을 했고, 그 이야기가 흐르다가 내게까지 전해진 것입니다.

 

며칠이 지나도록 나나 아내는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사실 확인을 한 후 저녁에 하람이에게 아내가 물었습니다.

 

아내 - 하람아 가짜 엄마라는 소리를 들었다며?

하람 - 나는 괜찮아. 진짜 엄마잖아.

 

아내 - 그래 엄마도 진짜 엄마고, 아빠도 진짜 아빠야.

 

다음 날 집에 놀러온 그 아이에게 아내가 물었습니다.

 

아내 - 하람이에게 가짜 엄마라고 했다며

친구 - 응

 

아내 - 왜 그렇게 생각해?

친구 - 낳은 엄마가 진짜 엄마고 그렇지 않으면 가짜 엄마잖아.

 

아내 - 그럼 하람이에게 나는 진짜 엄마 같아 가짜 엄마 같아?

친구 - 음. 진짜 엄마 같기도 하고, 가짜 엄마 같기도 해.

 

아내 - 하람이는 어떻게 생각해?

하람 - 진짜 엄마.

 

아내 - 낳아야만 진짜 엄마가 아니란다. 나는 하람이에게 진짜 엄마야.

같이 웃고, 같이 울고, 서로 싸우기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족이란다.

다른 친구가 하람이에게 가짜 엄마하고 산다고 하면 네가 잘 이야기 해줘

 

13살 하경이에게도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하경이가 7살 때 집에 초등학교 2학년 그러니까 9살 언니가 집에 놀러왔었습니다.

 

7살 하경이가 9살 언니에게 자신이 입양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이야기를 듣던 9살 아이가 그럼 가짜 엄마네라는 말을 했습니다. 당시(2012년) 블러그에 이 이야기를 쓰기도 했는데 물어보니 하경이는 기억을 못하더군요. 아내가 쓴 하경이 이야기( http://blog.jinbo.net/coolie1/category/10?page=43 )

 

입양 가족 뿐 아니라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우리 딸들이 살아갈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한동안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입양홍보회에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수업으로 진행하는 반편견입양교육 강사 활동을 열심히 다녔었습니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님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입양가족에 대해 혹여나 오해가 있다면 풀어보려고 이 이야기를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이 글을 공개합니다.

 

이 글은 지난 2017년 8월에 적었지만 지금까지 컴퓨터 속에서 잠자고 있었는데 남인순의원이 대표 발의하고자 하는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 소식을 듣고 떠올라 끄집어내서 약간 손을 본 뒤 올립니다.

 

참, 궁금하실지 모르지만 8살 하람이는 2018년 2월 현재 9살이 되었고, 그 친구와는 잘 놀고 있습니다. 가끔 그 친구 집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그 친구가 우리 집에서 잠을 자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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