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5월 혁명
아르노 뷔로 (지은이) | 알렉상드르 프랑 (그림) |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긴이) | 휴머니스트 | 2012-05-14 | 원제 Mai 68 Histoire D'un Printemps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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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흔든 거대한 힘은 거리에서 시작되었다!
1968년 봄, 낭테르 대학에서 시작된 학생들의 집회는 프랑스 사회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반항적인 세대는 당시까지 프랑스에 만연하고 있던 관습과 권위주의에 복종하기를 거부했다. 이들의 저항은 전국적인 학생 시위로 확산되었고, 각계각층의 사회적 불만이 표출되는 도화선이 되었다.
노동자, 지식인, 시민 등이 그들의 대열에 합류했으며, 마침내 천만 명의 파업이 시작된다.
도시의 경제는 마비되고, 정부는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한 듯 보였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대통령 드골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정국의 역전을 꾀한다.
이 책,『68년 5월혁명』은 프랑스 68년 혁명의 4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도서로, 당시의 복잡하고 다난했던 상황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정리해낸 다큐멘터리 만화의 역작이다.
30여년이 지난 혁명, 그것에 관한 책일지라도, 이 책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의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들에게 과거인 것이, 우리에게는 현재인 까닭에…
1. 봄날의 기억
68년 5월 혁명이란 무엇인가?
이 책의 작가들은 이 질문에 대한 인터뷰이들의 대답으로 책을 시작한다. (7쪽)
어떤 이는 ‘사랑과 평화’, 어떤 이는 ‘여성의 해방’이라고 답한다. 어떤 이에게 그날은 ‘아름다운 혼란’으로 ‘위대한 지성인들의 시대’로 기억된다. 저마다 다르게 기억하고 있던 그날들.
이 책은 희망과 열정이 모여 소란으로 소용돌이쳤던 30년 전의 그 날을 규정하려는 작가들의 귀한 시도이다.
작가들은 무엇보다 5월 혁명이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불씨였다”는 말로 그날의 기억에 다가가고 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당시 프랑스는 급속하게 근대화를 완수해낸 시기였으며,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 성과에 도취되어 있었다. 공산당, 사회당, 노조들은 체제 안에 안착했으며, 겉으로 보기에 모든 갈등들은 제도 안에서 해소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 또한 반항적인 새로운 세대를 대변하지는 못했다.
1960년 250,000이었던 프랑스의 대학생 수는 1968년에 이르면서 500,000을 헤아리게 되었다. 이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아직까지 40년대 도덕적 코드를 벗어나지 못한 주류 사회의 권위주의와 관습주의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 책의 서문을 쓴 콩-방디가 유명세를 타고 5월혁명의 중심에 서게 된 사건 또한 지극히 사소하지만 청년들의 반(反)권위주의 정서를 보여 준다.
1월, 프랑스 청년체육부 장관이 새롭게 건설 중인 수영장의 진척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낭테르 대학에 방문했다. 이때 붉은 머리 콩-방디가 담배 한 가치를 물고 장관에게 다가간다.
“장관 나으리, 불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장관은 이 맹랑한 청년에게 불을 붙여 주었는데, 콩-방디의 얘기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제가 당신들이 발행한 백서를 읽어 보았는데요. 300페이지가 당신들의 무능함으로 가득 차 있을 뿐 아니라, 정작 중요한 젊은이들의 ‘섹스 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이 없더군요.”(12쪽)
학교 측은 콩-방디를 제명시키려고 했고, 이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해지자 콩-방디는 유명 인물이 되었고, 반항적인 세대의 대표주자처럼 여겨졌다. 콩-방디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피하지 않았으며, 학생운동의 리더로서 발언하고 행동했다.
실제로, 콩-방디의 실용주의 노선은 트로츠키주의자, 마오주의자, 무정부주의자 등 수많은 종파로 분열되어 있던 학생운동가들이 연합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했다.
공동의 행동과 시위의 확산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지점의 유리창을 깨뜨린 과격파 학생들이 체포되자, 142명의 낭테르 대학 학생들이 공동 행동에 들어간다.(3월 22일)
총장실을 점거하고, 토론과 파티를 열었으며, 이후 조직적인 행동을 계획한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운동권 외 학생 대중의 참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위가 학생 대중들 사이에 폭발적으로 확산된 것은 의외의 계기였다. 소르본 대학을 점거하고 있던 학생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교내에 진입한 경찰이 시위대를 닭장차에 태워 이송하려는 순간, 수많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뭉쳐 경찰에 맞섰다. (5월 3일)
“첫 최루탄이 발사되었고, 첫 짱돌도 던져졌습니다.”(25쪽)
학생들은 학교를 박차고 나와 거리로 향했다. 68년 5월혁명의 시작이다.
파리의 중심가에서는 거대한 행진이 이어졌고, 노동자와 시민의 참여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르 고프 거리에 최초의 바리케이드 진지가 구축되었다.(5월 9일)
1000만 명의 파업
학생과 경찰 사이의 지난하고 위험한 대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5월 11일 노동조합, 교원노조, 전국적 노동단체들이 학생들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다. 전국 방방골골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어졌고, 공장점거, 관리자 감금, 도청 난입 등의 직접 행동이 일어난다. 경제 성장에 가려졌던 불만들이 마침내 뿜어져 나올 분출구를 찾은 것이다.(64쪽)
파업이 진행되는 중에도 노동자들은 그들의 명예를 걸고 기계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했으며, 점거된 일터는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회의와 토론이 활성화되었고, 간부들도 파업에 동참하며 기업의 기능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혁명 이념으로 무장한 학생 시위대와 달리 노동자의 대부분은 임금 인상, 작업 속도 완화, 60세 정년, 업무 조건 개선이 파업의 목적이었다.
그날의 유산
최측근에게조차 행방을 감추어, 전대미문의 ‘대통령 실종 사건’을 만들었던 드골의 깜짝 쇼는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냈다. 이 사건으로 집권층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되었다. 의회의 해산과 국민 투표를 제안한 드골의 대국민 연설을 기점으로 (반드골주의자인 극우파까지 포함한)우파, 중산층이 대대적으로 결집했다. 반대로 혁명적 열기는 사그라들었다.
지금까지의 전개 양상이라면 당연히 새로운 권력이 만들어져야 할 시점이었지만, 축제에 지친 국민들은 신속하게 ‘일상으로 복귀’한다. 운동의 지도부는 투쟁을 속행하자고 외쳤지만, 대중들의 관심과는 거리가 멀어져갔고, 그럴수록 더 급진적 슬로건을 제시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6월 10일을 기점으로, 대부분의 파업이 막을 내리고 국민투표를 통해 드골의 국무총리였던 퐁피두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프랑스의 정국은 ‘원래 제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기존의 정치권력이 건재했다고 해도, 5월 혁명 이후의 프랑스는 기존 프랑스와 같을 수 없었다.
퐁피두의 당선 이후, 프랑스 정부는 ‘새로운 사회’ 정책을 펴며 10년간 줄곧 자유화에 대한 열망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외에도 5월 혁명은 전혀 새로운 과제들을 프랑스 사회의 수면 위에 올려놓았다. 페미니즘과 호모섹슈얼 운동, 지방분권주의, 환경보호주의, 평화주의, 자주관리 운동, 귀농….
무엇보다 혁명을 꿈꾸었던 그들의 마음에 잊혀지지 않는 기억과 교훈을 남겨 두었다. 속박으로부터의 해방, 자유로운 공동체의 경험, 이상적인 개인주의…
2. 생생하게 되살아난, 그날들…
다큐멘터리 만화의 정석
30년이 지난 사건을 만화로 재구성해내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점에서 이 책은 귀감이 될 만하다.
1)『68년 5월혁명』은 역사의 기록과 개인의 경험담을 씨줄 날줄로 교차시키며 30년 전 그날들을 생생하게 되살리고 있다.
특히 프로듀서인 사미아, 미술대 교수 프랑수아즈, 은퇴한 교육가 루이, 전직 고위 공무원 샤를, 네 명 인터뷰이의 기억은 독자들이 사건을 온전히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사미아와 프랑수아즈는 당시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운동원 내부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으며, 루이는 평범한 대학생의 눈으로 당시의 정황을 들려준다. 샤를은 총리의 비서로서 정치권 내부에서, 보수주의자의 시각으로 그때의 상황을 복기하고 있다.
자칫, 사건 일지처럼 정리된 이 기획이 가질 수 있는 딱딱함은 이들의 증언을 통해 풍부해지고 부드러워졌다.
2) 책을 살펴보면 고증에 많은 노력을 쏟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 정황마다 다루어진 이야기들은 역사적 사실이나 문헌을 통해 확인된 것들이며, 만화 칸 중간에 등장하는 포스터들과 벽에 쓰인 낙서, 슬로건들은 68년 당시 실제로 사용되었던 것들을 고스란히 옮겨왔다. 지리적인 위치, 주변 건물의 모양 등 단순해 보이는 그림 속에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3) 이 책이 가지는 또 하나의 미덕은, 콩-방디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어떤 정파나 입장에 편중되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한 작가들의 노력이다. 30년이라는 역사의 공백과 더불어 과거의 이념에서 자유로운 작가들은 어떤 기록보다도 냉철하게 당시의 상황을 재현해내고 있다.
4) 알렉상드로 프랑의 그림은 5월 혁명을 담아내기에 맞춤했다. 68년 당시 포스터들은 주로 보자르(미술대학)에서 실크 스크린으로 인쇄되었으며, 1도 인쇄, 또는 2도 인쇄로 제작되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간명한 이미지로 슬로건을 극대화해냈다. 이 책의 그림 또한 그러한 당시 그래픽 경향을 따르며, 그날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혁명과 반혁명, 결국은 사람 사는 이야기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혁명적 상황에 마주한 여러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드골, 퐁피두, 미테랑, 망데스 등의 유명 정치인들, 사르트르, 사강, 알튀세르 같은 지식인들, 이름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학생 운동가들과 노조의 간부들, 그들보다 훨씬 많은 수의 대중들…
그들은 어떤 동기에서 혁명을 꿈꾸었으며, 어떤 이유에서 그것을 되돌리려 했을까?
이 책의 작가들은 짧은 책 안에서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사람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고 있다.
● 경찰 총장 그리모는 짱돌과 최루탄이 오가는 광장에 정장 차림으로 홀연히 나타난다. 진보적인 성향의 이 경찰 총장은 젊은 학생들과 한바탕 논쟁을 하고 돌아갔지만, 내심 학생들을 이해하고 있었고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려고 했다. (31쪽 참조) 오데옹 극장을 시위대가 점령하고 있을 때, 정부는 그에게 시위대의 해산과 체포를 명령했지만 그는 단 한 명도 체포하지 않은 채, 평화적인 퇴거를 이끌어내기도 했다.(100쪽)
● 시위가 격화됨에 따라 무기고를 탈취하자는 시위대의 주장이 있었지만, JCR의 지도자들은 과격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힘썼다. 양쪽 모두 합리적인 지도부가 있었기에 유혈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 로베르 린아트는 마오주의자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였다. 그는 마오주의자들의 집회에서 노동계급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쁘띠 부르주아적인 집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당장 거리로 합류해야 한다는 그의 아내가 호소하자 그가 대답한다. “당장 나가! 너는 여기서 말할 자격 없어!” 여성인 사미아에게 있어 마오주의는 남성우월주의의 학습장이기도 했다.(39쪽)
● 교원노조의 제스마르는 대규모 집회에 앞서 운동가가 되기보다는 조직의 관리자가 되기를 선택했다. 시위의 범위와 강도를 놓고 경찰과 협상을 벌인 것인데, 그 결과 제스마르는 경찰에게 배신을 당했고, 그 자신 조직 내에서 정당성을 잃어버린다.(41쪽)
● 정국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한 드골은 우연인지, 계획인지 알 수 없는 실종 사건을 통해 국면을 전환시켰다.(95쪽)
무엇보다 작가들이 그려내는 68년 5월에는 꿈과 동지가 있다. 그들의 사랑과 행동, 개인주의에 기반한 공동체, 그것은 끝내 성공하지 못한 혁명이 어떤 이유로 지금까지 존중되어야 하는 것인지를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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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68년 혁명의 4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도서로, 당시의 복잡하고 다난했던 상황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정리해낸 다큐멘터리 만화의 역작이다. 30여년이 지난 혁명, 그것에 관한 책일지라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의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들에게 과거인 것이, 우리에게는 현재인 까닭에…
1968년 봄, 낭테르 대학에서 시작된 학생들의 집회는 프랑스 사회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반항적인 세대는 당시까지 프랑스에 만연하고 있던 관습과 권위주의에 복종하기를 거부했다. 이들의 저항은 전국적인 학생 시위로 확산되었고, 각계각층의 사회적 불만이 표출되는 도화선이 되었다. 노동자, 지식인, 시민 등이 그들의 대열에 합류했으며, 마침내 천만 명의 파업이 시작된다. 도시의 경제는 마비되고, 정부는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한 듯 보였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대통령 드골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정국의 역전을 꾀한다.
~68년, 5월 혁명
아르노 뷔로 (지은이) | 알렉상드르 프랑 (그림) |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긴이) | 휴머니스트 | 2012-05-14 | 원제 Mai 68 Histoire D'un Printemps (2008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