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소유냐 존재냐"

2014/07/13 18:50

“소유냐 존재냐”

 

 

재임시 매주 월요일은 별일이 없는 한 동호인들과 같이 근방 산들을 다녔다. 우리나라 중앙지역에 살았다면 동서남북 모든 산을 다 다녔겠지만 서남쪽 모서리에 살면서 우리나라 산들을 다 등산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하루에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세속의 분진에 찌들고, 목회의 고달픔에 심신이 지쳐있을 때, 영성이 바닥을 드러낼 때, 분주하고 기계적 반복의 생활에서 벗어나 산에 오르는 일은 목마른 자에게 생명수를 만난 느낌이다. 룻소는 “나는 산길을 걸을 때에만 탁월한 영감에 사로잡힌다”고 말했다. 이것이 자연이 지닌 신비한 마력이다. 설교의 영감이 바닥났을 때, 생활에 지쳐 의욕이 상실할 때, 자주 산에 오르라고 권하고 싶다. 정상에 힘들게 올라와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에서 느끼는 상쾌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다. 무아의 경지에 이르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심정이 된다. 그 순간은 자신을 완전히 비운다. 모든 헛된 욕심과 열망이 사라진다. 속세의 번잡한 잡무에서 벗어나 한가한 평정심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자주 사람들은 산을 찾는가 보다.

 

우린 늘 가득함, 넘침, 충만을 소원하고 그러길 위해 애쓰고 기도한다. “은혜충만, 풍성한 복, 성령충만하게 하옵소서” 밤낮의 기도제목이다. 더 소유하고 누리고픈 욕망에 살아 갈수록 인생의 짐은 무거워진다. 예수님은 우리가 모든 것에 넘치고 차기를 원치 않으신다.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하셨다. 예수님은 늘 자신을 비우시는 분이셨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2:6-7) 가득 채워진 상태에서는 어떤 창조성과 생산성을 기대할 수 없다. 모든 것으로 가득 채워진 우리의 마음엔 정지, 죽음 퇴보란 단어 밖에는 남을 수 없다. 비움은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다준다. 충만하고 넘치면 더 이상 좋은 것들을 담을 수 없고 더 귀한 은혜와 축복에 이를 수 없다. 비워진 심령에 하나님의 은혜가 임할 것이다.

 

소유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는 우리 인생이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 짐은 더 커지고 무거워진다. 소유를 자신이 존재하는 증거라고 여긴다. 그래서 늘 온갖 것들이 탐욕의 대상이 된다. 물질적 소유, 명예, 사업, 예술품, 지식, 친구, 연인, 학위, 성공까지도 그리고 이렇게 소유한 것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한다. 우리가 소유한 것 중에는 필요 없는 게 더 많지만 그 사실을 모른 채 더 욕심 부린다. 남들이 가졌다는 이유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별 필요도 없는 수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생을 마감한다.

 

과감하게 물건을 버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치피 물건으로는 채울 수 없는 인생이다. 우리가 할 일은 인생을 물건으로 채우는 게 아니다. 물건을 늘리면 결국 짐이 된다. 이 짐을 지고 어떻게 우리 인생의 여정을 잘 걸어갈 수 있겠는가? 어떻게 더 좋은 것, 꼭 필요한 것을 채울 수 있겠는가? 우리가 물건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들 즉 인간의 가치, 평화, 영혼, 믿음, 아름다움, 자유, 생명의 빈자리가 없는데 어떻게 내 안에 들어 설 수가 있는가?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보다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은 곧 새로운 불행을 짊어지는 것이다. 물건이 늘어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삶이란 모름지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에리히 프롬의 유명한 책이 있다. ‘소유냐 존재냐’ 우리의 목적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꽃을 바라보는 것은 존재하는 삶의 방식이고 꽃을 꺾는 것은 소유하는 삶의 방식이다. 우린 소유적 삶이 아니라 존재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나님 앞에 꽉 움켜쥔 것들을 기꺼이 내려놓고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것은 우리를 향한 엄청난 도전이다. 그럴 때 하나님은 더 좋고 필요하고 신령한 것을 채워 주신다. 육체, 물질, 소유를 내놓을 때, 자기를 비울 때, 주님은 인생의 최고의 은혜를 베푸신다. 헨리 니어링의 말을 기억하자 “사람은 적게 소유하되 많이 존재하는 삶”을 살 때 풍성한 삶을 살게 된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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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