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제, 쌍용자동차 노동자 수십명을 죽였다

2015/05/03 21:25

'해고 통보' 6년..쌍용차 노동자의 죽음은 계속된다
한겨레 | 입력2015.05.03. 18:00 | 수정2015.05.0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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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현장에서]

쌍용자동차가 2646명의 정리해고를 발표한 2009년 4월8일,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오아무개씨가 목숨을 끊었다. 그해 5월27일 뇌출혈로 쓰러진 엄아무개씨가 숨졌다. 같은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경기도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을 포함한 수만 명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죽음은 계속됐다. 쌍용차 해고자들이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세우고도,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쌍용차 해고자 김정욱·이창근씨가 복직을 외치며 쌍용차 평택공장 안 굴뚝에 오른 지난해 12월13일에도 해고자와 그 가족이 세상을 등졌다. 세계 노동자의 기념일인 노동절에 희망퇴직자 김아무개(49)씨가 전날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8번째 죽음이다.








대량 정리해고 직후인 2009년 6월 쌍용차지부가 벌인 쌍용차 노동자 284명의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85%가 우울증 증상이 있다고 답했다. 2011년 평택대학교의 해고자 등 457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의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52.5%가 '그렇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한겨레>가 56명의 해고자한테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7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쌍용차 정리해고는 정당했다"는 판결로 복직의 꿈에 찬물을 끼얹었다. 쌍용차 해고자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음을 알리는 적색 경보음은 점점 커져만 간다.

김씨는 1월26일 쌍용차 노사가 정리해고 사태 뒤 처음으로 마주앉아 교섭을 시작하자 '희망의 불씨'를 본 듯하다. 생활고와 정신적 고통으로 심리치료를 받던 김씨가 옛 동료한테 전화를 걸어와 교섭 상황을 물었다. 하지만 회사는 4월28일 11차 교섭까지 "경영상태가 복직 시점을 이야기할 수 없는 상태"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김씨는 이틀 뒤 세상을 등졌다.

쌍용차지부는 3일 성명서를 내어 "의미 있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긴급재난구조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6일 12차 교섭이 열린다.

김민경 기자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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