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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제주 강정 주민들에 수백억 구상권 청구 방침
등록 :2015-07-31 17:17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제주/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제주/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기지 건설 방해로 공사 지연…삼성에 273억 물어줘야”
주민들 “환경 규정 안 지켜 제주도가 공사 중단시킨 것”
군 당국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공사가 지연된 데 대해 건설업체에 273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해군은 “반대 시위로 공사가 지연된 만큼 시위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강정마을 주민들은 “공사 지연 책임을 주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31일 “대한상사중재원이 지난 6월 삼성물산이 ‘제주기지 공사 지연으로 손실을 입었다’며 정부에 요구한 배상 규모를 273억원으로 중재했다”며 “사업을 담당한 해군이 확정된 배상금 마련을 방사청에 요구해 방사청에서 현재 예산을 확보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군기지 1공구 항만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애초 “사업이 14개월 남짓 지연되면서 자재 임차료와 근로자 대기 및 철수비, 육·해상 장비 대기 비용 등의 손실을 입었다”며 해군에 360억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대한상사주재원은 이 가운데 250억원만 인정하고 여기에 이자 비용 23억원을 보태 모두 273억원의 배상액을 결정했다고 해군이 전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1966년 중재법에 따라 설립돼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중재, 조정, 알선하는 상설 법정 기관으로 단심제로 운영된다.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배상금 273억원을 군 전력증강 예산인 방위력 개선비에서 충당할 방침이다.
해군은 “해군기지 건설이 지연된 것은 공사 반대 운동을 벌인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등 때문”이라며 이들을 대상으로 구상권을 행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군은 2010년 삼성물산과 크루즈 선박 2척이 정박할 수 있는 부두 건설 계약을 했지만, 착공이 지연되다가 2012년에야 공사가 시작됐다. 해군 관계자는 “당시 공사 반대 시위자들이 공사장 입구를 막고 공사 부지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는 등 반대 시위 때문에 공사가 지연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들에게 배상액 273억원 전부를 청구할지, 아니면 일부만 청구할지, 또 일부만 한다면 얼마나 청구할지 등은 여러가지 당시 상황을 검토해야 한다”며 “검토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최종 결정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장은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서 공사를 중단시키느냐”고 반발했다. 그는 “당시 공사가 늦어진 것은 환경 보호를 위한 오탁방지막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자 제주도가 공사를 중지시키는 등 해군과 건설업체가 규정을 지키지 않아 그렇게 된 것이고, 또 여름철에 태풍이 와서 공사를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 몇몇은 당시 시위 때문에 공무집행 방해나 주거침입 혐의 등으로 물게 된 벌금 5억원도 제대로 못내고 있는데 이번엔 몇 백억원이나 되는 돈을 물어내라는 것은 마을을 아주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