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을 말하기 전에 이 사회의 현실을 말하라!!

2015/08/30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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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은 낭만주의 우등생이었다

등록 :2015-08-2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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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대 후반 10살 학생 때의 스탈린.(맨 뒷줄 가운데) 동년배들보다 몸집은 작았지만 여러 질병과 사고를 견디고 우등생이자 스타 합창단원이 된다. 이 사진을 찍자며 이렇게 자리 배치를 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시공사 제공

1880년대 후반 10살 학생 때의 스탈린.(맨 뒷줄 가운데) 동년배들보다 몸집은 작았지만 여러 질병과 사고를 견디고 우등생이자 스타 합창단원이 된다. 이 사진을 찍자며 이렇게 자리 배치를 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시공사 제공

 

개인사 통해 러시아혁명 당위 묻는
 새로운 방식의 평전이자 역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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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스탈린
-강철 인간의 태동, 운명의 서막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지음, 김병화 옮김시공사·3만2000원

 

러시아 정교회의 사제를 꿈꾸던, 낭만주의 시인이기를 바랐던 한 청년이 있었다. 소싯적에는 싸움꾼 소리도 제법 들었지만 학교 합창단원으로 활동할 만큼 감수성 충만한 소년기를 보내기도 했다. 제화공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했지만 제법 공부도 잘해 우등생 소리를 들었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던 이 청년은, 하지만 역사상 가장 무자비한 독재자이자 대량 학살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러시아 볼셰비키혁명에서 레닌, 트로츠키, 부하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지금은 사라진 냉전시절 강대국 소련을 급속히 산업화시켰으며, 집단농장화로 수많은 농민들을 희생시켰던, 시베리아 수용소군도나 피의 숙청, 한국전쟁 등으로 우리 기억에 떠오르는 사람, ‘스탈린’ 이야기다.


<젊은 스탈린>은 스탈린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기 전, 즉 1878년 출생부터 1917년 10월 혁명 이전까지의 삶을 추적한다. 혁명 참여와 권좌에 앉기까지, 그리고 광포(狂暴)한 정치적 행보가 스탈린의 진짜 모습 아니냐고 말할 수 있지만, <젊은 스탈린>은 젊은 시절 스탈린을 고찰함으로써 일견 절대 악처럼 보이는 스탈린이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새롭게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은이는 한발 더 나아간다. “나는 스탈린을 형성한 것은 비참한 어린 시절보다 훨씬 더한 것이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한다. 소련을 형성한 것이 마르크스주의 이데올로기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라는 사실과 같은 맥락이다.” 스탈린이라는 창으로 소련이라는 국가 탄생의 전말을 보고자 한 것이다.


사제와 시인을 꿈꿨던 스탈린의 젊은 시절은 단지 장밋빛은 아니었다. 생부로 추정되는 사람만 서너 명인 스탈린은 공인된(?) 아버지 베소의 폭력을 견뎌야 했는데, 그 결과 스탈린도 싸움꾼으로 자라났다. 10대 후반을 보낸 신학교에서는 엄격한 규율을 파괴하기 위해 시를 버리고 빅토르 위고의 <1793년>과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 알렉산드르 카즈베기의 소설 <부친 살해> 같은 금서는 물론 마르크스주의 관련 저작들을 읽다가 징벌방에 갇힌 적도 여러 번이었다. “최고의 학생이었지만 가장 못된 학생”이었던 스탈린은 신학교에서 “혁명의 물에 이제 막 발을 담근 급진파 학생”으로 옮겨갔다.


신학교에서 쫓겨난(혹은 제 발로 나온) 스탈린은 트빌리시 기상관측소 수습 관측사로 위장 취업해 여러 파업을 주도했다. 노동자들은 “존경하는 태도로 이 젊은 설교자”의 강연을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스탈린은 “진짜 영웅은 오직 한 명, 그 자신뿐”이라고 생각했다. 스탈린은 신학교에서 쫓겨난 소년들을 휘하에 두고 ‘사도’를 자처하기도 했는데, 젊은 시절 부르던 이름을 따 스탈린을 따르는 사람들을 ‘소소주의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여러 곳에서 방화와 소요를 주도했던 스탈린은 시베리아 유형에서 돌아와 마침내 1905년 레닌과 만나게 된다. “상상 속에서처럼 위풍당당한 거인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마르크스주의 혁명에 대한 광적인 헌신에 지배”된 레닌을, 스탈린은 흠모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레닌과의 의견 대립도 불사했다. 토지 국유화를 제안한 레닌에 맞서 스탈린은 농민들에게 토지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권을 잡은 뒤 “집단농장 캠페인을 벌여 농민 1000만 명의 죽음을 처리하게 될” 스탈린과, 레닌에 맞선 스탈린은 같고도 다른 사람이었다.


사실 레닌은 애초에는 스탈린한테서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럼에도 “혁명을 위해 더러운 일”을 척척 해내는 스탈린을 신뢰하기 시작했다. “작지만 유용한 기금 모금 작전의 효율적인 대부”였던 스탈린은 갈취, 화폐 위조, 약탈, 은행 강도, 해적질, 보호 명목의 금품 요구 등 “더러운 일”을 서슴없이 자행했다. 신학교 시절 다진 독서와 글쓰기 덕에 정치적 선동과 저널리즘에도 능했지만, 이런 일들이 오히려 부차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레닌은 보안에도 능하고, 때에 따라 폭력도 불사하는 스탈린을 난관에 부딪친 10월 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부관으로까지 인식했다.


지은이는 스탈린의 젊은 시절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레닌 등 10월 혁명의 주인공들이 “혁명 이전에 각자가 거느리던 무자비한 음모가들의 작은 그룹을 모방하여 기묘한 소비에트 시스템을 만든” 점을 든다. 무명 시절부터 몸에 밴 “언제나 똑같은 비밀주의 방식”을 세계 최대 제국의 정권 형성 때도 답습했다는 것이다. 이야말로 “레닌-스탈린주의 비극”이라고 저자는 일갈한다. 그런 점에서 <젊은 스탈린>은 스탈린이라는 한 인물을 통해 혁명의 당위를 묻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평전이자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
장동석/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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