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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 손자·손녀에게 연간 1500만원 쓴다
등록 :2015-10-01 17:14수정 :2015-10-01 17:39
하나은행,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 대상 조사
부동산 임대료·배당 수입 등이 연간 소득의 절반
99% “가격 떨어져도 부동산 처분하지 않을 것”
5만원권 지폐. 한겨레 자료 사진
5만원권 지폐. 한겨레 자료 사진
우리나라 부자들은 돈을 어떻게 굴리고 있으며, 어디에 많이 쓰고 있을까? 국내 자산 규모 1위 금융회사인 하나은행이 1일 펴낸 ‘2015년 부자 보고서’에서 이런 궁금증을 풀 수 있다. 다만 이 보고서는 하나은행이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탓에 부자들의 생태계를 정확히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다.
먼저 부자들은 돈을 어떻게 벌고 있을까? 설문에 참여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들은 보유하고 있는 재산에서 얻은 소득이 전체 연간 소득의 40%라고 응답했다. 부동산·금융자산의 매매 소득이나 해당 자산에서 발생하는 임대료·배당 수입 등이 연간 소득의 절반에 가깝다는 것이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비중은 각각 29%, 23%에 그쳤다.
보유 자산 중 부동산이 48%를 차지했다. 특이한 점은 하나은행의 같은 조사에서 2008년(51%) 이후 2013년까지(44%)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꾸준히 떨어지다가 지난해 반등한 대목이다. 보고서는 “아파트 재개발·재건축과 금리인하 등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연이어 발표된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부자들은 앞으로 보유한 부동산을 월세나 반전세로 바꾸겠다는 뜻을 강하게 드러냈다. 지난해 기준으로도 월세(33%) 비중이 전세(32%)나 반전세(30%) 비중 보다 높았는데, ‘향후 월세 또는 반전세로 전환할 의향이 있는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71%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부자들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다. 부자들은 향후 부동산 경기를 ‘현 상태로 정체’(36%) ‘일시 정체 후 완만하게 침체’(30%), ‘빠르게 침체’(4%) 등 비관적으로 내다보면서도, 앞으로 부동산 자산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2013년(9%), 2014년(10%) 보다 올해(15%) 더 많이했다. 특히 앞으로 가격이 30% 이상 떨어져도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겠다는 응답은 1%에 그쳤다. 설문을 진행한 김지현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충격을 감내할 수 있는 여타 자산이나 소득이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부자들은 연금이나 사회보험 등 노후 준비에 쓰는 돈을 늘려가고 있다. 설문 응답자 가구의 월평균 지출은 972만원으로 집계됐는데, 그 중 30% 가까이인 262만원을 연금보험료 등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나타난 연금 및 사회보험 지출 비중에 견줘 30%나 늘었다. 보고서는 “앞으로도 연금과 사회보험 쪽 지출 비중을 더 늘리겠다는 응답 비율이 16%나 됐다. 부자들이 연금 등을 은퇴 준비의 수단으로 중요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금 및 사회보험외에 지출 비중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항목은 ‘문화 및 레저’(상승률·22%)와 백화점쇼핑(13%)이었으며, 줄어든 항목은 ‘의류 및 잡화’(12%), ‘자녀 사교육비’(6%) 등으로 집계됐다.
부자들은 손자와 손녀에 지출하는 비용도 평균 연간 1486만원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부자들의 손주 지출 비용은 연간 1865만원으로 전국 평균값보다 높았는데, 이 중 손주 교육비 지출비용이 979만원으로 절반 남짓 차지했다. 특히 자녀 세대와 가까운 거리에 살수록 손주에 대한 지출도 늘어났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