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감시장치 드론을 파업장에 띄우는 풀무원, 봉건영주를 꿈꾸는가?

2015/10/2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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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이 풀무원 노조파업장에…왜 띄웠을까?

등록 :2015-10-21 19:56수정 :2015-10-22 13:08

 

 


근로조건 개선합의 이행 촉구하는
 화물노동자 농성장 수차례 채증
 풀무원쪽 “직원이 개인적 사용”
 “위협 없는데 불법 무단수집” 지적

 

풀무원이 무인항공기 ‘드론’을 이용해 파업중인 화물노동자들을 감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이 쟁의중인 노동자들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드론을 활용하다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윤종수 화물연대 풀무원분회의 분회장은 2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하루 앞두고 있던 지난달 22일과 이번달 8일에 농성장 상공에서 드론을 목격했다”며 “화물차로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농성을 벌였는데, 농성장 내부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드론으로 상공에서 촬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경찰서 관계자는 “풀무원의 자회사인 엑소후레쉬물류 쪽에서 파업중인 화물연대 풀무원분회원들을 채증하기 위해 (사쪽에서) 드론을 띄운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노조 쪽에선 풀무원 쪽의 드론을 이용한 노동자 감시가 처음 드론을 발견했을 때보다 오래됐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윤 분회장은 “드론을 처음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자 경찰 쪽에서는 ‘사쪽에서 띄웠다. 띄우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또 띄웠다’고 말했다”며 “우리가 처음 발견한 지난달 22일 전부터 드론으로 촬영해왔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풀무원 쪽에서는 드론을 띄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회사 차원이 아닌 직원 개인이 띄운 것”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풀무원의 한 관계자는 “화물연대 풀무원분회는 정식 노조가 아닌 개인사업자들의 조직으로 풀무원과 계약된 전체 700여명의 운송기사 중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들의 불법·폭력행위가 심각해 이를 입증하기 위해 자회사 직원이 개인적으로 드론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풀무원 쪽에서는 “현재는 드론을 띄우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사 목적으로 개발된 드론은 최근 항공촬영, 배달운송, 실종자 수색 등 다방면에서 활용되면서 민간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기술로 꼽히고 있다. 드론을 노동자 감시에 활용한 데 대한 위법성 논란도 일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류하경 변호사는 “드론을 이용해 타인을 몰래 찍는 것이 불법이듯이 당사자 동의 없이 농성장 안에서의 활동 등 개인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지만, 경찰 쪽에서는 정식으로 법리 검토를 하진 않았다는 전제 아래 “당사자가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촬영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농성 그 자체가 ‘위력을 가하는 행위’는 아니라고 해도, 장기간 이어진 충돌의 연장선으로 해석한다면 불법이 아니란 설명이다.


풀무원 화물노동자 40여명은 충북 음성군 대소면 엑소후레쉬물류센터 인근에서 지난달 4일부터 파업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회사가 경비 절감을 위해 인력을 과다하게 축소하는 바람에 노동강도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높아져 산재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지난 1월 회사 쪽과 근로조건 개선에 합의하는 협약을 체결했지만 협약 내용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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