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우울 2010/05/24 19:52

어디에 사는가가 중요해서

만나는 사람들이 정해지고,

사고방식과 생활 방식이 달라진다.

 

블로그는 일종의 집이라서

어디에 개설하느냐에 따라 만나는 사람들이 정해지고

심지어 그에 따라 생활방식도 사고방식도 달라진다.

 

사는 곳에 어울리지 못할때가 있다.

가난한데 강남의 지하방에 비싼 월세내고 세들어살아도 괴롭고

도시사람이 갑자기 시골로 내몰려 살아도 괴롭고

시골사람이 서울 살아보겠다고 이사해도 갑갑하고 괴롭고

 

살던 곳이 갑갑해지는 건 왜일까...

 

뭔가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고 싶은데

별로 쓰고 싶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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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4 19:52 2010/05/24 19:52

태양의 발견

from 우울 2010/04/19 12:39

밤은 길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눈부신 햇살이 블라인드 틈으로 멀리에서부터 찬란하게 스며든다.

그것은 행복이라기 보다는 기쁨에 가까운 감정이다.

 

이런 감정에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써내려갈 수가 없다.

 

마약과도 같은 햇볕.

눈을 뜨면 햇볕을 찾는다.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면, 나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구름을 통해 만져지는 차가운 햇볕은 내 갈증을 더욱 배가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깨어있는 동안 끊임없이 상기되는 햇볕의 결핍,

창가의 식물들 곁에 주저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나의 무력함과 무의미하게 지속해야만 하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햇볕만 있으면, 햇볕만 따듯하고 강하고 풍부하게 내리쬐어 준다면

나는 그 모든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 그저 햇볕에 감사하고

온기를 흡수하고 주어진 삶을 받아들일텐데.

 

태양은 꼭 필요한만큼 먼 곳에서 나를 차갑게 응시하고 있다

 

너무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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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9 12:39 2010/04/19 12:39

행복한 몽상

from 우울 2010/04/01 17:28

우울과 몽상.

행복에 대한 두려움.

나는 왜 행복을 두려워할까?

행복이란 전형적인 것이라는 생각때문이다.

 

최근 들어, 생각의 날이 서지 않을 뿐 아니라 글도 잘 쓰지 못한다는 느낌이 자주 든다.

한 주제에 대해서, 나 스스로의 답을 만들어 내지도 못하고

적당한 단어를 떠올리지도 못한다.

 

생각도, 글도 멈춘지 너무 오래 된 것이다.

 

무언가를 보기 위해 나가기는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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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1 17:28 2010/04/01 17:28

계몽주의와 우생학

from 우울 2010/03/05 22:21

계몽주의와 우생학

 

잘 어울리는 한 쌍이랄까. 소리내어 읽어봐도 참 괜찮다.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계몽의 주체와 우생학의 주체 혹은

그 뿌리가 서로 많이 다르지 않을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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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5 22:21 2010/03/05 22:21

사실은

from 우울 2010/03/05 22:01

그저 혼자 있고 싶은 거다.

사람들을 만나 낭비한 시간은 지금까지로도 충분했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혹시나 뭔가 있을까 싶어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분히 지루하고 재미없고 그저 그랬다.

그게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랬다.

 

뭔가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고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두어명의 친구들은 각자의 길을 갔다.

나도 이제 내 길을 가야지.

그게 뭔지는 몰라도.

 

호기롭게 말해도 어떻게 먹고 살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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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5 22:01 2010/03/05 22:01

부산

from 개토가 개토에게 2010/03/02 16:29

 

 

부산, Oil Pastel, 20x29cm

 

 안녕, 개토

오래간만이구나.

김상이랑 10년이나 함께 지냈다니 깜짝 놀란 기념으로 부산에 다녀왔어.

몸이 아파서 거의 방에만 있었지만, 그래도 밤바다는 잠깐 볼 수 있었지.

 

나는 언제나 그렇듯 약간 슬퍼.

그래도 저 그림에 3개의 원이 있는 게 재밌어. 살짝 불안한 세 개의 원. 

세 개의 원이 있는 풍경.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아무 것도 못쓰겠다.

곧 또 쓸게. 안녕.

 

2010/03/02 개토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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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2 16:29 2010/03/02 16:29

글쓰기의 무게

from 우울 2010/02/24 11:47

시간의 흐름을 잘 못느끼고 사는터라,

굉장히 오랜 시간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지는데

한 일주일쯤 된 건가.

 

공중에 떠서 가라앉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자리를 잡고 차분해지고 싶다.

들 뜬 기운을 붙잡아 재우고 싶다.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내뱉지 않고는 답답해 죽는 성격이라

주변의 사람들과 종종 마찰이 있었다.

 

나는 무엇에 대해서든 명확한 의견을 갖지 못하면 괴롭고

의견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또 명확하게 주장하지 못하면 괴롭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둥글어진다는데 나는 갈 수록 모가 난다.

날이 선다.

좋게 좋게 말하는 건 비겁한 거라고 생각해 버린다.

 

사회로부터 밀려난다는 느낌. 사실은 내가 사회를 밀어내고 있는 거지만.

 

날씨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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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4 11:47 2010/02/24 11:47

왜 슬플까

from 우울 2010/02/24 01:45

내 글에 대해 슬프다는 글을 쓰셨다.

나는 왜 슬픈지 잘 모르겠다.

나는 비난을 한 게 아니라 비판을 했고, 내 비판이 여전히 옳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상처받지 말아요. 하고 말해주고 싶다.

상처받을 일이 아니다.

사실은, 좀 더 다정하게 말해주고 싶지만...

 

나흘을 꼬박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무리하게 짧은 일정 내에 좋은 작업을 하기 위해서 머리를 싸매고 일했다.

그리고는 그 댓가로 작업을 거절당했고,

당연히 시안이 통과되지 못한 비정규직 프리랜서는 상응하는 임금을 요구조차 못한다.

마음에 드는 작업이 생명을 얻어 사회로 나가지 못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상처받아도 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나다.

 

생각이 많이 있었는데,

덧글을 달아주신 분 가운데 '디자인은 취향의 문제여서'라는 글을 쓰신 분이 있어 또 발끈한다.

디자인은 단순히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디자인은 생각의 방식, 혹은 철학의 문제다.

취향이라는 건 보라와 노랑이 더 마음에 드나 빨강과 파랑이 더 마음에 드나의 문제다.

그러나 디자인을 선택한다는 것은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가의 문제다.

 

3.8 여성대회 포스터는 아래의 것으로 정해졌다고 민주노총 자료실에서 보았다.

(포스터에 대한 결정은 민주노총이 아니라 공동기획단에서 내려진 것이다)

 

 

나는 이 포스터를 만든 사람을 모르고, 그 사람에 대해 모욕할 생각으로 이 글을 쓰려는 것이 아니다.

상대에 대한 애정을 따듯하게 표현하는 것만큼

폐부를 찌르는 비판도 사람을 키우는 데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 비판의 글은 분노에 의해 비이성적으로 쓰인 것이 아니었다.

나는 오랫동안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왔고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글을 썼다.

 

나는 저 포스터가 나쁜 포스터라고 생각한다.

저 포스터는 관료주의적인 결정의 또다른 전형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 번 나의 글이 더더욱 옳았다고 믿게 되었다.

 

포스터 등을 의뢰하면서 구체적으로 관료적인 요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결과는 대부분의 경우 관료적으로 나온다.

이유는,

 

첫째로, 심지어 새로운 것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에도

실은 그들의 머릿속이 열려있지 않아 진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디자인 하나쯤은 우습게 여긴다.

원래 디자인이라는 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취향'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디자이너는 일시적으로 자신들의 말을 꾸며주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일 뿐이고,

그들이 디자인에 관해 더 큰 권한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결정은, 그 운동의 '전문가'들인 당신들이 하게 되는 것이다.

 

두번째는, 디자이너를 스스로가 그런 관료적 결정을 이미 몸에 터득하고 있으며, '효율성', 즉 바쁜 시간에 쫓겨 어떻게든 결과를 내야하는 상황에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면서 대충 관료적 요구를 만족시킬 디자인을 해내기 때문이다.

 

저 포스터의 현란한 기교들은 그저 기교에 불과하다.

내가 저 디자이너와 관계있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작업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주었을 것이다.

내 작업에 내가 확신을 갖게 해준 사람들은 내게 무조건 잘했다고 말해준 사람들이 아니다.

내가 잘못했을 때 그건 아니라고 말해준 사람들이다.

 

운동사회는 왜 비판을 못받아들이나.

비판을 하면 슬퍼한다.

무슨 피해자라도 된 것 같다.

비판 앞에 당당하고 쿨해지면 좋겠다.

 

한국사람들은 비판을 못받아들인다.

학교에서 작업을 하면 우리는 수업시간 내내 서로를 비판해야 한다.

요식적으로 서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이 아니다.

교수는 미친듯이 밤을 새며 해낸 작업에 대해 쉽게 아니라고 말한다.

한국 학생들은 비판을 받으면 운다.

교수가 왜 자기만 싫어하는지 모르겠단다.

그런 한국 학생들도 자꾸 비판을 받다보면 그 교수에 대해 결국 감사하게 된다.

나는 비판을 받고 우는 외국학생은 본 적이 없다.

울더라도, 자신의 부족에 대해 괴로워하는 눈물이다.

그들은 비판을 받으면 스스로를 평가하고 더 좋은 결과에 대해 고민한다.

 

포스터 디자인.

포스터 한 장이 뭐 그리 대단할까.

나는 그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환경문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생명을 훼손하여 단 며칠을 붙여두기 위해

그런 낭비를 해서는 안된다.

 

포스터는 단 한장에 그야말로, 하고자 하는 말을 함축적으로 담아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아무리 나쁜 포스터도 그 안에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저 포스터를 통해 나는 그들에게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게 된다.

그들은 마치,

복잡한 폭력의 구조에 노출된 청소년들에게 도덕책을 들이대는 무능한 교사같다.

 

저 포스터는 충격받을 것을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거리에 붙은 저 포스터를 보고 누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충격을 받아줄까?

또 비슷한 뭔가를 하나보군 이라고, 나라면 생각할 것 같다.

 

함축적인 의미. 저 포스터에 어떤 함축적인 의미가 들어있을까?

노골적인 계몽주의 외에 나는 어떤 깊고 함축적인 의미가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저 포스터가 이명박에게 위협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극히 일부인 관료들, 당신들만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전국여성대회가 '전국' 여성대회가 되려면, 당신들의 요구가 아무리 옳다고 해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해야만 한다.

그리고 나는, 진실이 담긴 디자인 작업이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누가 결정할 것인가?

나는 그것을 당신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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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4 01:45 2010/02/24 01:45

뒤척이다가 벌떡

from 그림 2010/02/18 04:01

잠이 오지 않아서 벌떡 일어났다.

 

 

 

포스터에 표현된 나신으로 손을 펼쳐 날아가는  여성은

하르피아 라는 그리스 신화 속 괴물에서 착안하게 된 모습이다.

하르피아는 여인의 얼굴에 새의 몸을 가진 괴물로 '약탈하는 여자'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신화 속에서 좋은 이야기는 하나도 안나오지만 강렬한 인상이 남아있어서

강한 여성의 이미지를 표현하기에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 때 투쟁의 분위기 보다는 다양한 이슈들이 산재한 애매한 분위기이며,

발랄하면서도 공격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가져가고 싶다는 설명을 들었다.

처음에는 마녀를 그려볼까 했지만 좀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몸에 당당하고 몸의 주인이 되는 게 여성운동의 기본이 아닐까 해서 나신을 재밌게 표현해보았다.

 

지난 주 수요일인가, 3.8 여성대회 관련 행사를 한다고 한 단체에서 내게 포스터를 부탁했다.

설연휴에 귀성난리를 치고나니 작업시간은 겨우 목, 금, 월 3일,

결국 시간을 넘겨 어제까지 4일 작업해서 보냈다.

위 2개가 그 포스터의 시안이다.

그리고 오늘 시안은 정중하게 거절당했다.

 

메일로,

기획의도나 디자인에는 만족하지만, 대중적으로 나가는 포스터이니 다시 해달라는 의견과

의미가 와닿지 않는다는 의견을 받았다.

 

나는,

 

의견잘 받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반대의견을 주신 분들의 의견을 다시 한번 명확히 듣고 싶습니다.

 

각 단위들에 제 의견을 전달해주시고, 답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의미가 잘 와닿지 않는다는 의견에 대해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말씀하신 '의미'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운동권에서 흔히 선전물을 제작할 때 가장 자주 반복하는 실수가 바로 자신의 '의미',

즉, '하고 싶은 말'만 전달하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안으로 제안해주신 내용을 보면 저는 그러한 비판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본 기획만으로는 이번 여성대회의 '구체적인 의미'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각 단위별로 올 해 여성사업의 중요 이슈가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의미'라는 게

몇몇 단어들로 구성된 공으로 표현된다는 건 너무 식상하고 유치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3.8여성대회는 큰 차원에서의 기본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 '의미'를 통해 각각의 사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포스터의 목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포스터 한장에 할말을 다 써놓는다고 사람들이 그것을 읽어줄 거라 믿는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입니다.

누군가 지나가면서, '이게 뭐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라는 생각의 여지를 만드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만든 포스터가 충분히 3.8여성대회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적으로 나가는 포스터이다보니, 다시 해야한다는 것도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전에도 민주노총의 포스터를 만들었을때

'조합원들을 너무 높이 평가하는게 아니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포스터는 조합원들에게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대중적으로 나가는 포스터이다보니'라는 말은 그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대중들'을 왜 미리 평가하시나요? 무슨 기준으로 평가하시는 건가요?

제 포스터 작업이 부족해서 거절당한다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보내주신 의견만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깊이 고민하고 즐겁게 작업했고, 그 즐거운 에너지가 사람들에게 전달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디자인을 단순히 '여러분이 말하고 싶은 걸 전달하는 도구'라고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디자인은 저에게 그 자체로 하나의 운동입니다.

여러분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노력해왔습니다.제가 받아들일만한 이유를 알려주세요.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더 좋은 작업을 하겠습니다. 
 

라는 답문을 보냈다.

 

그들이 전달하고자 한 의미라는 게 무엇이었을까?

혹시 '이명박 타도'였을까? 정말 그런것이었을까?

사실 그런것이었다는 느낌이 들어 나는 너무 짜증이 난다.

그들은 전에 '노무현을 타도'했고 그 전에는 '김대중'을 타도했고 다음에는 '박근혜를 타도'할지도 모른다.

그럴꺼면 왜 굳이 새로 포스터를 만들어 불쌍한 나무들을 잘라낼까?

만들어놓은 포스터에 날짜랑 장소만 이름만 바꿔 붙이면 될것을.

 

대중적으로 나가는 포스터라 안되겠다는 건 뭘까?

벗고 있는게 문제가 될 것 같다는 뉘앙스였는데, 회의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자기 몸에 대해 당당하지 못한 여성대회라는 게 대체 뭔가?

정말 그게 문제가 되는 거였다면 나는 분노로 돌아버릴지도 모른다.

그게 문제가 되면 오히려 거기에 대해 싸워줄 사람들이 그들이어야하는게 아닌가!

미친 게 아닐까?

 

 

   초상권을 침해했는지 아닌지 모를 이 포스터들도

 

  머리에 새싹을 단 저 알수없는 형체들도

 

되는데, 왜 내 포스터는 안되나.

 

라고 스스로에게 물으면,

저들은 내가 이야기하는게 싫어서 그런거야.

자기들 이야기를 예쁜 그림으로 보기좋게 해주었으면 좋겠는거지.

나는 그저 도구일 뿐이라고.

하지만 나는 스타일리스트가 아니야.

나는 디자이너라고.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누구에게도 아무런 감흥을 줄 수 없어.

 

학교에서 배운 것 중에 쓸만한 말들이 좀 있었지.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앉는 방식을 만드는 사람이지 의자에 색칠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저 포스터는 '무섭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어.

아니, 인권이 무섭지 않으면 대체 뭐가 무서운 거지?

당신들이 해온 인권 운동은 이런 것이 아니었나?

인권에 꽂혀 가슴에서 검은 피를 흘리면서 몸으로 꽃을 피우고 무지개를 만들어내는 그런 거 아니었나?

인권은 말쑥하고 깔끔한게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아파도 웃으며 눈에는 별을 담고 있는 거 아닌가.

나는 인권에 대한 진실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했는데,

그들이 사용한 포스터는,

 

 

 

이 작업을 한 사람에게 아무 감정도 없다 하지만,

대체 나비와 구겨진 편지지가 인권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물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이 포스터는 '조합원들의 수준을 너무 높게 평가한게 아니냐'는 평까지 받았다.

감정을 죽이고 어찌어찌 대중에게 나갈 수 있었지만 나는 속이 많이 상했었다.

소중한 시간을 내서 '관습적'인 시안을 하나 더 만들어 보여주기도 해야했다.

더 나은 시안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관습적'인 시안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나를 미치게 했지만 나는 참았다.

 

웹사이트를 만들어 달래서 가장 효율적인 웹이용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몇번의 설명을 반복하고 동의를 얻은 끝에

결국 '관습적'인 형태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좌절한 적도 있었다.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언제나 담당자는 말한다. '이 판이 좀 그래요.'

 

내 포스터가 엄청 그림도 예쁘고 출륭한 작품이니 건들지 말라는게 아니다.

내 포스터가 정답이라고 우기는 것도 아니다.

세상에 정답이 어디있나? 좋은 질문이 있는 거지.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해서 진실을 표현하려고 하는데

왜 기계적으로 생산된 거짓된 작업은 쉽게 된다면서 진실이 담긴 건 안되냐는 말이다.

 

그림이 꾸질하고 허접해도 진실이 중요한게 아니었냐는 말이다.

 

그래, 저 포스터가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 그게 왜 진실이 아닌지 납득이 가게 설명해라.

받아들이겠다.

 

그들은 관습을 좋아한다.

새로운 것을 무서워하면서 절대로 그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어디엔가 '관습적이면서도 새로운 것'이 있는데 내가 그걸 표현하지 못할 뿐인거다.

내 앞에서는 디자인은 좋은데 라고 칭찬하는 척 하면서

결국 '관습적이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표현하지 못한 내게 책임을 전가한다.

 

이봐,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봐. '관습적이면서 새로운 것'은 없어.

있으면 니가 만들어보라구.

 

관료주의, 관성과 타성에 젖은 사람들. 

내 눈을 마주보고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은 한번도 없었다.

나와 이야기한 담당자들은 늘 이 판은 그래왔고, 자신은 최선을 다했으나 어쩔수 없었노라고 했다.

 

차라리 내 작업이 나쁘다고 말하라. 나는 정말 쉽게 수긍할 수 있다.

입바른 칭찬같은 거 전혀 바라지 않고 그런 걸로 만족안한다.

나는 나 스스로 만족했을때만 만족한다.

너와 내가 다르니 만족도 다르다는 걸 인정할 수 있다.

 

왜 창의적이고 열정적이고 재능있는 사람들이 당신들에게서 떠나는지 생각해 봐라.

답을 못찾겠다면 그게 그들이 당신들을 떠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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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8 04:01 2010/02/18 04:01

Iris

from 개토가 개토에게 2010/01/08 19:06

 

Iris, Oil Pastel, Pen & Pitt Graphit on Cardboard, 16x15cm

개토에게

안녕, 잘 지내? 연락이 없네. 기다리고 있는데.

김상이 가져온 박스종이가 아까워서 거기다 그림을 그렸어.

유화를 그리려고 작은 캔버스에 검은칠을 했어.

캔버스가 너무 작아.

답답한 느낌. 내일이면 마를까. 냄새가 너무 심해서 눈과 코와 목이 아파.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돼.

흰색이랑 검은색 오일파스텔이 떨어졌어.

날씨가 뜨거웠으면 좋겠다.

밖에 나가서 넓은 면이 있는 뭔가를 주워왔으면 좋겠어.

문 같은 거나 식탁같은 거. 문에다 그리면 재밌을 것 같아.

사랑해.

 

2010/01/08 개토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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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8 19:06 2010/01/08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