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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포인트 Glocal Point2021-12-04T00:21:52+09:00Textcube 1.8.3.1 : Secondary Dominant[특집/기조글] 병균들의 연대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http://blog.jinbo.net/glocalpoint/592016-12-09T18:01:55+09:002016-09-22T15:59:31+09:00<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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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388" src="/attach/6789/1138308235.jpg" width="525"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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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style="font-size:12px;"><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안팎</span></span></span></p>
<p><span style="font-size:12px;"><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808080;">글로컬포인트 기획편집팀</span></span></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df 파일 다운받기 <a href="/attach/6789/1157720009.pdf">[1. 기획 - 기조.pdf (192.29 KB) 다운받기]</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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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건강, 이라는 주제를 지금 꺼내 들기에는 때가 적당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건강, 한때의 유행어로 웰빙이니 참살이니 하는 걸로 불렸던 그것이 화두인 때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가 버렸으니 말이다. 요즘의 화두는 그저 생존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렇기에 건강은 지금 더더욱 중요한 주제다.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어쩌면 밑천으로 삼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건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건강이 단지 병 없는 몸, 병 없는 정신을 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웰빙 열풍이 알려 주었던 수많은 팁들에서 알 수 있듯 건강하기 위해서는 돈이, 시간이, 어쩌면 열정까지가 필요하다. 또한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라는 단체의 다양한(?) 활동들에서 알수 있듯 건강이라는 것은 무엇이 병인지를 규정하는, 무엇이 정상인지를 규정하는 권력과 이어져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건강”이라는 것에 관하여.</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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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0080;"><strong>건강한 사회를 위협하는 병균들</strong></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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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약칭 건사연 ― 질병 퇴치 운동 NGO쯤 되어 보이는 이름을 가진 이 단체의 홈페이지(pshs.kr)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퀴어망제 사진보기”라는 커다란 배너다. 퀴어망제란 다름 아닌 퀴어문화축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단체의 홈페이지에 이런 배너가 있는 것은, 이 단체가 “정상적인 성 개념 확립”을 제 1 강령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애만을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인류의 정상적인 사랑이라고 믿는”, 그리고 “남녀 간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결혼 제도만이 정상적인 결혼 제도라고 믿는” 이들은 “대한민국 사회의 육체적, 정신적, 영적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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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건강이 무엇이길래 이런 활동의 이름으로 쓰일 수 있는 것일까? 국어대사전은 건강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무 탈이 없고 튼튼함. 또는 그런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WHO는 조금 더 나아간다. “병이나 질환의 부재 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웰빙의 상태”가 바로 건강이다. 문제는 여기서 탈이니 병이니 하는 것이 무엇인지, 튼튼함이니 완전한 웰빙이니 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열려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결정하면 그것이 사회적으로 합의되는 경우 ― 예컨대 암을 건강의 지표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거나 매우 적을 것이다 ― 도 물론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 동성애는 이미 오래전에 DSM(미국 정신 질환 편람)에서 삭제되었지만 건사연 같은 이들에게는 여전히 치유되어야 할 병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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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59" src="/attach/6789/1062970158.jpg" width="194"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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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style="line-height: 1.6em; text-align: justify;">이런 사례를 우리는 장애의 경우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장애를 누군가의 몸이나 정신이 갖는 결함으로 생각하지만, 다른 어떤 이들은, 적어도 많은 경우, 그것이 단순히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사회적 기준과 인프라가 충분히 보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오는 문제라고 여기고 있다. 누군가가 지하철을 편히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그가 다리를 움직이지 못해 휠체어를 타기 때문이 아니라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세상을 살아보지 못했으므로, 어딜 가나 계단이 아니라 엘리베이터와 경사로가 있는 곳에서 하지마비가 장애일지 아닐지를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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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이처럼 건강을 개인의 문제로 사유할 때에는, 사회적 통념과 기준을 벗어나는 많은 것이 병이 된다. 건강이 정상성과 결부되어 사유될 때, 소위 ‘비정상적인 것’은 병이 된다. ‘비정상적인 사람’은 병균이 된다.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암탉은 그저 자기 자리에서 울 뿐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위협이 된다. 비성소수자가 건강한 사람이자 정상적인 사람이 되면, 성소수자는 그저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회를 위협하는 병균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에이즈니 뭐니 하는 ‘그럴 듯한’ 담론과 결합하면 효과는 더욱 커진다. 티브이에 게이가 나오면 자기네 아들도 게이가 된다는, 그리고는 에이즈에 걸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병균’들이 가진 ‘전염성’이라는 위협에 대한 공포감을 보여주는 가장 흔한 현상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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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trong><span style="color:#000080;">병균들의 건강</span></stron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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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암세포도 생명이잖아, 라고 외치는 사람은 드라마에나 나온다. 병균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물론,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한국에서 병균들 ― 성소수자들, 장애인들, 이주노동자들, 여성들을 물리적으로 퇴치하려는 시도가 흔하지는 않다. 물론 이렇게 말하기에는 많은 폭력이 행해지고 있고, 심지어 그 중 일부는 공적으로, 조직적으로 행해져 왔다. 최근 알려지고 있는, 한센인, 장애인들에게 행해진 강제 불임 시술 및 낙태는 이 병균들이 사회에 파고 들어오는 것을 막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이동을 제한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당사자 및 그 자녀들의 삶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제도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차단하는 시도들 또한 마찬가지다. 이를 테면 중산층 이상의 한국인 (때로는 백인까지도) 비장애인 비성소수자 비청소년 남성을 제외한 다른 모든 병균들은 살상되거나 추방되거나 감금된다. 그들의 삶이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사람들은, 그러니까 중산층 이상의 한국인 비장애인 비성소수자 비청소년 남성들은 관심이 없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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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병균의 건강에 아무런 관심도 없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에이즈 예방약으로 알려진 트루바다 처방 기준에서 찾을 수 있다. 성소수자들 (정확히는 그들이 아는 유일한 성소수자인 듯한 게이 남성을) 비난하는 ― 때로 동정과 연민의 탈을 쓰고 행해지는 그 비난의 ― 가장 흔한 수사는 에이즈의 창궐이다. 그러나 트루바다는 현재 한국에서 HIV/AIDS 감염인 당사자, 그리고 당사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주민등록상 이성인 배우자에게만 처방된다. 저들의 논리에 따르면 에이즈 예방이 가장 절실한 것은 게이 남성들이지만, 그들은 감염된 피해자가 아니라 병균이므로, 약은 그들에게 처방되지 않는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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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장애인의 원활한 생활을 위한 보조기구 기술보다, 태아의 장애를 감별하는 기술이 더 빠르게 발전하는 듯 보이는 것이 단지 착각만은 아닐 것이다. 장애인 활동 보조 지원은 갈수록 줄어들지만 태아 기형 검사는 수많은 지자체들에서 지원하고 있다. 물론 현행법상으로는 장애 태아의 중절은 불법이다. 하지만 부모의 특정 장애 및 유전병을 이유로 한 임신 중절은 여전히 허용되고 있으며, 가족의 강요나 의사의 강권으로 불임 시술을 받는 장애인 당사자 역시 적지 않다. 병균의 전파는 이런 식으로 차단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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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병의 전파나 장애아의 출생까지 가지 않아도 이야깃거리는 충분할지도 모른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의료 서비스에의 접근 자체가 어렵다. 등록 이주노동자라도 통역 가능자가 적은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HIV 감염을 이유로, 혹은 신체 장애를 이유로 치료를 거부 당하는 일 역시 부지기수다. 남성의 신체를 중심으로 의학 연구가 진행되는 탓에 여성들의 질환에 대한 연구는 늘 한 템포 늦다. 어쩌면 사람을 살리기도 바쁜 세상, 구태여 병균들의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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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0080;"><strong>병균으로 태어난 게 잘못일까</strong></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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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병균들의 삶이 건강할 수 없는 것은 마치 원죄인 듯 보인다. 내가 짓지 않은 죄, 그러나 나의 출생에부터 각인되어 있는 죄로서의 원죄 말이다. 개개인의 삶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어떤 것들 ― 성소수자임, 장애인임, 외국인인, 여성임과 같은 것들을 이유로 우리는 건강에 접근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한 가지 더의 원죄를 꼽아 보자면 그것은 가난일 것이다.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고 했던가, 가난이 개개인의 책임이, 숫제 죄가 되어 버린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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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건강을 이야기하면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의료 서비스의 영리화다. 얼기설기나마 의료보험제도가 구비되어 있는 한국이지만, 큰돈이 드는 병은 금세 누군가의 삶을 가난으로 몰아넣곤 한다. 병에 걸리기 전부터 가난했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건강과 맞바꿀 돈조차 없다면, 악순환에 빠져드는 수밖에 없다. 가난해서 병에 걸리고 병에 걸려서 가난해지는 악순환 말이다. 아주 약간의 여유라도 있다면 보험에 가입하는, 병원 갈 돈을 아껴서라도 보험료는 꼬박꼬박 내는 것은 저 악순환을 피하기 위한 또 다른 악순환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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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466" src="/attach/6789/1392398427.jpg" width="700"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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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얼마 전 내 통장에는 칠십만 원 가량의 돈이 들어 왔다. 돈을 보낸 것은 모 실비 보험 회사였다. 만성 요통으로 한 번에 십오만 원짜리 도수치료를 다섯 번 받고서 증빙서류를 제출한 참이었다. 허리는 다 낫지 않았지만 현금이 떨어졌으므로 나의 치료는 중단되었다. 얼마간의 본인부담금이 있으므로 보험금으로 들어온 돈은 칠십오만 원이 채 되지 않았고, 이 돈으로 다시 치료와 보험금 처리를 반복한다 해도 나의 치료는 다시금 중단될 것이다. 그나마 실비 보험 가입이 되어 있는 것, 그래서 잠깐이나마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 내가 가진 행운의 전부였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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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아직 영리 병원이 들어서지는 않았지만, 민영 보험의 활성화는 의료의 영리화를 부추긴다. 누구나가 실비 보험쯤은 가진 요즘, 병원에서는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고가의 치료법을 권유한다. 저 ‘누구나’에 들지 못한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치료법을 실시하는 병원은 갈수록 줄어 간다. 한편, 그렇게 늘어난 치료법에 지불되는 비싼 돈은 누구에게 로 갈까. 내가 낸 십오만 원 중 얼마가 물리치료사의 몫일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내 담당 물리치료사는 거의 종일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진료 ―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첫 방문을 제외하고는 의사의 진료를 거치지 않고 도수치료실로 바로 들어갔다 ― 를 받을 수 없을 만큼 환자가 끊이지 않는 병원이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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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물리치료사 친구는 서른을 넘기지 못하고 일을 그만 두었다. 잠시 휴식을 가진 것이 아니라, 아예 직업을 바꾸어 버렸다. 몸이 견딜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가 전셋집이라도 하나 마련할 만큼 충분히 돈을 번 것도 아니다. 타인의 건강과 또 다른 타인의 수익을 위해 자신의 건강을 버렸을 뿐이었다. 이것은 물론 물리치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 시간은 길고 임금은 낮으며 산재 보험 처리율마저 낮은 한국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언제나 건강을 버리고 목숨만을 유지하는 일이다. 물려받은 것 없이 태어나 노동자가 된다는 것, 적어도 건강에 관한 한 한국에서 가장 흔한 원죄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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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0080;"><strong>병균들의 연대</strong></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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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초록은 동색이고 가재는 게 편이랬다. 아니, 그 말이 틀렸더라도 이제는 맞는 말로 만들어야만 할 성 싶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서로 다른 병균이지만 그래 봐야 같은 병균이다. 장애인 운동은 탈시설을 요구하고 있고 HIV/AIDS 감염인 운동은 요양병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장애인과 HIV/AIDS 감염인은 똑같이 진료를, 나아가 지역사회에서의 생활을 거부당하고 있다. 물리치료사 앞에서 나는 고가의 치료를 몇 번이고 받는 팔자 좋은 사람이었겠지만 직장에서 나는 내 허리를 바쳐 누군가의 돈을 벌어주는 평범한 노동자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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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또한 우리는 서로 다른 병균들만은 아니다. 여성 감염인, 성소수자 노동자, 노숙 장애인 ― 우리는 복합적인 병균들이다. 여러 개의 원죄를 동시에 안고 있는, 그래서 여러 개의 이유 아닌 이유로 배제 당하는 그런 병균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다수는, 이미 사람이 아니라 병균임을.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가 어떤 이유로 병균이 되었는지를. 서로 다른 병균들에게 서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같은 메커니즘에 다른 이름이 붙었을 뿐인 것인지를. 병균들의 건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가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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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그래서 우리는 만나 보기로 했다. 다양한 병균들을. HIV/AIDS 감염인을, 여성 노동자를, 장애인을, 노숙인을, 트랜스젠더와 여성 파킨슨병 환자를. 이 수많은 병균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생각과 어떤 일을 함께 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해 보고자 했다. 이제 겨우 시작이지만, “건강”이라는 제목의 특집으로, 그 만남들의 결과물을 내어 놓는다. 이것이 우리가 더 많은 병균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병균들의 건강을 챙기는 사회를 만드는 첫 단계가 되기를 바란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이 글에는 두 가지의 “우리”가 등장한다. 하나는 이 웹진을 만들고 있는 우리고, 또 하나는 이 웹진을 읽고 있는 우리다. 서로 달라 보이는 두 집단을 하나의 단어로 묶어 칭한 것이 억지가 아니기를 바란다. 우리가 같은 병균이기를, 함께 읽고 쓰는 우리가, 다른 곳에서도 함께이기를, 바란다. <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 GP </span></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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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388" src="/attach/6789/1403243932.jpg" width="525" /></p>
<p>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함께 이야기 나눈 날 </span></span><span style="line-height: 1.6em;"> 6월 15일 (수) 오후 7시</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이야기 나눈 곳 </span></span>/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까페 어슬렁 정거장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6400;">사회</span></span> / <strong><span style="color:#008080;">목련 </span></strong>(웹진 <글로컬포인트> 기획편집팀)<br />
<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6400;">이야기손님</span></span> /</p>
<p style="text-align: justify;"><strong><span style="color:#008080;">권미란 </span></strong><span style="color:#008080;">(에이즈환자 건강권 보장과 국립요양병원 마련 대책위원회)<br />
<strong>박사라</strong> (홈리스행동) <br />
<strong>윤경</strong>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br />
<strong>심희선 </strong>(보건의료노동조합 고려 수 요양병원 지부장)<br />
그리고 함께 한 참석자들 </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6400;">정리</span></span> <strong><span style="color:#008080;">나영</span></strong> (웹진 <글로컬포인트> 기획편집팀)</p>
<p style="text-align: justify;">* pdf 파일 다운받기 <a href="/attach/6789/1060998251.pdf">[2. 기획 - 집담회.pdf (367.78 KB) 다운받기]</a></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NGA)는 작년 7월부터 노동, 여성, 생태/환경, 장애, 이주, LGBT/퀴어, 청소년 운동 등 다양한 운동 영역의 주체들이 연대하고 만나며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체적 쟁점들을 고민해보기 위해 <노동, 생산/재생산의 전환을 위한 연속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야기를 진행해나갈수록 매 간담회에서 확인되는 것은, 우리에게는 단지 연대가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가 어떤 ‘도달해야 할 가치’ 또는 한 번도 제대로 의심해보지 않았던 현재의 가치 체계와 위계에 대해 완전히 뒤집어보고 새로운 가치 체계로 전복하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br />
특히, 지난 해 10월 진행되었던 3차 간담회에서는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이라는 주제로 생산성과 효율성 중심의 노동구조에서 어떤 위계와 배제가 조직적․인식적으로 이뤄지는지 살펴보고 우리 사회의 ‘정상성’의 기준에 따른 몸의 위계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 자리에서 좀 더 중요한 문제의식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웹진 3호의 특집을 ‘건강’으로 잡고 ‘건강’ 가치와 기준이 어떻게 다양한 방식으로 현재의 위계들을 가로지르는지 좀 더 고민해 보기로 했다. <br />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했다. ‘건강’의 기준과 가치, 효율성에 따라 건강한 몸과 그렇지 않은 몸을 가르고, 누군가에게는 건강할 권리조차 빼앗으며, 누군가에게는 ‘건강한 사회’를 해친다며 범죄자 취급, 세금낭비자, 안보&국방에 위협이 되는 ‘위협요소’로 취급하는 사회에서 누가, 어떤 현실을 경험하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지점들을 함께 경험하고, 목도하고 있는지,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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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span style="color:#000080;">질병, 장애, 빈곤, 연령, 성별, 노동 등 다양한 교차점에서 경험하는 ‘건강’의 문제들</span></stron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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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40E0D0;"><em>건강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이다. 또한 그런 만큼 한 사회의 평등이나 사회정의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건강한 상태’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회와 국가는 끊임없이 개인들의 건강에 개입하고, 기술과 자본은 점점 더 적극적으로 건강을 시장의 영역으로 더 넓게 확장해가고 있다. 건강하지 않은 사람, 건강할 자원이 없는 사람, 그럴 자격이 없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방치되고, 밀려나고, 쫓겨난다. 집담회에 모인 이야기손님들과 참석자들은 이런 각각의 경험들을 풀어놓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em></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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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심희선</span></span> 보건의료노동조합 고려 수 요양병원 지부장<br />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이 병원은 230 병상 정도의 재활 전문 요양병원인데, 20대를 거의 다 보냈다. 여기서 주로 하는 일은 뇌손상 환자, 척수 손상 환자들. 뇌졸중, 중풍 등 뇌혈관 질환, 파킨슨병 등. 뇌에 질환이 생겨서 신체장애를 가지게 된 분들, 사고로 척수를 다쳐서 하반신 마비 등을 지니게 된 분들 등의 물리치료를 하는 일이다. <br />
치료사들은 70여명 정도이고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가 있는데, 물리치료사는 신체적인 역할, 작업 치료사는 심리치료와 식사 보조 등의 역할을 한다. <br />
우리는 환자들과 보통 1:1로 치료를 하는데 8시간에 열 세 분 정도 치료를 한다. <br />
신체를 사용할 수 없는 부분을 도와드리는데 여성 직원들은 환자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덩치가 크든 작든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모두 노동자 개인의 기술로 평가된다. 환자를 옮기다가 디스크, 관절, 손목 인대 등 근골격계 질환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디스크가 터진 후 다음 날까지 일을 하다가 바로 다다음 날 그만둔 직원도 있다. 매년 디스크, 손목이 나가는 직원들이 생기는데 누구도 산재 신청을 하지 않고, 산재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상황이다. <br />
게다가 산재 신청을 하고 나서 강등을 당하기도 한다. 산재 신청을 하지 말라고 계속 권유하고, 그래도 할 경우 “지켜줄 수 없다”, “왜 스스로 병신이 되려고 하냐”, “왜 산재 기록을 스스로 남기려고 하냐”는 등의 말을 한다. 결국 당사자는 강등된 이후 기계 치료 업무를 보고 있다.<br />
2015년에 노조 설립을 하고 처음에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만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3년짜리 소모품이나 건전지처럼 갈아 끼워지는 상황이 너무 많다. 5년차 이상을 본 적이 없다. <br />
우리의 삶의 질이 환자에게도 전해질 것이다. 5년차 미만에게 재활의 프로가 되고 꽃을 피우라는 요구를 한다. 10년 이상의 치료사는 오히려 뽑지 않고, 환자들은 치료받을 권리를 빼앗기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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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박사라</span></span> 홈리스행동<br />
노숙인들은 병원에 가면 엄청난 차별이 기다리고 있다. 노숙인 의료급여를 받아서 병원에 가면 ‘노숙인 1종’이라고 찍혀있고 면전에서 “노숙인이래”라는 등의 말을 한다. 굉장히 수치심을 느끼기 때문에 차라리 병원 안가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다. <br />
응급실도 굉장히 외진 곳에 배치되어 있다. 예전에 모 시립병원에 병문안을 간 적이 있는데 노숙인 병동이 따로 있고, 넓은 공간에 병상만 열 개 넘는 침대가 놓여있었다. <br />
서울역에서 상담 활동을 하는데 치아가 가장 취약하다. 이미 너무 마모가 되어서 틀니조차 못하고 아무것도 못 먹고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다. 해를 거듭하면서 하나씩, 두 개씩 빠지거나 아예 맨 입으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고, 틀니도 잃어버리고... <br />
무료급식도 식단 자체가 건강하지 못해서, 이걸 드시는 분들이 아무 힘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노가다, 폐지 수집, 거리 노숙 등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건강을 챙기기는 더 힘들다. 당뇨, 관절, 혈압 관리 등이 심각. 신경통, 관절 문제 류마티스 등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주거와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견강을 스스로 챙길 수 없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이 얘기를 하다가 박사라 씨는 목이 메여 잠시 이야기를 멈췄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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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375" src="/attach/6789/1140082144.jpg" width="250"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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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권미란 </span></span>에이즈환자 건강권 보장과 국립요양병원 마련 대책위원회<br />
HIV/AIDS 감염인 인권운동은 10여년 정도 되었는데 90년대 후반부터 감염인들의 자조 모임이나 온라인 모임이 생기기 시작해서 대사회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중반 무렵부터였다. 원래 <나누리+>라는 HIV/AIDS 감염인 단체가 있는데 이 단체에서는 사실 우리가 건강, 의료 운동을 하는 곳인지, 환우회 같은 것인지 아무튼 이런 정체성이 그리 강하지는 않았다. 질병의 경중에 따라 약을 먹는 행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러 가는 행위가 있을 때만 감염인이거나 환자라는 상태를 인지하는 사람들도 있고, 에이즈가 좀 진행이 됐을 때는 중증 환자도 있기 때문에 단체의 정체성에 환자, 건강권 얘기가 크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 상 의료, 보건 영역에서 문제가 많아서 운동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br />
회복될 수 없는 손상을 입은 경우 장애등급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활동을 하셨던 분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감염인들이 이 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는 상태이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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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윤경 </span></span>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br />
장애인들은 4년 째 광화문 지하역사에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많이 닿아 있고 닮아 있기도 하다. <br />
신체 장애인은 아무튼 일단 병원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거의 어렵다. 장애인 건강권에 관한 법이 있는데, 장애인 지정병원이나 주치의 제도에 관한 사항도 거의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로 되어 있어서 재정자립도가 되어 있지 않은 지역에서는 지정병원을 굳이 하지 않는다. 이런 지점에서는 노숙인, 감염인들과 함께 얘기할 부분이 많기도 하다. <br />
장애여성들의 경우 임신을 하면 갈 수 있는 병원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장애인의 특성을 잘 고려해서 검진할 수 있는 병원들이 워낙 없다. 산부인과는 다양한 이유로도 갈 수 있고, 그래야 하는데 거의 시스템이 없어서 그나마 이용이 가능한 병원이 있으면 그 병원만 가야 한다. <br />
정신장애인의 경우 장애인 복지법에 신체장애와 정신장애가 분류되어 있고 정신장애는 자폐, 발달, 정신 장애로 구분된다. 지적 장애, 발달장애의 경우에도 갈 수 있는 치과가 별로 없다. 발달장애인들은 소리나 빛 등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할 수 있는데 치과 치료의 경우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 <br />
게다가 장애인들은 타의에 의해서 의료적 처치를 받게 되는 상황이 많다. 임신중절의 경우에서도 자녀가 장애가 있다고 판단되면 가족에 의해 강제로 임신중절이 되거나, 여성이 지적장애가 있을 경우 본인이 좋아서 했다고 이야기하고 사랑해서 성관계를 했다고 해도 당사자의 지적장애를 근거로 가족에 의해 강제로 임신중절이 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br />
장애인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불편하신 분들’이 이런 걸 하다니.. 하면서 ‘불편하신 분들’이라고 하면 장애인들이 화를 많이 내는데, 실제로 장애인은 건강하지 않다. 하반신 마비가 있는 경우 여름에는 거의 지옥이다. 하반신 마비에 순환기 장애까지 있으면 느낌이 오지 않아서 모르기 때문에 욕창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은 그냥 있는 그대로 ‘건강하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br />
이럴 수밖에 없는 조건에 놓여 있는 사람은 사실 굉장히 많지 않나. 홈리스, 감염인 뿐 아니라 여성, 노인 등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많다. 그럼에도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회가 필요한 거지, 그 건강하지 않음의 입증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 문제 아닌가.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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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trong><span style="color:#000080;">낙인과 배제, 차별이 당연시되는 공간들</span></stron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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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권미란</span></span><br />
HIV/AIDS 감염인들은 주로 행정기관과 병원과의 접촉면에서 발생하는 배제와 차별 등의 문제에 대응해 왔는데, 병원에서는 진료거부, 표식을 다는 등의 일이 늘상 있어왔다. 하지만 활동을 하면서 그 행태가 조금 바뀌게 되었다. 의료법에 환자 정보 누설 금지 조항이 있지만 그럼에도 별도의 표식을 한다든지, 환자복을 바로 폐기물로 버리는 등의 문제가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잦아든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많다. HIV 바이러스는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나이가 들면서 여러 가지 질병이 들 수 있는데 따라서 감염내과 만이 아니라 여러 진료과를 다녀야 한다. 그런데 다른 진료과에서는 거의 100% 배제를 당하게 된다. 지금은 감염인들이 많이 표출하시는 것이 중이염, 스케일링, 혈액 투석 등에서의 진료 거부 문제이다. <br />
최근에는 요양병원 대책위를 결성해서 활동하고 있다. 감염인들이 요양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은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대체로 병에 대한 낙인과 공포가 심하다 보니까 검사를 못 받고 자기도 모르는 상태에서 병이 진행되면서 기회질환이 와서 이미 회복될 수 없는 상황이 된 경우이다. 혼자 거동하거나 밥을 먹을 수 없는 상태에서 요양병원에 가게 되고, 그래서 우리도 요양병원 문제는 고민을 못하고 있었는데, 정부가 지정위탁해서 운영해 온 요양병원에서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하면서 지정위탁 계약을 끊게 되었다. 그러면 다른 요양병원이 필요한데 다른 요양병원들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선명하게 배제를 당하다 보니까 너무 비참한 심정이 든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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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400" src="/attach/6789/1349840690.jpg" width="600"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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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박사라</span></span><br />
정말 열악한 상태에 계신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역만 해도 홈리스에 대해 매우 비인간적으로 대우한다. 노숙을 하게 된 계기는 다양하다. 사회적으로 실직할 수밖에 없는 구조들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이 분들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더럽고 불편하니까 치워버리는 방식이다. 서울역 강제 퇴거 조치 때도 역에서 다 쫓겨나서 거리로 나와야 하는 상황이 있었고, 박원순 시장으로 바뀐 이후에는 강력하게 서울역에 얘기한 게 아니라 죽지 않을 정도의 ‘희망온돌’ 사업으로 컨테이너 박스를 세워 잠을 잘 수 있는 공간만 마련해줬다. 그것도 비 홈리스들에게 거부감이 없도록 밖에 그림을 그림으로써 안에 사는 사람들의 모멸감을 그림으로 지워버리는 방식으로.<br />
서울역에서는 홈리스를 쫓아내는 명목으로 테러 위협을 내세웠다. 홈리스 사는 공간마다 불심검문을 했다. ‘노숙자 풍’. 검은 모자, 검은 옷에 가방 같은 노숙인 복장만으로 표적이 되고 불심검문의 대상이 된다. 시민들과 철도 여행객들에게는 의도된 설문지를 돌려서 불편한 점들을 쓰게 하고, 홈리스에 대한 혐오를 시민 의견으로 정당화한다. 심지어 특수 경비 용역도 채용한다. 강제퇴거 초반에는 다리를 못 써서 발을 끌면서 가는 사람을 계속 뒤에서 쫓아가면서 퇴거시킨 경우도 있었다. <br />
이게 노골적으로 진행이 되면서 밖으로도 확산되었는데, 바자회 물품 판매 보관대 사이에도 못 들어가게 하고, 서울역 아래에서도 아침에 물청소를 하면서 치워버리고, 의자, tv, 팔걸이도 다 뽑아버렸다. 계단에도 앉지 못하게 했었다. 기둥에 요철을 박아서 못 앉게 하고. 지하도에서는 지하철 보안관들이 노숙인들에게 왜 있냐고 묻고, 누구 기다린다고 하면 나가서 기다리라고 한다. 휠체어 장애인 등 홈리스 장애인들이 굉장히 많은데 충전을 해야 하는 전동휠체어를 지하철에서 충전하고 있으면 빨리 나가라고 계속 쫓아내고 나갈 때까지 쫓아낸다. <br />
서울시에서는 민원이 많다고 집중 상담을 한다면서 시설 갈 사람은 시설, 병원, 주거지원 등 상담하면서 노숙인이 지켜야 할 매뉴얼, 시민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하루 두 번씩 두 시간 동안 물청소 한다고 못 들어가게 하기도 한다. <br />
점점 홈리스가 발 디딜 틈을 남기지 않으려고 하는 시도들이 만연해 있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상황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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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윤경</span></span><br />
정신장애인들의 경우 최근 강남역 사건에서 보듯이 정신장애인을 다 가두겠다는 방식의 대처를 한다. 정신보건법이 따로 있어서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정신장애에 대한 혐오가 바탕이 된 것이다. 원래 가족이 동의만 하면 강제입원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성소수자의 경우도 부모가 이 사람을 정신질환이라고 생각하면 강제입원을 시킬 수 있다. 원래 법 개정 이전에는 6개월 동안 강제입원을 시킬 수가 있었다. 결국 약에 취해서 오랜 시간 동안 병원에 있다가 없던 병도 생기는 경우들이 많았다. 최근에 법을 개정하면서 강제입원 개월 수를 줄이고, 두 명 이상 의사의 동의가 있도록 했다. 그런데 가족 관계에서 강제 입원의 사례가 너무 많으니까 이를 줄이고 제한하기 위해서 행정입원 절차를 넣었는데 강신명이 이 조항을 악용해서 이번 강남 여성살해 사건 이후 행정입원을 시키겠다는 조처를 내놓은 것이다. 여성에 대한 혐오를 가리기 위해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상황이고 이게 먹히는 상황을 보면서 정신장애인에 대해서 한국 사회가 정말 심한 혐오의 대상으로 두고 있다고 생각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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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40E0D0;"><em>패널들이 한 차례 이야기를 나눈 이후 참가자들도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나누었다. 성노동자이자 성소수자로서 살아가면서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경험도 있는 한 참가자의 이야기는 현재의 보건의료 시스템과 정부 정책이 장애나 질환을 가진 당사자들의 건강과 권리를 고려하기 보다는 이윤과 제도적 편의에 맞추어져 있어 오히려 당사자들의 건강을 침해하고 있다는 윤경의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em></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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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참가자 1</span></span><br />
나는 성노동자 권리 운동을 하고 있는데 성노동자의 권리는 HIV/AIDS, 장애, 빈곤 등에도 다 연결되는 이슈이다. 저도 오늘 들으면서 굉장히 화도 나고... 의료 지식, 건강에 대한 지식 이런 것들이 이것을 제공받는 사람들을 누구로 상정하고 있는가를 볼 때, 성노동자, 장애인, 감염인, 홈리스 등에 대해서는 당연히 배제시키고 있다. <br />
의대 졸업하신 분들의 얘기를 들어도 수업 중에 성노동은 물론이고 요즘은 성소수자 얘기를 잠깐 듣는 정도 수준이라고 한다. 의료인들도 이런 사람들의 다양한 상황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우지도 않고, 배울 필요도 못 느끼고 그저 모르는 것이다. <br />
저의 경우 정신질환으로 5년 정도 치료를 받고 있는데 병원에서 얘기를 하고 상담을 받으면 늙은 의사들이 남자랑 자는 거 병이다 내가 고쳐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br />
폐쇄병동에 들어갔던 경험도 있는데 세브란스 같은 경우는 돈을 많이 내고 들어가면 자유롭다고도 하지만 철창과 유리벽이 있고, 문은 철문으로 막혀 있는 상태에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약을 먹고, 먹고 나면 무기력하게 있을 수밖에 없다. 기간이 어쩌구 해도 병원 옮기면 그만이고. 의료진 말을 안들으면 약의 양이 확 늘어나면서 거의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침을 흘리는 상황까지 간다. 환자끼리 다툼이 일어나도 여기서는 바로 묶어놓고 주사를 놓는다. 거기에서는 이런 상황이 너무 당연하고 저항할 수 없다. 소위 어른이 어린아이를 대할 때 하는 말투로 환자를 계속 대하고. <br />
건강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건강해지기를 원하는 무언가가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주어지지 않고 있다. 그 서비스는 누구에게 맞춰져 있는 것인가.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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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윤경</span></span><br />
정신보건법 개정할 때, 정신과 의사들이 굉장히 반대를 했는데 표면적으로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사실은 자본과 연관이 되어 있다. 한국은 환자만 갖다 놓으면 국가에서 돈은 다 나오니까, 약 다 때려 넣으면 돈 많이 받는 거고, 옛날 흑백영화에 나올 법한 병원도 많고 폐쇄병동은 외부 사람의 접근도 어렵기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알 수 없다. 요양 병원도 마찬가지지지만 다 병원 돈 불려주는 일이고 그 조건에 맞추어져 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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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참가자 1</span></span><br />
원래도 문제는 있었지만 병원에 들어가면서 처음으로 발작이 시작되었다. 친하게 지내던 형의 경우 방에 가둬놓으니까 더 날카로워지고 잠시 싸움이 일어났는데 중년 남성 관리사들이 바로 붙들고 묶고, 강제로 주사를 놓는 장면을 보면서 처음으로 쇼크가 왔다. <br />
공익을 가기 위해 아픈 걸 입증해야 하는데 3년 동안 일곱 번을 진단서를 떼고 매번 병무청에 가야 했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점점 더 아프고, 심각해지고, 병명이 더 늘어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입증하지 않으면 내가 죽겠다 싶은 상황에서 이런 종류의 비참함을 평생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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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윤경</span></span><br />
입원하고 나서 오히려 발작을 하게 되는 상황. 발달장애나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문제행동이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내용의 굉장히 중요한 영역인데, 이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굉장히 통제적인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 스웨덴에서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사람이나 영국에서 공부한 사람의 얘기도 유사했는데 그 나라는 이만큼 과도한 문제행동을 하는 발달장애인의 비율이 매우 적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은 왜 그럴까. 한국 사회가 문제행동을 안할 수 없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너무 빠르고, 시끄럽고, 가족들은 통제를 중심으로 고치려고 한다. 사회는 발달장애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실 발달장애인에게 문제행동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행동일 수 있는데 이걸 이해하지 않고 그냥 약을 먹이거나 벌을 주거나 상을 주는 식으로 행동을 수정하려는 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접근을 할 수 없는 것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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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357" src="/attach/6789/1180213522.jpg" width="264"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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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trong><span style="color:#000080;">사람보다 행정과 자본의 편의를 위한 제도</span></strong></p>
<p style="text-align: justify;"><strong><span style="color:#000080;">_삶을 유지할 최소한의 조건을 위해 아픔과 무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사람들</span></stron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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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윤경</span></span><br />
현재 장애등급제의 경우 1급부터 6급까지로 등급이 나누어져 있는데 우리는 지금 광화문 지하역사에서 농성을 하면서 이 등급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장애등급제는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주는 제도라기보다는 국가가 효율적으로 사람들을 관리하고, 정부의 입장에서 예산을 유동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장애와 관련해서 새로운 제도가 생길 때 등급제를 이용한다. 장애연금이 생긴다면 예산을 안 늘리고, 1, 2급을 줄이는 식이다. 새로운 제도가 생기면 등급 심사를 새로 해서 대상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우수수 발생한다. <br />
장애의 기준에 대한 허상이 있다. 이 기준을 만들고 판정하는 사람들이 매우 객관적이고 과학적일 것이라는 허상이 커서 비장애인이나 장애인들 역시 장애등급제를 넘어서는 복지 제도를 상상하기 어려워했는데 4년간 농성하면서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장애등급제는 일본이랑 한국 밖에 없고, 장애인의 입장으로 고려한다면 등급을 나눌 필요 없이 당사자가 필요한 서비스에 따라 그에 맞춰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br />
장애등급제와 함께 부양의무제 폐지도 요구하고 있는데, 부양의무제는 말하자면, 가난한 사람이 있으면 국가가 기초생활보장법에 근거해서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가족이 있으면 이들에게 부양을 전가하는 것이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한 사람만 있을 리도 없고, 숫자가 주는 거짓말이기도 한데, 서울에서 9천만 원짜리 전셋집이 있다고 모두를 부양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아무튼 소득이 있으면 부양해야 한다. 그래서 전셋집 보증금을 다시 받아서 월세로 갔다가 계속 돈을 까먹어서 돈이 없게 되면 1인당 최저생계비 50만원을 겨우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br />
장애등급제에 따라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엄청 장애를 강조해야 한다. 아무 것도 혼자서 할 수 없다고, 말도 잘하면 안 되고 온 몸으로 무능력한 사람임을 강조하고 의사를 설득시켜야 등급을 높게 받아 그나마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부양의무제도 얼마나 가난하고 근로할 능력이 없는지, 얼마나 가족과 연락을 안 하고 있는지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증명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같이 농성을 하고 있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장애인 지원제도와 관련해서 생애주기별로 보면 장애아동의 경우 만 5세 이전에는 장애 판정을 해주지 않는다. 영구적으로 손상되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아서 장애 등급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는 어머님들이 다양한 재활치료를 시도한다. 언어치료, 청능치료, 심리행동 치료 등 다섯 개의 재활 치료를 정말 열심히 하신다. 그런데 문제는 물리작업은 의료영역으로 들어가는데 언어치료, 청능치료, 심리행동 치료는 의료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어치료는 장애인 복지 제공 인력으로 들어갔지만 매우 오랜 시간 동안 국가 차원에서 관리나 지원 정책도, 계획도 없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변명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그렇다고 물리치료 영역이 제대로 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바우처 서비스를 통해서 한 달에 20시간 등을 주는데, 이 바우처로는 물리치료를 받을 수가 없다. 바우처 서비스에서 의료치료 영역은 제외되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엄청 반대를 해서 할 수가 없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성인이 되면 남성과 여성이 다른데, 장애 여성은 임신, 출산 영역과 관련된 의료적 지원이 많이 얘기된다. 많이 비어있는 영역이다. 장애 여성은 검진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거의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때문에 대놓고 거부하지는 못하지만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한다. 실제로 적합한 침상이 별로 없다. 장애여성들은 임신을 하면 갈 수 있는 병원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장애인의 특성을 잘 고려해서 검진할 수 있는 병원들이 워낙 없다. 산부인과는 다양한 이유로도 갈 수 있고, 그래야 하는데 거의 시스템이 없어서 그나마 이용이 가능한 병원이 있으면 그 병원만 가야 한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노인의 경우, 장애에 노인까지 되면 자의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서 거의 다 시설로 간다. 활동보조 서비스의 경우 만 65세가 넘으면 활동보조가 아닌 노인장기요양 제도로 받아야 하고, 그렇게 되면 절대 300시간 이상을 받을 수가 없다. 노인이 되면 필요한 서비스를 더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시간이 더 줄어들고, 동네에서 살 수가 없다. 결국 가족들이 책임져야 하거나 거주시설로 몰아낸다. 산 깊숙한 곳에 있는 요양병원들은 사실상 시설이라고 보면 된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박사라</span></span><br />
노숙인들의 경우 쪽방에 사시던 분 중에는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거부를 당한 분들도 있고. 게다가 한 달에 20일 정도만 보호가 되고, 필요하면 10일 정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 진료를 지속적으로 받으려면 계속 신청을 해야 한다. 그래서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신청을 해서 입원을 했는데, 병원에 있는 동안 본인이 신청을 할 수가 없어서 열흘 정도 지원이 끊기는 바람에 치료에 공백이 생겼던 경우도 있다.<br />
그나마 돈 있는 지자체는 지원이 잘 되는데 다른 지역에는 없거나, 기준 자체도 부실한 경우가 많다. 지정된 병원이 없는 지역에서는 병원마다 뺑뺑이를 돌아야 해서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이런 의료지원 체계의 공백이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행정과 자본의 편의를 위해 애초에 권리가 아닌 ‘자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시스템, 사회적 자원과 기반이 부족한 이들에게 공적 돌봄 보다는 가족을 중심으로 돌봄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시스템은 ‘복지’라는 명분조차 무색하게 만든다. 하물며 이주노동자에게는 이러한 상황들이 더욱 열악한 조건으로 주어질 수밖에 없다. 패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한 참가자는 이주노동자인 자신의 파트너의 경험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을 증언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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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참가자 2</span></span><br />
이주노동자 건강에 대한 얘기도 하고 싶은데 지금 동거하고 있는 파트너가 이주 노동자다. 직장에서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을 가입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아서 지금 산재를 겪었는데도 병원에 못 가는 상황이다. 무료진료소는 제한적인 진료과목만 본다. 게다가 방문 가능한 진료 시간대가 달라서 약국에서 임시방편만 가능하다. 내국인들은 지역 보험료를 낮게 내는데 이들은 9만 8천원의 지역보험료를 내야하고, 일부는 심지어 아예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한다. <br />
이주노동자는 주로 공장, 생산직, 육체노동에 종사하다 보면 산재를 겪는 경우가 많은데 아예 의료접근권이 상실되는 상황이다. 이주민은 헌법상 보장된, 내국인과 동등한 지위로 보지 않게 해석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주민들의 상황도 어떻게 할 수 있는 해결책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임금 체불도 심각하지만, 출입국과의 문제 때문에 무언가를 제기하면 추방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br />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사업주가 4대 보험 가입도 안 하고, 직장 건강보험에서도 당연히 배제되는데 이런 문제도 많거니와, 지역건강보험료도 훨씬 높은 상황에서 소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책정하는 등 문제가 너무나 많다. <br />
비자가 있어도, 저의 파트너의 경우 난민 신청을 했는데 임시적으로 지원 비자가 발급되어 있는데, 난민 신청을 하면 6개월 동안 일을 못한다. 그런데 이것도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허가를 받은 후에나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정보나 고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일을 하면 일종의 불법노동 같은 상황이 되어버린다.<br />
무료 진료소도 한국인 도움 없이는 어렵고, 외국인 진료소도 잘 모르고, 의료에 대한 접근도 정보망에서 뒤처지거나 한국 단체의 도움이 없으면 굉장히 열악하고 배제되는 상황이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권미란</span></span><br />
우리도 이주민들이 연락을 해올 때가 제일 어려운데 이미 감염이 되어서 들어오거나, 한국에서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비자 종류별로 굉장히 정책과 처우가 다르다. 미등록 이주민의 경우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식적인 게 없기 때문에 조합형식으로 하는 데가 있다. 미등록이 아닌 경우 건강보험료를 내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보험료까지 급여에서 떼이기가 어려워서 보험 없이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이것도 처지, 비자, 지위마다 다 적용되는 제도가 다르다. <br />
감염인의 경우 과거에 입국금지, 강제출국이었는데 지금은 입국거부는 좀 남아있고 강제출국을 당하지는 않지만 건강보험이 없거나, 그나마 비자 때문에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비싼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많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참가자 2</span></span><br />
비자 종류에 따라 원천 봉쇄를 시키는 취지가 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권미란</span></span><br />
교수로 들어온 사람과 영어강사로 들어온 사람도 처우가 매우 다르다. 일관성도 없고 완전히 제각각이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참가자 3</span></span><br />
지금 말씀하신 사례가 앞뒤가 모순되는 상황들과 연결되는 것 같은데, 장애인이 노인이 되었을 때 제도 자체가 바뀌는 상황 같은 것 말이다. 부양의무와도 관련이 되어 있는 것 같다. 가족들에게 다시 책임을 맡기는.</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윤경</span></span><br />
노인 장기요양 제도가 가지고 있는 허점이 매우 많은데 65세 이전까지는 장애인이고 그 이후는 노인이라는 것. 그 기준은 그저 돈 문제뿐이다. 활동보조 등급은 계속 2년에 한 번씩 재심사를 받으면서 갱신할 수 있는데 노인이 되면 그런 도움이 필요한 시간이 더 늘어나니까, 시간을 줄이고 돈을 줄이기 위해서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를 바꾸게 만드는 것이다. 2, 3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지만 큰 의미가 없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0080;"><strong>누군가에게는 폭력과 배제가 당연시되는 사회</strong></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0080;"><strong>_‘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병원만이 아니다</strong></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참가자 3</span></span><br />
지역건강보험에서 배제하는 것도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으로 배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역에서의 퇴거도 그렇고, 언제 어떻게 쫓겨나야할지 모르고 언제 들려나갈지 모른다는 불안이 주는 정신 건강적 위협도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br />
어떤 공간과 시간에 대한 재량이 없고 자유가 없을 때 내가 어떤 통제에 철저하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무력감. 그런 상태에 계속 있게 될 때 정신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 <br />
물리치료사들도 성희롱이 너무 빈발해서 모든 대인직업들이 그렇겠지만, 이런 식으로 내 몸이 어떤 장소에서 안전하게 침범 받지 않고 안전하게 보장을 받으며, 이동하고, 관계를 맺는 것이 끊어지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끊어질 때 이런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 당연해진다.<br />
추행, 질병, 폭력에 늘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 여성이 밤길을 다닐 때 안전하고 편한 마음으로 다닐 수 없기 때문에 그 장소들로부터 추방을 당하는 것이고, 내 몸과 목숨까지 소거당할 수 있는 상황들이 발생하는 것처럼. <br />
건강이라는 것이 아프고 아프지 않은 문제 차원이 아니라 이런 자유와 목숨까지 위협당할 수 있는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트라우마가 있을 때, 이 관계망이 끊어지고 고립되게 만드는데 이런 고립이 주는 사회적 불건강 상태를 중요하게 보아야 하지 않을까. <br />
건강이라는 말을 들을 때 속이 뒤틀릴 정도로 매우 기만적인 셋팅 위에서 허울 좋게 쓰이고 있는 상황이 있고, 이 말이 매우 왜곡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권미란</span></span><br />
굉장히 중요한 말인 것 같다. UN AIDS, 장애인 운동과 함께하면서 고민을 얻게 되는 상황이 있었는데 감염인들은 일단 갈 곳이 없는 게 기본적인 조건이 된다. 노들야학 근처에 공간을 얻으면서 교류할 기회가 있는데, 감염인들에게서 “장애인은 가족이라도 있잖아” 라는 말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일단 갈 곳이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터져 나왔던 요구가 우리도 정신과 폐쇄병동에, 요양병원에, 꽃동네 가게 해 주세요라는 요구였다. 사회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요구할 겨를조차 없다. 유엔에이즈에서도 요양병원 얘기를 왜 하려고 하냐고 한다. <br />
정말 갈 데가 없으니까 꽃동네라도 가야되나 하던 무렵에 장애인 단체에서 탈 시설 얘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서 사람답게, 건강하게 산다는 것이 어딘가 가서 치료받는 것만이 아니라 이 관계망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으로 고민해보게 되었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박사라</span></span><br />
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말라, 모이지 말라는 등의 얘기를 했는데 그 때 노숙인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노숙인들은 죽어도 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를 많이 느꼈다. 국립의료원에 머물던 사람들이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 다 그냥 거리로 쏟아져 나와야 했다. 병원에서 감염이 되었을 수도 있는데 어떠한 조치나 지원도 없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나오고 나서는 70-100여 명씩 같이 자고, 같이 식사를 하는데 아무런 보호 대책도 없고, 관리도, 치료도 없었다. 당장 급한 마스크조차도 지원되지 않았다. 만약에 이렇게 해서 메르스가 더 퍼졌으면 노숙자들부터 감금했을 것이다. <br />
홈리스 당사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주거와 일자리. 건강한 노숙인을 보는 기준은 일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이다. 노숙인 일자리가 굉장히 열악한데 담배꽁초 줍기, 시설 청소 같은 것들이다. 다양한 직업군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담배꽁초 주워서 어떻게 자립을 할 수 있겠는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 일을 하라고 하고, 이걸 참여하는 사람들을 건강하다고 간주한다. 그 기준에 맞춰줘야 사회의 구성원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고, 건강한 사회에 기여한다는 요구이다. 그런 기준들을 약자들에게 가장 강하게 들이댄다. <br />
2014년에 거리 현장활동을 하면서 홈리스들에게 “이번 겨울에 춥겠어요” 하면 “아니야 나 병원 가서 3개월 있을거”야 하면서 “근데 어떤 사람이 병원 갔다 왔는데 애가 병신됐어”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br />
브로커들이 일자리를 준다고 하거나, 술이나 담배를 준다고 데려가서 보호사에 의해서 폭행을 당하거나, 감금을 당하고, 병원만 전전하게 하는 일들이 굉장히 많다. 브로커들이 술을 먹여서 데려간 후에 알콜 중독으로 감금시켜 버린다. 그럼에도 그나마 그런 식으로라도 병원에 가면 잠은 잘 수 있고 밥은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조건들이 존재하는 것이다.<br />
노숙인 지원 체계 내에서 진료 지정 병원에서는 요양병원이 전혀 없다. 점진적으로 이런 지정병원이 아예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으로서는 요양병원들이 변태 성업을 하는 걸 막으려면 요양벙원을 지정병원으로 해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불법요양, 명의도용, 경찰의 불심검문, 폭행, 쓰레기 취급 등의 상황이 너무 많다. 건강 자체가 불가능한....</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trong><span style="color:#000080;">‘건강’의 허상, ‘건강’의 기준, ‘건강의 자격’을 넘어</span></strong></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윤경</span></span><br />
결국 근로 능력이 시작인 듯하다. 장애인을 분류하기 시작한 건 세계대전 이후이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다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분류하기 위해 분류를 시작한 것이다. 그 기준에서 딸려 나온 사람들인 부랑인, 불구자, 아동을 착취하는 노동이 계속 있었는데 이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뭘 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저임금의 착취, 학대가 가능한 사람인 셈이다.<br />
우리가 건강하지 않다고 이야기 되어지는 것, 내가 건강하지 않다는 것이 어떤 기준으로 얘기되는 것인가. 무엇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할 때 이 말 자체가 우리 입장에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기분이 나빠지는 경험을 한다. <br />
8시간 근로를 왜 해야 하나. 건강한 사람은 하루 8시간을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이다. 장애인은 8시간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덜 일할 수 있으면 자기가 일할 수 있는 만큼 일하고 쉴 수 있는 시간에 쉴 수 있으면 건강하지 않은 조건 때문에 포기하지 않아도 될텐데....</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심희선</span></span><br />
8시간에 맞춰진 몸이 되어야 거기서 필요한 사람, 쓸모 있는 사람이 된다. 8시간에 몸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br />
의료는 절대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더 이상 민영화가 진행되면 안 되고 막야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오늘 얘기를 들으면서 그나마 병원에 있는 분들은 혜택을 받고 보호받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늘 장애를 가진 환자분들과 같이 하기 때문에 그 분들이 병원에 갔을 때는 그나마 보호받을 때이구나, 그 분들이 집에 가셨을 때의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br />
처음에 일했던 병원이 정신병동과 연관되어 있는 재활병동이었는데 의사들이 약을 쓰는 것을 자기는 예술을 한다고 표현한다. 약에 대해 가장 많은 지식이 있고, 비싼 약을 섞어서 얼마나 많은 비용을 만들어낼 것인가 이런 예술 말이다. 정신과 약이 가장 비싸기 때문에 같은 효능이라도 비싼 약을 썼을 때 보호자들의 제지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라에서 관리를 하면 그렇지는 않을 수 있다. <br />
아무튼 빈곤, 장애. 이주, 연령 등 관련해서도 의료 민영화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미 실비보험이 없으면 불안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민영화가 많이 된 상황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466" src="/attach/6789/1402436298.jpg" width="700"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윤경</span></span><br />
희선 님께 궁금한 것이 있는데, 치료사의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하는데 일부러 그렇게 뽑는 것인지.</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심희선</span></span><br />
여기서는 연애를 하면 가장 싼 인력이 나간다고 생각해서 처음엔 연애도 못하게 했다가 한 5년차 되면 연애를 종용한다. 남성들은 임금이 워낙 작으니까 알아서 나가는 구조다. 임신 순번제도 있고. 퇴사 순번제도 있다. <br />
두 명이 같이 임신하면 퇴사나 임신중절을 종용하는 경우도. 결혼하고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은 다 그만두게 된다. 병원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겠다는 등 많은 약속들을 할 수 있지만 알아서 그만두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약속을 할 수 있는 것이다.<br />
굉장히 군대 같은 시스템이다. 수간호사가 모든 시간표를 짜기 때문에. 간호사는 이런 조건 때문에 수간호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노조를 할 수가 없다. 임신순번제에서도 밀릴 수도 있고...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권미란</span></span><br />
마지노선이 어디일까 생각했다. 사회적으로 좀 동의될 수 있는 상식은 누구나 건강할 권리가 있다는 것인데, 그 ‘누구나’에서 배제되는 수많은 집단들이 있는 거고 그에 대해 더 많은 얘기를 할 필요가 있겠다. 지금 건강보험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이 원리는 사회연대의 원리고 누구나 다 평등하게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 건데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태도는 그 책임을 개인에게 덮어씌우는 것이다. 에이즈는 그냥 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조금만 확장되면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에이즈 치료제인 푸제온 투쟁이 있을 때, 에이즈까지 해야 하나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상황이고, 요양병원 얘기할 때도 요양병원들이 국가에서 책임지라고 하는데 그 함의는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겉으로는 국가가 책임지라고 하지만 속내는 자신들이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누구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인지 얘기를 많이 해야겠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박사라</span></span><br />
건강이 자꾸 돈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아까 얘기했던 소득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건강에서 배제되는 것. 가난하고, 집이 없고, 사회적 관계에서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자꾸 배제되는 문제들이 건강할 권리조차 가질 수 없게 만든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윤경</span></span><br />
같이 할 수 있는 게 많은 것 같다. 전문 요양원도 같이 그 때 못했던 게 많이 아쉬웠다. 같이 할 수 있는 걸 많이 만들어야 하겠다. 의료 공공성에 대해서도 같이 싸워야 하고. <br />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뼈골이 으스러지도록 일을 하는데 어떻게 안전한 병원이 되겠나. <br />
단일 사안으로 국가에 제기할 때는 한계가 있다. 더 많이 같이할 수 있는 궁리를 열심히 해보자.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40E0D0;"><em>집담회를 마치자, 패널과 참가자들은 모두 긴장이 가득 담긴 깊은 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한 차례 모두의 이야기가 돌아가고 난 후 분위기는 시작할 때와 사뭇 달라져 있었다. 집담회를 하는 동안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그리고 다양한 지점에서 서로에게 연결된 이야기를 확인하고, 함께할 이유와 확신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 집담회를 기획할 때는 물론 집담회를 시작하기 전까지도, 이토록 많은 이야기들이 연결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집담회가 끝나갈 무렵, 윤경은 “오히려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군인가 싶다.”고 질문했다. </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40E0D0;"><em>당신이 만약, 질병이나 장애를 지닌 사람 혹은 이주민이라면, 다른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지닌 사람, 특정한 형태의 가족구성으로 살고 있지 않은 사람,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 또는 성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에게는 언제든 다른 이들을 ‘전염’시키거나 ‘오염’시킬 수 있다는 낙인이 따라다닐 것이다. 심지어 그 사실을 이유로 범죄자로 전제될 수도 있다. <br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스스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들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당신은 끊임없이 스스로의 ‘자격’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그 ‘자격’조차 평등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스스로 움직이거나 이동할 수 있는 능력, 일정한 시간 동안 필요한 만큼의 효율성을 충족시키며 일할 수 있는 능력, 이성애 ‘정상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 거주국에 충분히 기여하고 흡수될 능력, 안정적인 주거나 소득을 유지할 능력으로 요구되지만, 애초에 이를 획득할 신체적, 사회적 자원이 부족한 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오히려 ‘할 수 없음의 증명’이다.</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span style="color:#40E0D0;"><em>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떤 식으로든 완벽하게 자신의 자격을 입증할 수 있는 이들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br />
만약 여성이나 청소년이나 노인이라면, 자격을 입증할 판은 이미 심각하게 기울어져 있다. <br />
노동자들에게 건강이란 그 자격을 얻기 위해 오히려 포기해야 할 것이 되어버린다. <br />
누군가의 노동은 자격을 인정받기에 충분한 가치로 여겨지지 않거나 아예 배제되어 버린다. <br />
한편 ‘건강한 사람’의 자격과 기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과학, 의료기술은 보다 많은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만큼 건강의 기준을 높임으로써 한편으로 더 많은 이들을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만들고 있다. 인간보다 이윤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사회 시스템은 이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40E0D0;"><em>그러므로 우리는, ‘건강한 사회’를 끊임없이 의심하자. 그리고, 그 자격을 위해 분투하는 대신, ‘건강’의 기준과 위계, 배제의 틈새를 찾아 연결하고 함께하자. 역설적이게도, 그래야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건강한 사회’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m></span><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GP </span></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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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388" src="/attach/6789/1308608487.jpg" width="525" /></p>
<p>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최진경</span></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808080;">대한파킨슨병협회 협회장</span></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df 파일 다운받기 <a href="/attach/6789/1236223957.pdf">[3. 기획 - 최진경.pdf (108.95 KB) 다운받기]</a></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모든 사회에서 여성은 가족의 중심축입니다. 식구중 하나가 아프면, 집안의 여성이 주돌보미가 될 것입니다. 그럴 확률이 압도적이죠. 그런데 만일 그 돌보던 여성 본인이 아프다면? 이때는 얘기가 달라지지요. 미국 의료사회학에서 최근 연구한 결과를 보면 부인이 병이 들었을 때, 남편이 병들었을 때보다 이혼율이 올라가는 현상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최근 암과 다발성 경화증에 초점을 맞춘 연구에서는 이 병들에 걸린 배우자가 부인일 때, 이혼과 별거가 여섯 배로 증가함을 보고했습니다. 부인과 남편 중 어느 쪽에서 먼저 별거를 주장했고 왜 이혼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으니 알 수는 없지만, 파킨슨병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오늘날 우리는 동네병원 대형병원 할 것 없이 어느 의료기관에 가도 많은 노인들을 봅니다. 좋은 의료서비스가 있으니 평균수명이 연장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요. 제가 9년째 앓고 있는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라서 저는 세브란스병원 파킨슨병 센터에 갈 때마다 노인들 사이에 끼어 앉아 있다가 진료를 받습니다. 갈 때마다 느끼지만, 여기서 재밌는 현상을 봅니다. 여성환자들이 대부분 혼자 앉아 있는 반면에 남성환자들 옆에는 꼭 누군가 돌보미가 있습니다. 아마 이 분들은 환자의 부인, 딸, 며느리들이겠지요. 아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온 경우는 어쩌다가 봅니다(물론 여성이 평균수명이 더 길기 때문에 종국엔 여성 혼자라도 병원에 가야하겠지만).</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특별히 남성환자들이 여성환자보다 더 의존적이기 때문일까요? 앞에서 말한 이혼율 같은 문제를 생각하면 분명 그런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제 관심사는 조금 다릅니다. 파킨슨병에 대한 제 경험으론 성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여성은 이상운동증상이 좀 늦게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우울증과 같은 비운동증상은 더 빨리 나타나는 것 같고요. 또 여성은 걷기와 옷입기 같은 일상 활동에서 남자보다 더 어려움을 느끼고, 인지손상과 언어적 문제는 남성환자보다 덜한 것 같습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440" src="/attach/6789/1352899633.jpg" width="300"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역사적으로 여성은 모든 임상실험에서 대표적이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심장발작 연구에서 초기연구는 여성은 거의 심장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남성 참여자만 허용했는데, 이 가정 때문에 여성이 심장병으로 진단받는 일조차 힘들게 했다고 하지요. 여성운동단체에서 항의하자 드디어 여성도 연구에 한 요인으로 들어갔고, 요인으로 자리 잡자 여성은 심장병에 잘걸리지 않는다는 가설은 틀렸단 것이 증명되었지요. 오늘날 미국여성의 주요 사망원인중의 하나로 심장병을 꼽습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중노년기에 가장 흔한 당뇨나 고혈압의 제증상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것과 달리 파킨슨병은 수족이 떨리거나 뻣뻣해지고, 행동이 굼뜨며 잘 넘어지기 때문에 여성환자들은 외출을 포기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는 가뜩이나 신경과 전문의에게 진찰받을 확률이 남성에 비해 여성이 22%나 적은데다가 전문 의사에게 좋은 케어를 받기도 어렵다는 뜻이므로, 여성은 더 힘들게 파킨슨병을 앓고 있으며, 임상실험 참여 기회도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분명히 여성 파킨슨병 환자와 남성 파킨슨병 환자의 경험과 욕구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80년대 바로 전까지 거의 모든 파킨슨병 임상연구의 참여자는 남성이었는데, 여성은 실험 처치에 남성과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는 덩치만 작을 뿐인 남성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매우 위험한 가정입니다.) 파킨슨병 환자의 2~5%인 YOPD(Young Onset Parkinson’s Disease: 20대~50살 미만에 확진 받은 파킨슨병 환자. 저도 여기에 해당합니다만, 95%가 60대 이상에 확진을 받습니다.) 중 여성에게 관심사가 될 수 있는 이슈로 배아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한 결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하여 실험처치에서 여성을 배제하겠다는 논리가 있는데, 단순히 위험부담을 미루자는 것일 뿐입니다. 여성이 평생 임신 가능성만으로 평가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여성을 파킨슨병 연구에 포함시켜야 여성의 생리적인 변화가 어떻게 처치에 영향을 주는지 이해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연구자들은 여성참여자에게 이번 연구는 통제집단에 속하면 매우 힘들 수 있다는 둥 여성 참여자의 중도포기에 미리 대비?하는 처세를 하곤 합니다. 여성의 생리에 대한 관심도 지식도 없으니, 지레 여성을 배제하려 드는 것이지요. 이는 연구자가 남녀불문하고 모든 임상참여자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부족함을 고백하는 것일 뿐입니다. 이젠 종합병원의 경우 연구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으면 그렇게 참여하기 힘든 연구는 아예 시작도 할 수 없지요.</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인류의 절반만을 위한 치료제 개발은 어불성설입니다. 이것은 추상적인 이슈가 아니며, 혹은 정치적인 수사학도 아닙니다. 다만 양성 ― 그렇습니다, 임상연구에서는 아직도 性이 두 개뿐인 것이 현실입니다 ― 이 다 포함된 연구를 시작하라는 것뿐입니다. 우리들, 여성 파킨슨병 환자들은 스스로 당당히 증상을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충분한 연구를, 우리의 증상을 경감하는 치료제의 개발을 요구해야 합니다. 나아가 ‘남성’과 ‘여성’에 이어, ‘양성’으로 수렴되지 않는 모든 젠더를 가진 이들의 다양한 증상을 고려한 치료제 개발이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8080;">성에 따라 주로 걸리는 병과 그 병의 증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병은 평등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병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그리고 전문가 집단의 태도가 평등하지 않다는 점일 것입니다. 병이 이렇게 젠더화 되는 한, 건강 또한 젠더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의 젠더만이 건강한 사회는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의학이 인간의 기본형으로 삼는 남성이 아닌 모든 성을 임시로 이렇게 불러도 좋다면, 여성의 병을 아는 사회가, 여성의 병을 치유하는 사회가 될 때에야 비로소 건강한 사회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span><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GP </span></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156" src="/attach/6789/1033826542.jpg" width="119" /></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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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388" src="/attach/6789/1086743516.jpg" width="525" /></p>
<p> </p>
<p><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박에디</span></span></p>
<p><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808080;">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span></span></p>
<p>* pdf 파일 다운받기 <a href="/attach/6789/1048852184.pdf">[4. 기획 - 박에디.pdf (145.69 KB) 다운받기]</a></p>
<p> </p>
<p>2012년 9월 초 kbs joy라는 케이블 채널에서 트랜스젠더 게스트와 유명 MC가 출연하는 토크쇼 <XY그녀>가 방영되었다. <XY그녀>는 방영 1회만에 막을 내렸다. 그야말로 ‘첫방이 막방’이 된 경우였다. 트랜스젠더 당사자인 나조차도 당시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잘 되었음 좋겠다’는 응원보다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도 구분해서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인데…’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던 것 같다.</p>
<p> </p>
<p>포털 사이트 뉴스 기사를 뒤져서 해당 프로그램과 관련된 사진을 찾아보았다. KBS 방송국 앞에서 ‘<XY 그녀>를 폐지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사람들의 사진이 많이 나왔다. 그 피켓에 적힌 문구들 중 몇 가지가 눈에 띄었다. “내 아들 딸 된 것도 억울한데 시청률 미끼로 트랜스젠더 방송하면 부모가슴 무너진다”, “극소수 트랜스젠더를 위한 것이 공영방송?”, “우리 아들이 여자되면 kbs가 책임질거냐?, 질병을 부추기는 kbs 수신료 반대한다!”</p>
<p> </p>
<p>이런 내용의 피켓을 들고 집회나 시위를 벌이는 이 ‘적극적인’ 사람들의 대부분은 ‘부모’, ‘가정’, ‘올바른’, ‘건강’, ‘국민’ 등의 몇 가지 단어를 조합한 이름의 시민단체에서 활동한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자 ‘부모’로서 ‘가정’을 수호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올바른’ 삶을 살 것을 호소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건강’과 ‘올바름’의 기준에 트랜스젠더는 들어맞지 않는다. 이들의 기준에서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은 질병 혹은 신경정신과적 ‘문제’와 연결된다. 트랜스젠더는 곧 ‘문제 있는 사람’이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이 ‘문제 있는 사람들’은 ‘치료’되어야 한다. 이런 도식 안에서 트랜스젠더는 사회 전체의 건강을 갉아 먹는 위험한 존재, 혹은 병을 앓는 불쌍한 사람으로만 이해될 뿐이다. 어느 쪽으로 이해되든, 이들에게 트랜스젠더가 한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취급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p>
<p style="text-align: center;">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60" src="/attach/6789/1164496124.png" width="700" /></p>
<p> </p>
<p><strong><span style="color:#000080;">MtF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하고 그에 맞는 의료를 택하기까지 우여곡절 많았던 내 삶</span></strong></p>
<p> </p>
<p>나는 반강제적으로 ‘성 주체성 장애’ 판정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았다. 한국 사회에서는 ‘성 주체성 장애(f640)’ 판정을 받아야만 자기 정체성에 맞는 의료 절차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은 장애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나 같은 신청자에게 500문항의 질문지에 응답할 것, 30분을 넘지 않는 몇 번의 상담에 응할 것을 요구한다. 그들은 질문지와 상담에서의 내 답변을 검토한 후 내가 정말로 ‘성 주체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 진단한다. 그 몇 장의 진단서가 내 정체성이 장난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다. 내가 반평생이 넘도록 스스로에게 되물은 질문들, 학교나 가정에서 물어보지도 심지어 들어보지도 못했던 ‘다른’ 고민들, 내가 느꼈던 막연함,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들인 노력들, 살아남기 위한 결정들보다도 장애판정 진단서가 갖는 힘이 더 컸다.</p>
<p> </p>
<p><strong><span style="color:#000080;">‘그럼 밑에는 한거야?’ ‘니가 무슨 트랜스젠더야, 너는 티가 나잖아’</span></strong></p>
<p> </p>
<p>물론 성 주체성 장애 판정을 받고 트랜지션 의료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4년동안 트랜지션을 거치면서 느꼈던 한 가지는, 트랜지션 의료의 진행여부에 따라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들이 갖는 이해의 폭이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트랜지션을 거치는 트랜스젠더는 트랜지션을 거치지 않는 트랜스젠더에 비해서 자기를 설명하기 위해 해야 하는 부가설명도 훨씬 적어지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시간도 훨씬 빠르고, 자기가 말한 것 이상의 추가적 질문을 맞닥뜨리는 일도 현저하게 적다.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차이가 있는데, 하물며 이 사회의 ‘주류’인 시스젠더 이성애자와는 얼마나 다를지 굳이 따져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트랜스젠더는 ‘그들’이 생각하는 특정한 기준을 충족해야만 ‘진정한’ 혹은 ‘건강한’ 트랜스젠더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 같았다.</p>
<p> </p>
<p>성기 성형 여부에 대한 질문과 ‘티가 난다’ 류의 코멘트는 트랜스젠더들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들 중 하나다. 특히 MtF 트랜스젠더는 하리수 씨 때문인지 (혹은 덕분인지) 트랜스젠더라는 개념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정체성이다. 그러나 널리 인식되는 것에 비해 그 인식의 내용이 어떠한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여성보다 더 ‘여성스러운’, 부담스럽지 않은 외모와 말투, 요란하지 않은 옷차림과 화장, 성적 지향은 이성애,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의 직업 활동,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삶, 집안을 뒤집어 놓은 커밍아웃, 보장된 미래를 포기하고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하는 삶… 방금 언급한 기준 중 두 가지 이상은 가져 줘야 ‘(시스젠더 이성애자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트랜스젠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MtF로 커밍아웃한 후에 만난 사람들이 내게 건넨 질문들이 저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던 것을 볼 때, 이것들이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트랜스젠더의 기준으로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트랜스젠더는 이렇게 ‘불쌍한 삶’을 살아야 ‘주류’에게 이해받을 수 있는 것일까.</p>
<p> </p>
<p>물론 트랜스젠더의 삶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직장에서 일을 할 때 곤란한 상황들이 종종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일을 잘하는 것’ 외의 덕목들을 트랜스젠더에게 요구할 때 특히 어려움이 발생한다. 성별정정을 안/못 한 트랜스젠더에게 지정성별에 따른 외모 꾸미기와 말투를 강요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헤어스타일 등이 ‘여성스럽지’ 혹은 ‘남성스럽지’ 않다는 지적을 받은 트랜스젠더가 그 지적이 부당하다고 문제제기하면 예민한 사람이자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낙인을 찍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지적을 받은 당사자가 “내가 나의 지정성별’답게’ 행동하지 않은 것이 정확히 어떤 피해를 주었다는 거냐”고 반문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개 “남들 보기 그렇잖아” 같은 두루뭉술한 말들이다. 이런 상황이 지겨워 얼굴에 철판을 깔고 커밍아웃을 하면 조심스럽게 대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거기에 이어지는 ‘배려 돋는’ 질문 공세가 또다른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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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191" src="/attach/6789/1213128562.jpeg" width="264"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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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trong><span style="color:#000080;">그래도, 트랜스젠더라서 다행이야</span></strong></p>
<p> </p>
<p>한편, 이런 삶을 살면서도 트랜스젠더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다. 대부분의 시스젠더 이성애자 여남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기대 등을 볼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시스젠더 이성애자 여남에게는 나이에 따라 해야할 일들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시스젠더 이성애자들의 ‘주류 문화’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가야 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을 해야 하고, 취업을 하고 좀 지나면 결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통과의례’는 누구라도 넘어야 하는 굳건한 관문이다. 이 단계별 관문을 넘지 않은 사람들은 실패자로 여겨지고, 이 문화에서는 개인의 행복보다는 가족을 이루는 것이 상위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사랑해서 결혼을 결심했다”는 이야기보다는 “나이가 차서 결혼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흔하게 들리고,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하는 경우보다는 당장 먹고 살기 바빠서 좋아하는 것과 관계없는 일을 한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p>
<p>한때는 “넌 좋겠다. 생리도 안하고 임신도 안해도 되니까 날로 먹네?”, “야 넌 결혼하지마, 애 낳지마 하고 싶은대로 살아” 같은 말들이 나에게 상처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출산과 육아로 인해 고통받는 친구를 보고… 나는 조용해졌다. 트랜스젠더인 나는 이 ‘주류 문화’의 자장에서 한발 비켜서 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나에게 먹고 사는 일 이상의 거창한 기대는 별로 하지 않는다. 내 주변의 기대치가 낮은 덕분인지, 나는 지금 꽤나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 결혼에 대한 압박이 없으니 나 하나 건사할 수 있는 정도의 소득이라면 문제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여유도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 같다. 획일적인 집단문화 속에서 ‘사연 많은 열외자’로 사는 삶의 장점이다.</p>
<p> </p>
<p><strong><span style="color:#000080;">도화지와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린다면</span></strong></p>
<p> </p>
<p>마지막으로, 누구에게나 흰 도화지와 크레파스가 주어지고, 이것들로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해보자. 선생님은 누구든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색을 써서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학생의 성별에 따라 쓰기 쉬운 색과 쓰기 어려운 색, 그리기 쉬운 주제와 어려운 주제가 이미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여학생이라면 ‘남자 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로봇이나 트럭 같은 것보다는 분홍 토끼 인형 같은 것을 그리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그렇다.</p>
<p>나는 도화지에 아들이라 불렸던 내 이름을 적은 뒤 이름 끝에 하트를 붙일 것이다. 그 옆에 멋진 대형 트럭을 그리고, 분홍색과 반짝이를 뿌릴 것이다. 그리고 그림에 <내가 갖고 싶은 것>이라고 이름을 붙여 제출할 것이다. 그리고 그림에 쏟아질 수많은 질문과 질타에 “왜 안 되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들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있는지도 몰랐던 사회가 만들어놓은 틀이 왜,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p>
<p> </p>
<p>나의 정체성은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건강한 사회’를 의식적으로 건강한 사회로 만들 수 있다. <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GP </span></span></p>
<p> </p>
<p><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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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466" src="/attach/6789/1347771444.jpg" width="700" /></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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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450" src="/attach/6789/1247469461.jpg" width="600" /></p>
<p> </p>
<p><span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인터뷰</span></span> 채영, 귤</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정리</span></span> 귤</p>
<p style="text-align: justify;">* pdf 파일 다운받기 <a href="/attach/6789/1214983151.pdf">[5. 보이지않아도 - 고려수.pdf (322.40 KB) 다운받기]</a></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5월 어느 맑은 날 합정동 한 까페에서 심희선 보건의료노조 고려수요양병원지부 지부장을 만났다. 우리는 일, 노동조합, 사람들,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이야기는 듣자마자 깔깔 웃음이 터질 정도로 즐거웠고, 또 어떤 이야기는 듣다가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해준 심희선 지부장은 시종일관 씩씩하고 생기 넘쳤다.<br />
신문 보도나 SNS로 접한 고려수요양병원 노조 소식은 주로 사측으로부터 몇 천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는 식의 힘든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는 쉽지 않은 싸움을 하는 만큼 투쟁하는 사람들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고려수요양병원 노동조합 사람들이 느끼는 힘듦이 분명히 있었다. 사측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민주노총 조합원이란 이유만으로 다른 직원들로부터 당하는 크고 작은 따돌림, 손으로 모든 치료를 직접 해야 하는 직무 자체의 어려움 등등… 그러나 이 힘듦을 ‘함께’ 이겨내면서 노동자로서 당당하게 사람다운 대우를 요구하는 고려수요양병원지부의 지난 1년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또 이 이야기를 밝고 생기넘치는 말투로 전해주는 심희선 지부장을 보면서, 우리는 작고도 큰 희망을 느꼈다.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싸우고, 연대하고, 서로를 보살피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살아내고 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4B0082;"><strong>병원이 쓰다 버리는 ‘건전지’, 치료사</strong></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심희선 보건의료노조 고려수요양병원지부장은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고려수요양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물리치료사다. 고려수요양병원은 이름처럼 요양 환자 외에도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많이 오는 병원이다. 이 병원의 물리치료사들은 주로 중풍 환자, 부상을 입은 운동선수, 또는 뇌손상이나 척수 손상으로 인해 몸을 가누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몸에 마비가 온 환자들을 직접 손으로(手) 치료하는 일을 한다.<br />
대학을 졸업하고 스물 세 살 때부터 고려수요양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기 시작한 그녀는 올해로 딱 10년차 물리치료사가 되었다. 많은 물리치료사들이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직이 가능하다는 점, 병원에서 일하는 전문직이라 직업적 안정성이 있다는 점, 직무 자체가 주는 보람 등을 이유로 이 직업을 선택한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집에서 자랐고 빨리 독립하고 싶었던 심희선 지부장 역시도 그와 비슷한 이유로 물리치료사가 되기를 선택했다.<br />
그러나 실제로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물리치료사들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물리치료사의 평균 근속 연수는 3.3년밖에 되지 않으며, 10년째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그녀의 경우가 오히려 드문 사례였다. 그녀는 도무지 일을 오래 할 수 없는 노동조건을 그 이유로 꼽았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8080;"><em>“오 년 이상 치료사 일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손으로 모든 치료를 하는 이 직업의 특성상 근골격계 질환에 정말 많이 노출돼요. 치료사들이 손목 인대 나가고, 디스크 걸리는 게 정말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에요. 회사는 정규직인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을 알아보면 무기계약직 형태로 고용하는 게 일반적이고요. 휴식시간도 딱히 없고, 바쁜 동시에 스트레스도 많아서 피부 질환, 호흡기 질환을 달고 살아요. 여성 치료사들의 경우에는 부인과 질환으로 많이 그만둬요. 회사는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오래 일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지만, 우리 치료사들이 놓인 조건은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니까 그만두고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치료사들은 하루 8시간을 일한다. 이 8시간은 30분씩 16개의 타임으로 나뉜다. 치료사들은 보통 16개의 타임 중 11개, 12개 타임을 오롯이 환자를 치료하는 데 쓴다. 나머지 타임들은 차트를 작성하거나 다른 행정 업무를 보거나 동료 치료사의 치료를 돕는 등, 직접적인 치료는 아니더라도 치료와 연결된 일들을 하는 데 쓰인다. 중간에 쉬는 시간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없다. 그녀는 치료사들이 놓인 이런 상황을 ‘건전지’에 비유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8080;"><em>“기계 같아요. 쉬지도 않고 계속 환자를 보는 것은, 자기 몸을 챙기면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3.3년을 넘겨서 일하기가 쉽지 않죠. (치료사들이) ‘건전지’ 같은 거예요. 병원 입장에서는 이 ‘건전지’들을 3년 쓰고, 더 버티지 못하는 ‘건전지’가 나가 떨어지면 더 싼 임금의 ‘신입 건전지’로 갈아 끼우는 거죠.”</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그녀는 이렇게 나가 떨어지는 ‘건전지’가 일년에 열두 개, 새로 들어오는(신규채용) ‘건전지’가 일년에 열다섯 개 정도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8080;"><em>“처음 병원에 입사하면 회사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일할 수 있다, 일하게 해주겠다’고 말하면서 젊은 치료사들에게는 ‘연애도 하지 말라’고 얘기해요. 가장 젊고 건강해서 많이 일할 수 있을 때 ‘집중’해서 일하라는 거예요. 그러다가 오 년, 칠 년, ‘얘가 좀 오래 일했네’ 싶은 생각이 들면 ‘너 근데 결혼은 안 하니?’ 이렇게 말해요. 회식 자리에서 중간 관리자가 ‘야 근데 너네 몇 살이냐? 슬슬 나갈 때 되지 않았냐?’ 농담처럼 던지면, 겉으로 보기엔 농담이지만 그 얘기를 듣고 아무도 웃을 수가 없어요. 우리한테는 생계의 문제니까…”</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480" src="/attach/6789/1029834398.jpg" width="640" /></p>
<p>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4B0082;"><strong>‘말 잘 듣는 팀장’이 본 병원의 민낯</strong></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10년 전 처음 입사했을 때, 심희선은 ‘이 병원에서 조금 힘들더라도 일을 잘 배워서 쭉 물리치료사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컸다. 그녀는 오랫동안 ‘말 잘 듣는 직원’이었고, 병원에서도 그녀를 좋게 평가했다. 이런저런 점들이 맞물려 그녀는 ‘좋은 게 좋은 거’, ‘오래 있지 않을 테니까 편하게 있자’는 마음으로 순조롭게 팀장까지 승진했다.<br />
그러나 팀장이 된 후 각 팀의 팀장들과 중간 관리자만 참석하는 ‘팀장 회의’에 참석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기존의 생각에 다소간 의문을 품게 되었다. 팀장 회의에서 논의되는 내용과 실제 직원들에게 전달되는 내용이 달랐고, 병원이 지시하는 사항들이 직원들을 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직접 느꼈기 때문이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8080;"><em>“팀장 회의를 들어가면서 좀 달라졌어요. 팀장 회의를 들어가서, 나한테 얘기했던 것들이 사실이 아니었고, 여기 팀장 회의에서의 논의사항과 이 직원들한테 전달되는 내용이 너무 다르고, 그리고 지금 여기서 정해지는 것들은 직원들을 위한 것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생각이 바뀐 거 같아요. 그래서 좀 문제제기도 하고, 왜 굳이 이렇게 해야 하는지 따지기도 했죠. 그런데 이건 저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거예요. 혼자 하면 아무래도 힘이 약하고, 이건 내가 ‘아 이거 조금 잘 해주세요’ 이렇게 말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어요. 내가 팀장으로서 부탁하는 수준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그녀가 팀장으로 근무하던 2014년, 총 세 번의 취업규칙불이익변경이 있었다. 병원은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연차를 15개에서 6개로 줄이고, 외조모상을 당했을 때 3일을 쉴 수 있게 하던 것에서 1일을 쉬게 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바꾸려고 했다. 중간 관리자들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다’라며 직원들로 하여금 취업규칙변경 동의서에 서명을 하도록 은근슬쩍 강요했다. 이에 심희선은 이의를 제기하고, 팀원들에게 ‘과반 이상이 동의하지 않으면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없으니 동의할 수 없는 사람은 서명하지 말라’고 설득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8080;"><em>“왜 매번 이런 결정을 직원들과 이야기하지 않고 통보하는지에 대한 불만이 컸어요. 저희에게는 항상 통보였어요. ‘위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하고 끝.”</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8080;"><em>“저희 팀원들한테 얘기했죠. ‘지금 이 싸인을 하는 것은 우리 연차가 열다섯 개 있는데 거기서 다 깎아버리고 여섯개만 남기겠다는 거다, 뺏기는 거다’라고 얘기를 하고, ‘이것이 ‘취업규칙불이익 변경’이라는 건데 거부해도 된다. 이건 나의 의사표현이고 과반수가 넘어야지 성립이 되는 거기 때문에 싸인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한테 불이익을 주는 자체가 불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연차를 반토막 내는 것에 정말로 동의를 하지 않으면 서명을 안해도 된다.’ 결국엔 저희 팀만 (서명) 안했어요.”</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심희선의 팀이 ‘서명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전달하자마자 중간 관리자는 종례 시간(!)이 마치자마자 찾아와 “선동하는 거냐”, “(팀장으로서)네가 이러면 되냐”는 폭언을 쏟아놓았다. 직원 몇 명이 연차를 간다고 해서 병원이 손해를 입는 것은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회사는 여태까지 연차수당을 지급한 적도 없었고, 연차를 쓴 치료사가 치료해야 하는 환자는 다른 치료사가 치료해왔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한편 팀장으로 일하는 동안 그녀를 힘들게 했던 또 다른 일이 있었다. 바로 팀별로 권고사직자 명단을 제출하는 일이었다. 병원은 경영난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삼성 코엑스 바로 앞 땅을 사서 몇 층짜리 건물을 짓고 4호점을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팀별로 권고사직자 명단을 제출할 것을 각 팀장들에게 명령했다. 차마 받아들일 수 없었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em><span style="color:#008080;">“2015년도에 취업규칙 변경을 하면서 권고사직자 명단을 제출하라는 중간관리자의 통보가 있었어요. 팀장한테 문자로 월요일까지 각 팀에서 권고사직자 명단을 제출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낼 수 없다고 했죠. 나에겐 인사 권한이 없고, 회사가 어려워서 직원을 잘라야 하는 거라면, 회사의 수익을 공개해라, 그리고 직원들한테 (몇 명을 해고시켜야 한다는) 이 내용을 공개해라. 그래서 직원들이랑 합의가 되면 이번에 연봉 홀드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러면 아무도 안 잘린다. 그리고 다음 해에 수익이 많이 난다면 그때 올려주면 된다. 그렇게 되면 아무도 안 잘릴 수 있는데 왜 굳이 이 명단을 제출해야 되냐고요.”<br />
“이 명단이 공개 안 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만약에 이 (권고사직 명단에 오른) 사람이 자기가 이 명단에 올랐음을 알았을 때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냐는 거죠. 아니 이 일자리가, 다음달의 내 카드값이고 누구한텐 어머니 아버지 약값이고 누구한텐 자기 생계인 거예요. 근데 그걸(권고사직을) 어떻게 이렇게 쉽게 말하냐. 우리 병원이 그렇게 어렵냐? 그렇게 어려우면 까자! 직원들한테 까자. 다 같이 공유하자 이게 제 제안이었어요. 월요일이 지나고 화요일이 지났는데 계속 명단 제출하라고 하는 거예요. 끝까지 안 했죠, 할 수 없다고. 어떤 팀장은 자기 이름 내고. 팀장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자기 모가지까지 내놓으면서 이거 해야 되냐는 거예요. 그거 아니잖아요, 미쳤나봐. 정 안되면 차라리 희망퇴직자 구하자고 했어. 계속 이럴거면 희망퇴직자 구할 수도 있고 다같이 연봉 홀드할 수도 있다고. 우린 연봉제니까. 그런데 (사측이) 아무것도 안하는 거예요. 이유를 물었죠. 제일 쉽다는 거예요! 이제 이 사람들의 민낯인 거잖아요 이게.”</span></em></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이렇게 옥신각신하던 와중에 뇌손상 환자를 치료하다가 손가락이 꺾이는 부상을 입은 그녀가 산재 신청을 하자 병원 측에서는 “우리는 당신을 팀장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그녀를 팀장 자리에서 강등시켰다. 2015년 치료부 팀장 선거에서 평범한 치료사들에게 가장 많은 표를 받아 팀장이 된 심희선이 병원이 임명한 팀장이 아니라는 이유였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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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525" src="/attach/6789/1232298156.jpg" width="700"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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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4B0082;"><strong>그래서 만들었다, 노동조합</strong></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이 일련의 일들은 늘 통보식이었던 병원의 의사결정과정을 좋지 않게 생각해왔던 치료사들의 불만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친한 몇 명의 직원들과 노동조합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던 심희선은 이 때를 놓치지 않았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가장 힘들거나 싫은 것은 무엇인지, 노조가 생긴다면 무엇이 개선되면 좋겠는지를 다른 직원들에게 물어보고, 설문지를 돌렸다. ‘기계 취급받기 싫다’는 답변이 많이 돌아왔다. 직원들과 대화하지 않고 중간관리자를 통해 무조건 통보하는 의사결정 방식, 말로는 ‘너는 평생 내가 데리고 간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오 년 이상 일할 수 없는 노동조건, 사람을 ‘갈아치우는’ 병원의 억압적 행태에 대한 불만 역시 많았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8080;"><em> “저희는 중간관리자한테 불만이 많았어요. 그 사람이 하는 행동들은 너무 치료사를 위한 게 아닌 거예요, 결국에는 치료사들 목 밟고 일어나서 자기 혼자 잘 살겠다는 건데, 남들 모가지 밟고 일어나가지고 그거 인정받아서 대체 뭘 하겠냐는 거죠. ‘중간관리자로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명단 제출하라고 하면 당신 잘라야지, 당신이 대안을 말해라. 당신이 대안적인 걸 제시를 해라, 왜 그런 거 밖에 못하냐? 당신도 딸이 둘이나 있는데 당신 그 월급 없으면 살 수 있냐. 이 사람들도 똑같다. 근데 왜 당신 살겠다고 그렇게 하냐 왜 말하지 않느냐.’”</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물론 이렇게 갈등을 드러내고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지지만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중간 관리자에게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서 갈등을 표면으로 꺼내놓는 그녀를 못마땅해하는 다른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em><span style="color:#008080;">“제가 일 년 동안 문제제기하는 과정에서 저한테 반감이 있었던 사람들이 있었어요. ‘왜 이런 데 불만을 제시해서 왜 불안하게 만들어? 왜 갈등을 만들어? 저 사람(중간관리자) 말 잘 들으면 되는데…’ 그 회사와 갈등을 겪었다고 하는 것이 그 중간관리자(와의 갈등)이었거든요.”</span></em></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em><span style="color:#008080;">“근데 또 이 사람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심적으로 많이 챙겨준다. 근데 심적으로 많이 챙겨주는 거랑 별개로 내 생계를 쥐고 흔드는 사람이 어떻게 좋을 수가 있어요? 자기한테 어떤 권리가 있고 뭘 요구할 수 있고 이런 지식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객관적 판단이 안 서니까 되게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되게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좋은 사람인데 (심희선이) 괴롭힌다. 그래서 그때 그 중간 관리자를 따르는 사람들이 저를 찍었던 아주 밑에 있는 직원들한테 가서 ‘야 너 이 손모가지를 잘라버려야 된다, 너 심희선 찍었잖아’ 이렇게 말을 하는 거죠.”</span></em></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2015년 4월, 설립총회를 하고 노조를 정식으로 띄우는 국면으로 접어들자 이런 갈등상황은 더욱 심해졌다. 노조를 띄운다는 이야기가 설립총회 며칠 전 유출되었고, 중간 관리자들은 노조를 만들고 있다고 지목된 직원들을 불러 몇 시간씩 협박과 회유를 반복했다. “너희가 이런다고 뭐가 바뀔 것 같냐”, “결국 너희 무덤 파는 일이다”같은 이야기를 며칠 동안 몇 시간씩 반복해서 듣자 사람들의 사기가 다소 꺾이기도 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8080;"><em>“2015년 4월 3일에 출범식을 하자고 정했어요. 그런데 그 일정이랑, 노조를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유출됐어요. 그러니까 4월 1일부터 삼일 내내 중간 관리자랑 다른 관리자들이 직원들을 계속 부르는 거예요. 너 잘 생각해라, 너네가 뭐 할 수 있을 거 같냐, 달라질 거 같냐 이런 회유들이 계속 있었어요. 그러면서 마지막 날(4월 3일 설립총회 당일)에는 한 시간 동안 소리 지르면서 얘기를 하는 거예요.”</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span style="color:#008080;"><em>“근데 이게, 늘 억압받고 그런 사람들은… 저희가 어떤 분위기였냐면, 손들고 내 의견을 말하는 것조차 연습을 해야 하는 정도였어요. 저 또한, 그 공간에서 오년 육년 칠년동안 젖어 있으면서 ‘아, 이런건 좀 안 되지, 손들고 얘기하는 건 좀 아냐’, 이런 분위기에 늘 위축되고, 모든 걸 그냥 수용해 버리곤 했고요. ‘아 이것은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건 아니다’ 이런 내 판단 보다는 주어진 것들을 모두 수용해 버렸던 내가 있으니까 이걸 깨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리고 그런 것들이 오랫동안 ‘나’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몰랐던 ‘나’에게 주는 압박은 정말 엄청나요.”<br />
“못 왔던 친구들도 있어요. 설립총회 때 오기로 약속했는데 겁나서 못 온거죠. 하물며 사회 보겠다고 했던 친구도 안 왔어요. 나중에 설득해서 데리고 오긴 했는데. (웃음)”</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립총회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드디어 영양부와 치료부 직원 스물일곱 명으로 구성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고려수요양병원지부가 설립된 것이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8080;"><strong>“너 민주노총이지? 얼굴만 봐도 딱 알아. 이마에 써 있어.”</strong></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물론 예상했던 대로, 사측 그리고 사측과 친한 다른 직원들의 은근한 따돌림과 왕따를 비롯한 고립시키려는 시도 또한 전보다 심각한 수준이 되었다. 대다수가 낮은 연차의 직원이었던 조합원들에게 선배 직원들의 지위를 이용한 괴롭힘은 꽤 고통스러운 일이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8080;"><em>“노조 한다고 밝히고 나서는 저희 조합원들한테 괴롭힘을 가하는 게 본격화됐어요. 그때부터 왕따 시작인 거예요. 저희가 처음엔 조합원 전부를 공개하지 않았어요. 근데 저희들한테 ‘너네 얼굴만 봐도 니네가 민주노총인지 안다’고, 민주노총이라고 이마에 써 있다는 거예요.”</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span style="color:#008080;"><em>“’너는 그 쪽 사람이지?’ 그러면서 인사를 안 하는 거예요. 인사 안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막 무시하는 거죠, 근데 저랑 같이 있었던 친구들은 다 어린 친구들이었어요. 병원이 안 그래도 군대식 문화가 심한 편이었는데 연차 높은 선배가 얘네를 엄청 왕따 시키고, 온갖 청소와 잔심부름을 밑에 연차들한테 시키면서. 말을 안하고 인사 안하고 동기들끼리 쌩하고… 마음 여린 조합원들한테는 정말 큰 상처가 됐죠. 그래서 삼 개월 지나고서는 조합원 공개했어요. 공개해야 덜 괴롭힌다, 이게. 우리가 노골적으로 ‘하지 말라!’ 이렇게 할 수 있는데, 그 전까지는 ‘왜? 왜요? 민주노총이라 괴롭히는 거야?’ 이런 말도 못하는 거예요.”</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span style="color:#008080;"><em>“되게 마음 여린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십 개월 동안 엄청나게 왕따를 당했어요. 나중에는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떨려서 못 있겠다고 하는 거예요. 인사 안하고 없는 사람 취급 하는 건 기본이고, 쓰레기를 일부러 떨어뜨리고 그 친구한테 발로 밀면서 ‘누구 씨 이것 좀 치워줘요’하고, 환자분들이 여름에 다 같이 수박 나눠먹자고 들고 올 때가 있는데 그거 자르고 썰고 치우는 건 다 그 친구 몫인 거죠. 막 때리고 그런 게 아니라 모욕을 주는 방식으로… 나중에는 버티다 버티다 결국에는 퇴사를 했어요.”</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span style="color:#008080;"><em>“그렇게 오랫동안 괴롭힘당하다 보면, 그 경험이 정말 트라우마가 돼요. 이 친구는 퇴사해서 다른 병원에 취직한 지금도 그 병원 관리자들이나 다른 직원들이랑 이야기하거나 잘 어울리지 못한대요. 사람을 믿기가 힘들어서요.”</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그뿐만이 아니었다. 민주노조가 설립된 지 일주일 만에 한국노총 철도사회산업노동조합 소속의 사측 노조가 설립되었다. 70명 규모였다. 심희선 지부장이 이끄는 민주노조는 설립 일주일 만에 교섭권을 잃었다. 새로 생긴 노조는 민주노조가 제안하는 공동교섭도 개별교섭도 모두 거부했다. 또한 사측은 민주노조가 영양부와 치료부에서 조직되자 영양부를 외주화시켜 조합원 절반을 말 그대로 ‘날려 버렸다’. 민주노조 조합원이 스물일곱 명에서 열세 명으로 줄어들었다. 한술 더 떠 재활치료를 주로 하는 병원에서 암 전문 요양병원으로 업종을 변경하면서 전체 직원 백사십 명 중 칠십 명이었던 치료부 인원을 삼십 명으로 축소시키기까지 했다. 물론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수는 줄지 않고 그대로다. 사측은 치료사들로 하여금 추가근무를 하게 하면서 더 적은 인원을 더 높은 강도로 ‘굴리고 있다’. <br />
물론 어떤 회사이든 사측에서는 민주노조가 설립되는 것을 싫어하고,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업종 변경을 하면서까지 노조를 고립시키려고 하는 것은 잘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수위가 높은 대응이다. 심희선 지부장을 포함한 민주노조 조합원들이 사측에게 당한 일들을 듣는 내내 ‘노조혐오’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또한 이런 ‘혐오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1년 넘게 노동조합 활동을 지속하는 고려수요양병원지부 조합원들이 정말 대단하고 존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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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466" src="/attach/6789/1251728173.jpg" width="700" /></p>
<p>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4B0082;"><strong>우리는 이렇게 싸우고 있다: 보람으로, 연대로, 연결된 관계로</strong></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교섭권을 잃은 상태에서도 조합원들은 그간 병원이 체불한 임금, 멋대로 줄여버린 연차 복구, 그 밖에 더 나은 노동조건을 요구하는 피켓팅 시위를 하고, 병원과 법적으로 다퉈 체불임금을 받아내는 등 실제로 유의미한 변화들을 만들어냈다. 그 변화의 결과들은 소속 노조의 성향에 상관없이 모든 병원 노동자들이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이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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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justify;">좌절하고 쓰라리더라도 싸움을 지속할 수 있는 힘, 상처받은 서로를 보살피며 서로가 있는 공간을 일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이 힘은 그렇다면 어디서 나올까? 심희선 지부장은 그 힘의 원동력으로 치료사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일에 대한 애정, 조합원들 사이에 맺어진 ‘우리’를 중심으로 하는 평등한 관계 자체,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매 순간 느끼는 거창하지는 않지만 벅찬 순간의 감동들, 다른 단위들과 연대하며 느끼는 가슴 찡함 등등을 꼽았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em><span style="color:#008080;">“일 자체가 주는 감동이 있어요. 치료사와 작업치료사들은 정말 의미있는 일을 해요. 저희 병원에 오는 환자분들은, 본인이 어떤 상태인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오는 경우도 있고 대체로 몸이 많이 불편하세요. 걷지 못하는 상태로 왔던 분이 저희와 같이 운동하고 걸어서 나가요.”</span></em></p>
<p style="text-align: justify;"><em><span style="color:#008080;">“물리치료사들이 큰 동작, 걷고 이동하고 바닥에서 휠체어로 갈 수 있게 하는 등의 움직임들을 담당한다고 하면, 작업치료사들의 경우는 조금 더 작고 세세한 동작들을 담당해요. 예를 들어서 마비가 온 환자들은 입안까지도 마비가 되어서 음식을 씹어 먹을 수 없는 경우들이 있어요. 저작(씹는 행위)이 안 되는 거예요. 입 안에서. 혓바닥도 근육이잖아요. 그것도 다 안되는 거예요. 보통 콧줄로 식이를 넣거나 배에 구멍을 넣어서 직접적으로 식이를 넣어요. 이런 분들에게 먹는 걸 연습시키는 사람들이 작업치료사들이에요. 환자분들의 혓바닥을 일일이 다 빼고, 혓바닥을 움직이고 입안에 있는 것들을 같이 운동시키고, 기도로 넘어가면 위험하기 때문에 식도로 넘어가게 하기 위해 연습시키는 일을 해요. 이 외에도 작업치료사들이 하는 치료의 종류가 많아요. 직업이 작가인 환자라면, 이 사람은 걷고 뛰는 것보다는 앉아서 글씨를 쓰는 걸 원하겠죠? 오른손을 못쓰면 왼손을 쓸 수 있게 하거나, 여행하는 사람이나 탐험가라면 장애를 가진 상태에서 어떻게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재활을 돕기도 하고요.”</span></em></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심희선 지부장은 밥을 씹어서 먹고, 물을 벌컥벌컥 마실 수 있고, 움직이고 싶을 때 움직일 수 있는, 원하는 동작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사람의 삶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를 강조했다. 작업치료사들은 소동작 치료를 담당하고, 물리치료사들은 몸의 큰 근육들을 움직이게 하는 치료를 담당한다.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따라서 치료사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중요하고, 치료사들 각자의 삶의 질이 중요하다. 치료사의 삶의 질, 건강상태가 환자의 치료와 환자와 맺는 관계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8080;"><em>“치료하는 내가 행복하지 않고, 내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과연 어떤 치료가 나오겠어요. 치료사들 대부분이 5년 이상 일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우리 병원 친구들에게, 조금 더 적은 환자를, 중간에 휴식하는 시간도 가지면서 조금 더 여유롭게 찬찬히 치료할 수 있으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면 아무도 그만두겠다고 대답하지 않아요. 치료사들이 직업에 대한 애정이 있지만 일하는 환경과 조건이 너무 열악해서 일을 지속할 수가 없는 거예요.”</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또한 그녀는 점점 더 이윤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병원을 운영하려 하는 고려수요양병원의 현실, 더 나아가 한국의 의료 현실에 대한 걱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8080;"><em>“점점 더 병원이 치료사들을 쥐어짜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많은 중소병원들이 이미 민영화되었고, 병원들이 그때그때 ‘좀 더 돈이 되는’ 병원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것도 너무 쉬워요. 재활이 트렌드였을 때는 재활병원 하다가, 암이 조금 더 돈이 된다 싶으면 암병원으로 바꿔 버려요. 그러면서 이 직장 아니면 생계가 없는 치료사들을 해고해 버리고요.”<br />
“의료는 공공성을 정말 많이 잃어버린 것 같아요. 병원이 환자들을 받는 게 실비보험 위주로 가버려요. 실비보험을 가입한 환자들은 비급여 치료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까, 비싼 실비보험을 든 사람들이 비급여 치료에 대한 지원을 더 많이 받게 되고, 결과적으로 보험료가 상승하게 돼요. 무엇이 돈이 되는지를 따질 게 아니라 무엇이 공공성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야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에게 맞는 치료를 받을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또한, 이렇게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고려수요양병원지부 조합원들이 어떻게 삶과 투쟁을 함께 꾸려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역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사측이 체불임금을 지급하면서 포괄임금으로 지급되던 수당을 회수해서 조합원들의 월급이 백만 원씩 깎여 어쩔 수 없이 후원주점을 열었던 때를 회상하며 사람들의 변화를 느낀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8080;"><em>“후원주점을 했을 때 조금 부끄럽기도 했어요. 다른 분들은 해고복직투쟁이나 법정소송비 마련하려고 주점을 여는데 우리는 우리 생활하는 문제 때문에 주점을 했으니까, 그런데 어떡해요. 이 월급 없으면 우리 애들 다 나가떨어질 텐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 주점이 정말 잘 됐어요. 다른 노조 분들이 저희를 귀엽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양초를 만들어서 2만 원에 팔았어요. 완전 도둑들이죠? 근데 이 친구들이 동양시멘트노조 분들한테 그 양초를 세 개나 판 거예요! 그분들한테 그걸 팔면 어떡해, 이것들을 어찌하면 좋을까 정말.”<br />
“저희 조합원들은 시위나 집회, 운동 같은 거 하나도 모르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연대집회 가고 이런 데에 약간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런 연대의 힘을 직접 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주고 품앗이하는 걸 보면서 정말 많은 힘을 얻었다고 너무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집회나 공동투쟁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크게 바뀌는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노조 활동을 하는 매 순간이 찡하고, 사람들의 변화를 보는 것이 벅차다”는 그녀는 민주노조 설립 1주년 기념집회 때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행복하게 웃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em><span style="color:#008080;">“노조 하는 모든 순간이 찡하고, 사람들한테 감동을 많이 받아요. 얼마 전에 설립 1주년 기념식을 했었는데, 마지막에 읽을 결의문을 좀 특별하게 쓰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조합원들이 한명 한명씩 앞으로 나와서 ‘나 OO는 ~~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저는 제가 이 병원에 있는 한은 ~~하겠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고,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조합원이 ‘정년까지 다니겠다’, 다른 친구는 ‘내가 지부장 할 때까지 다니겠다, 지부장을 하겠다’, ‘정년까지 하겠다’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얼마 전에 결혼한 친구는 아기를 낳고 그 아기가 자라서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할 때 ‘엄마 직업은 물리치료사야’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br />
“실제로는 그렇게 오래 일하지 못하거든요. 사실 우리의 목표이자 바람은 그냥, 정년까지는 어렵더라도, 우리가 일을 계속 하고 싶을 때까지는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자는 것일 수도 있어요. 안전하게, 다치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아 우리가 정말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구나’ 그런 것을 느꼈어요.”</span></em></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병원 측의 노조파괴공작 때문에 조합원도 스물 일곱에서 열세 명으로 줄어들었고 교섭권도 잃는 등 적지 않은 부침이 있었다. 그렇지만 일당백 같은 조합원들 덕분에 마음이 든든하다는 심희선 지부장에게 노동조합은, 활동은, 사람들은 어떤 의미일까.</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4B0082;"><strong>노동조합을 통해 ‘우리’를 배운다</strong></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span style="color:#008080;"><em>“제가 복이 많죠. 저희는 간부들만 삼십 대고 다른 조합원들은 다 이십 대, 제일 어린 조합원은 스물 다섯 살이에요.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함께 싸우고 배우면서 단단해지고 있으니까 우리가 열세 명인데 느껴지는 건 꼭 천삼백 명 같아요. 일당백.”<br />
“저희는 회의하면 늘 총회에요. 조합원 수가 많든 적든, 이렇게 많은 조합원들이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노동조합이 많지 않잖아요. 저희는 항상 과반수 이상이 모이고, 모든 것을 함께 결정해요. 제가 지부장이지만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건 ‘회의하고 밥 먹을래, 밥 먹고 회의할래’ 정도밖에 없어요. 회의를 하면 열세 명의 열세 가지 의견이 나와요. 우리는 항상 위에서 이미 결정 끝났다는 사항들을 통보받는 식으로 일해 왔는데, 노동조합에서는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이야기해요. 이렇게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조율해서 결정하는 체험을 이 사람들이, 그리고 제가 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몸으로 배운 것들이 절대로 잊어지지 않겠죠. 그 에너지가 엄청난 것 같아요.”</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span style="color:#008080;"><em>“우리가 일하는 곳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싸움도 싸움이지만, 저는 지금처럼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할 때,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존중한다는 것이 무엇이고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돼요. 내 의견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함께 싸우는 ‘우리’가 있다는 게, 그런 게 정말 사람답게 사는 것 아닐까. 노동조합 활동을 하기 전에 저는 제가 가장 중요했어요. 이 각박한 세상에서 나 이외의 사람들, ‘우리’를 생각하는 게 너무 힘들잖아요. 저는 활동을 하면서 ‘우리’를 배우고, 날 둘러싼 이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내가 느끼는 행복이라는 것도 반쪽짜리라는 생각을 해요. 물론 30년을 저만 생각하면서 살았으니까 힘들 때는 예전의 관성이 나오기도 하지만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최근에는 세 명의 비공개 조합원이 새로 가입하기도 했다. 일년 간 민주노조 조합원들이 병원에게 구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고, 심희선 지부장이 팀장에서 강등당하고, 왕따와 따돌림을 당하는 그 모든 과정을 보았음에도 기꺼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새로운 사람들이 있다. 이것을 ‘희망’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008080;"><em>“가장 중요한 건 조합원들의 행복이에요. 항상 이야기해요, 져도 된다. 물론 지면 안 되지만(웃음). 저는 어디 가서 ‘우리 애들’이 자기 할말은 하고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가끔 퇴사하고 다른 데서 일하는 예전 조합원들을 만나면 다 옮긴 병원에서 어떤 부당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막 이야기해요. 노동법을 배우고,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걸 한번 알게 되면 그 전처럼 살 수는 없잖아요.”</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span style="color:#008080;"><em>“그렇게 괴롭힘 당하다가 나간 친구도, ‘내가 못 버티고 이렇게 나가버려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해요. 절대 그 친구 잘못이 아닌데도요. 자기가 놓인 상황이 너무 힘들고 버틸 수 없으면 그만둘 수도 있죠. 제가 느낀 건, 그렇게 내가 버티지 못했다고 나를 너무 혹독하게 혼내면, 죄책감만 가지고 있으면 또 도전할 수가 없잖아요. 저는 사람들이 괴롭힘 당한 기억도 있고 아픈 기억들도 있지만 좋은 기억들을 더 많이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딛고 일어날 수 있게. 저는 그 사람들 다시 다 데려올 거예요, 같이 또 계속 할 거예요. 아니면 그 사람들이 어쩌면 다시 힘을 얻어서 자기 병원에서 새롭게 노조를 시작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e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사진으로 본 고려수요양병원지부 사람들의 얼굴은 카페에서 한참을 이야기한 심희선 지부장의 얼굴만큼이나 밝고 활기 넘쳤다. 반짝반짝하는 열여섯 개의 얼굴들, 하나같이 표정이 살아있었고 즐거워 죽겠다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치열했고, 연결되어 있었고, 서로를 돌보고 보살피는 끈끈한 연대의 힘이 느껴졌다. 이렇게 ‘살아있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정말 두려울 것이 없겠다고 생각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우리는 여기 작은 곳에서, 화내고 분노하고 싸우고 울고 웃고 돌보고 보살피고 사랑하고 살아가고 있다. 세계와 연결되어 끊임없이 상처받는 것, 그리고 그 상처를 돌보고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조금씩 내 몸을 전과 다르게 변화시키며 나아가는 것이 인간의 존엄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답게 살고 있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 <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GP </span></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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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447" src="/attach/6789/1208857737.jpg" width="600" /></p>
<p>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장수민</span></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808080;">밀양 미니팜협동조합 이사장</span></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df 파일 다운받기 <a href="/attach/6789/1273427229.pdf">[6. 보이지않아도- 밀양.pdf (5.20 MB) 다운받기]</a></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span style="color:#4B0082;"><strong>611 행정대집행 이후 밀양은</strong></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밀양의 단장면, 산외면, 상동면, 부북면, 청도면을 관통하는 765kV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공사현장 곳곳에서 경찰과 한전과 싸우던 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마지막까지 지켰던 101번, 115번, 127번, 129번 4개의 농성장이 무자비하게 뜯겨 나간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6월 11일에는 2년 전 이른 봄에 밀양의 산과 들을 지켜달라며 산신제를 지냈던 도곡저수지에서 행정대집행 2년을 기억하는 문화제가 열렸고 많은 시민들이 밀양 곳곳의 길을 걸어와 함께 그 날을 기억하고 지난 일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br />
문화제에서 상영된 영상 속 할매는 ‘우리가 이렇게 살아서 버티며 싸우고 있습니더. 연대자님들 고맙습니더. 정말로 고맙습니더. 밀양을 잊지 말아주이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깁니더.’ 라고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밀양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끝내지 않았습니다. 여기 사람이 살고 있고, 살아갈 것이고, 우려했던 모든 피해가 현실이 될 상황에서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예전처럼 산과 들에서 먹고 자고, 제복을 입은 사람들과 몸싸움을 하다 사지를 들려 끌려나갈 일은 없겠지만, 한 동네에서 한때 동지였으나 이젠 서로 인사도 안하는 사람들과 마을보상금 사용 문제로 동네 일로 부딪히면서 끝없는 싸움을 해야 하고, 잊을만 하면 법과 돈으로 반대주민을 괴롭히는 공권력과 한전과도 싸워야 하며, 여러가지 외부 활동과 반대 운동에도 모종을 심고 감을 따다가 달려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탑은 다 들어섰고 이제 반대하는 사람들도 몇 남지 않았는데 아직 저러고 있냐며 조롱하고 멸시하는, 이제는 대다수가 되어 버린 합의 주민들의 시선도 견뎌야 하지요.</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밀양에서 살고 있다보니 밀양을 위해서 뭘 하면 좋을지를 물어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실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직접 아는 주민분들이 있다면 가끔 전화 걸어 안부를 물어주셔도 좋고, 시간이 되실 때 찾아와 손잡아 주시고 할매 할배의 일을 잠시라도 도와주실 수 있다면 10년을 넘는 그 긴 싸움에서 결국 지고 말았고 힘만 들었던 것이 아니라 그래도 할매 할배들에게는 좋은 ‘사람들’이 남았음을 잊지 않고 앞으로 닥쳐오는 진짜 싸움을 할 기운을 얻으시겠지요. 그리고 또 하나 미니팜을 통해 여러분의 마음을 주민들께 전달하실 수 있습니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525" src="/attach/6789/1346778975.jpg" width="700" /></p>
<p>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4B0082;"><strong>미니팜협동조합 밀양의친구들</strong></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미니팜협동조합 밀양의친구들’은 송전탑 경과지 주민으로 구성된 108 가구의 생산자 조합원들 곁에서 농산물을 팔아드리는 것으로 밀양의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할매 할배들이 직접 깎아 말린 감말랭이, 홍시가 되는 감, 각종 잡곡, 이른 봄부터 산과 들에서 뜯은 나물로 담근 장아찌를 사서 시민들께 택배 보내는 일을 하는 것으로, 밀양 농산물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고 밀양이 잊히지 않았다는 것을 할매 할배들께 알려드리고 밀양에서 사람들이 ‘살아서 버티며 싸우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께 알려드리려 하고 있습니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미니팜은 대전에서 대청호환경농민연대의 농민들과 함께 기획한 2014년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의 창업팀이었습니다. 대표를 맡아 심사과정을 끝내고 밀양의 2013년 10월 공사 시작에 뭐라도 도우러 잠시 다니러 왔으나 예상과는 다르게 공사는 중단되지 않았고 충돌하는 현장이 늘어나면서 아프고 다치는 할매 할배들이 늘어나 그 다음해 2월까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창업팀의 일을 하러 돌아갈 것인지를 결정할 시기가 되었을 때, 밀양에서 어떤 작은 일이 일어나도 이제는 모두 아는 사람, 아는 마을의 일일텐데 그 소식을 들으면서 사업이 될까, 견딜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고, 창업팀에 상의를 드렸더니 밀양으로 가지고 가서 하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얼마간의 사업비 지원을 약속받은 상황이었음에도 밀양의 상황을 이해하고 흔쾌히 사업 자체를 밀양으로 옮겨올 수 있도록 양보해 주신 겁니다. 그래서 미니팜협동조합은 대표인 이사장의 사업일수도 밀양만의 사업일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들어 있는 사업입니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신념을 가지고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지만 규모가 작고 상품성도 떨어져 제 값에 농산물을 팔지 못하는 농민들, 평생 농사를 짓고 땅을 지키고 살았지만 자식들과 젊은 사람들은 다 떠나고 건강도 좋지 않아 힘겹게 농사 지으시는 할매 할배들의 농산물을 빨리, 직접, 좋은 가격에 팔아서 농민의 피땀 어린 농업의 이익이 중간상인이나 마트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하는 사업을 하는 것이 미니팜이라는 사업의 목적이었습니다. <br />
사업을 밀양으로 옮겨 할매 할배들을 모시고 611 행정대집행 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7월 7일에 미니팜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열었습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과 장소는 계획과 달라졌지만 사업의 목표와 이유는 어느 농촌에나 똑같이 적용되는 일이었고,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과 밀양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연결고리가 되기 위해 미니팜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평생을 땅을 지키며 농사지었고 여생을 밀양에서 보내고 싶어 밀양으로 왔으나 이미 남아도는 전기를 더 만들기 위한 공사 때문에 일상을 잃어버린 주민들. 골고루 조금씩이라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할매 할배들께 전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이 밀양에서 직접 키우고 만든 것들을 알리고 전달하는 것이라면 협동조합의 활동 자체로 밀양을 지키고 송전탑 반대 운동을 지속하게 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이제 3년째인 미니팜협동조합은 직원 없이 이사장 혼자 꾸려 나가고 있고 매출의 규모도 적은 편입니다. 잘 되고 있는지 잘 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이 듣고 있습니다. 밀양으로 쏟아지던 관심은 점점 사라질테고 도시 사람들이 밥을 해먹지 않아 쌀을 비롯한 모든 농산물이 수요가 줄어들고 있고, 먹기 편한 수입 과일만 사먹어서 감이나 사과 등 우리 과일의 가격도 점점 폭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손주들 주려고 만들었다 조금씩 내어 주시는 밤말랭이에는 할매 눈에는 보이지 않던 밤벌레가 붙어 있어 골라내고 포장하느라 애를 먹기도 하고 배송 과정에서 깨진 감 때문에 모두가 속상하기도 합니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그러나 미니팜의 목적은 농산물을 많이 잘 팔아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미니팜의 사업만으로 108가구인 송전탑 반대주민들의 농산물을 전부 판매할 수도 없습니다. 반시를 예로 들면 미니팜에서 1년에 1,000상자 정도 택배로 판매하는데 50가구 정도의 반시 생산자가 있어 한 가구당 20상자 정도 밖에 수매하지 못하고, 5,000 상자 정도 감을 내시는 생산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br />
송전탑은 다 들어서 그 탑을 이고 지고 살아야 하는 주민들께 밀양이 잊혀지지 않았으며 그 긴 싸움이 아무 의미 없는 그냥 지고 끝난 싸움이 아니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고 계속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할매 할배들께 알려드리는 것이 미니팜의 목적이고 미니팜이 밀양에 있는 이유입니다. 주민들께 감을, 쌀을 사러 가는 미니팜은 반가운 소식이고, 연대해 준 시민들의 얼굴입니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앞서 말한 농산물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 이외에도 지금 농촌은 어느 곳 할 것 없이 공장이나 골프장이 들어서는 등 환경이 파괴되고, 애써 생산한 농산물의 가격이 몹쓸 유통구조 때문에 폭락하기도 하고, 예전에 없던 해충이나 농작물의 병으로 일년 농사를 망치기도 합니다. <br />
관심이 필요합니다. 농촌을 살리고 도시도 살기 위해 우리 농산물을 구해서 먹는 것, 마트 보다는 직거래, 지역의 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농촌이 살지 못하면 도시도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393" src="/attach/6789/1094389970.jpg" width="700" /></p>
<p style="text-align: center;">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4B0082;"><strong>젠더 점핑과 밀양 할매</strong></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밀양의 송전탑 싸움은 전례가 없는 특이한 일입니다. 그 많은 초고압 송전탑이 이 땅을 뒤덮는 동안 누구도 이렇게 끝까지 반대하고 이유를 묻고 지치지 않고 부당함을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밀양 송전탑 싸움을 연구하고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그 중에서 ‘젠더 점핑 gender jumping’ 이라는 단어로 처음에는 앞에 나서지 않았으나 끝까지 싸움을 지키고 지금도 굳건히 버티는 힘이 된 할매들을 설명한 논문<sup><a href="http://blog.jinbo.net/glocalpoint/54#footnote_54_1" title="김영, 밀양765kV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에 대한 젠더 분석 - 젠더 점핑의 과정과 원인을 중심으로, 한국여성학 제31권 2호, 2015.6, 1-53 (53 pages)." id="identifier_54_1"class="identifier">1</a></sup>*이 있습니다. 초기부터 주도적으로 반대운동을 이끌어 왔던 남성들이 국가의 압도적 물리력, 경제적 유혹 등에 의해 물러난 2012년 이후, 소위 '밀양 할매'로 불리는 여성들이 운동의 중심적 주체로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이후의 밀양 투쟁은 다음 세대의 생명을 보존하고 양심적 판단에 입각한 모성적 활동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밀양 여성들은 친밀성의 관계 맺기를 통해 연대자들을 밀양지역으로 결집시켰고, 상호보살핌의 관계를 통해 투쟁의 공간을 공감과 공존의 공간으로, 새로운 삶과 생명을 탄생시키는 살림의 공간으로 만들어나갔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br />
끝이 없는 싸움은 계속할수록 더 힘들고, 얼마간의 개별보상금이라도 받지 않으면 더 손해이지만, 옳지 않은 일이므로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농성장을 지키며 나물을 무치고 찌개를 끓여 밀양을 찾아온 손님들의 밥을 챙기고 손을 잡았던 할매들. 지금도 집 앞에 버티고선 송전탑을 에펠탑이라 부르며 하하하 웃고, 밀양 때문에 바뀐 것이 분명한 신울진-신경기 765kV 송전선로 최종 포기 선언 소식에 ‘짜식들~ 그런 일 있으면 우리한테 먼저 보고를 해야지’ 하며 ‘그래도 다행이다, 보람이 있다’ 하시는 할매들. 물론 자기집의 문틀도 가져와 농성장을 고치고, 오신 손님이 너무 반가워 밭의 채소들을 다 뽑아주라 하시는 할배들도 계십니다. 그래서 결국 지금까지 밀양을 버티게 한 힘은 할매들로 대표되는 서로를 돌보는 마음과 정성, 그리고 그 따뜻한 밥에서 온 것 같습니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span style="color:#4B0082;"><strong>밀양으로의 연대, 밀양의 연대</strong></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이 싸움의 끝은 무엇인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송전탑이 뽑혀도 절대 쉽게 회복될 수 없는 주민들 간의 갈등도 결국 그 용서나 화해가 송전탑 반대 운동을 지속해 온 주민들의 몫이 되겠지요. 누구에게도 수월하지 않은 세월이지만 굳건히 버티고 있는 밀양의 할매 할배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평생 노력한 삶과 그 터전이 헛되게 부서지지 않도록, 농촌과 농민의 삶에 조금의 위안이라도 되도록 미니팜은 주민들의 곁에 있겠습니다. 뭘 팔아 볼까 뭐가 맛있을까 고민하며 여러분께 소식 알리겠습니다. 투쟁하는 곳, 투쟁을 돕는 분들께 떫지만 곧 달콤해지는 감 상자들을 선물 보내면서, 정성 담긴 장아찌와 반찬들을 맛보시라 전하면서 연대하겠습니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밀양에 와서 각 마을의 할매들 댁에서 할매들과 함께 생활하고 그분들의 인생과 송전탑 싸움을 바라보고 그 기억을 나누던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캠프 참가자 분들의 눈을 기억합니다. 멀리 남미에서, 인도에서 투쟁하는 여성들이 보내온 밀양엽서에 적힌 응원과 격려의 글, 그 감동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주의’도 어떤 어려운 단어도 사람의 눈과 마음을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눈과 그 마음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밀양의 주민들도 잊지 않고 계속 함께 하겠습니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525" src="/attach/6789/1303017100.jpg" width="700" /></p>
<p> </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span style="color:#808080;"><u>미니팜협동조합(http://cafe.daum.net/my765kvout) 이사장 장수민</u><br />
협동조합 창업을 준비하다 잠시 도우러 와서 만난 밀양 할매들에 빠져서 이제는 밀양에서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밀양에서 계속 잘 먹고 잘 살고 싶습니다. <br />
010-5544-5109 suminchid@gmail.com</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808080;">* 김영, 밀양765kV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에 대한 젠더 분석 - 젠더 점핑의 과정과 원인을 중심으로, 한국여성학 제31권 2호, 2015.6, 1-53 (53 pages).</span></p>
<fieldset style="margin:20px 0px 20px 0px;padding:5px;"><legend><span><strong>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strong></span></legend><!--Creative Commons License--><div style="float: left; width: 88px; margin-top: 3px;"><a rel="license" href="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2.0/kr/" target=_blank><img alt="Creative Commons License" style="border-width: 0" src="http://i.creativecommons.org/l/by-nc-nd/2.0/kr/88x31.png"/></a></div><div style="margin-left: 92px; margin-top: 3px; text-align: justify;">이 저작물은 <a rel="license" href="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2.0/kr/" target=_blank>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센스</a>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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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600" src="/attach/6789/1132314677.jpg" width="600" /></p>
<p>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도균 </span></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808080;">성노동자네트워크 ‘손’</span></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df 파일 다운받기 <a href="/attach/6789/1167599219.pdf">[6. 보이지않아도 - 손.pdf (134.12 KB) 다운받기]</a></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올해 3월 31일 헌법재판소에서 성매매특별법 위헌 제청이 있었다. 6:2:1로 성매매특별법 합헌 판결이 나왔고, 어차피 예상했던 결과라고 담담하려 해도 막막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침 목요일이어서 페미니즘 학교 강의를 수강하기 위해 NGA 사무실로 향했고, 그 날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성매매특별법 합헌 판결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 같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상반기 동안 페미니즘 학교에서 가부장체제, 섹슈얼리티, 자본축적론과 같은 주제에 대해 강의를 들으면서 추상적으로 접근하던 처음과 달리, 네트워크 중심의 성노동자 운동을 생각하게 됐고, 이 생각을 페미니즘 학교 실천자율과정을 준비하면서 구체화하게 됐다. 성노동자에 대한 법적 처벌, 함정수사와 같은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차별뿐만 아니라 4대 보험과 같은 제도적 안전망의 바깥에 내몰리는 상황,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해 노동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법적인 대응을 피하게 되는 환경,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근무시간대가 늦은 경우가 많아 의료서비스를 비롯해서 낮 시간대에 주로 이뤄지는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조건 등으로 성노동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계망이 다양한 방식으로 중첩되는 형태로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고, 성노동 운동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을 하반기 목표로 삼았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이후 몇 달 간 SNS를 통해 성노동자라는 정체성을 걸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리되지 않아도 치밀어오르는 선명한 분노와 절망감을 계속 마주하게 됐고 함께 모여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네트워크가 가능하겠지만 유독 당사자 네트워크에 대해 고민했던 건 딱 잘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직접 일을 해본 당사자와 그렇지 않은 비당사자들 간에 직관적인 이해도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느꼈었기 때문이다. 당사자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때, 굳이복잡하고 어려운 말을 늘어놓지 않아도 유사한 상황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이뤄지는 공감의 힘을 알고 있었고, 더 이상 ‘우리’의 권리를 위한 운동이 타인의 선의에 기대어 이뤄지는 상황을 방임하고 싶지 않았다. 성매매특별법 합헌 판결과 함께 온라인상에서도 매춘혐오 발언들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었다. 6월 초 트위터 공개 계정을 통해 성노동자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할 당사자들이 모이게 됐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7월 7일 네트워크 멤버들과 이태원에서 첫 만남이 있었고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멤버 중 일부는 공동 페미니즘 학교를 함께 수강했고, 모두 함께 네트워크 글을 준비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제각기 다른 상황에서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진상 구매자를 욕하고, 일을 하며 겪었던 각종 경험과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빠르게 공감대가 형성됐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네트워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서로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네트워크에 참가하는 것이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각자에게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게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지치거나 혹은 회의감을 느끼지 않고 즐겁게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랐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단속을 받은 멤버는 법률상담을 연결받았고 법률상담을 통해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다 같이 글쓰기를 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글쓰기 교육을 진행했다.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거나 혹은 그것을 네트워크의 향후 계획에 추가했다. 여럿이서 오프라인에서 만날 때는 네트워크 일 얘기보다는 서로 대화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집중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각각의 멤버에게 특출나게 뛰어난 능력이 있다거나 혹은 그 많은 것들을 진행할 여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멤버의 몇 다리를 걸친 현직 편집자 지인분은 선뜻 우리 네트워크 글의 교정/교열을 봐주겠다고 했고, 기존에 성노동 운동을 했던 활동가 친구들도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우리 네트워크의 글을 영어로 번역해주거나, 법률 상담을 해준 분도 있었고, 의료지원에 대한 제안도 농담인 듯, 진담인 듯 받았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런 지면에 우리 네트워크에 대한 글을 실을 기회가 생기는 등 많은 분들이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이 과정들을 거치면서 내부적으로는 법률, 의료 지원에 대한 부분을 확보하고 범위를 넓히는 것을 고려하게 됐고, 외부적으로는 페이스북, 티스리, 이글루스, 텀블러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8월 19일부터 매주 글을 하나씩 공개해서 올해가 끝나기까지 총 20개의 글을 공유할 계획을 세웠다. 대부분의 글은 우리가 직접 쓰는 글이고 일부는 외부 기고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섭외까지는 우선 마친 상태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일이 잘 풀린다면 올 하반기 중으로 성노동 운동을 위한 비당사자들을 포함한 연대체를 출범할 것이다. 연대체를 구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연대체에 소속된 각각의 관계와 역할이 분명해야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연대체가 성노동자 네트워크 손, 의료 지원을 하는 단위, 출판과 관련해서 일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단위로 구성된다면, 우선 성노동자 네트워크 손이 당사자 그룹으로서 성노동자의 건강권을 이야기하고 필요한 바를 공론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의료 지원을 하는 단위는 공론화하는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공론화된 내용을 바탕으로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의료 가이드북 제작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그 내용을 토대로 출판과 관련한 일을 담당할 수 있는 단위가 책을 출판하거나 전체를 온라인 후원 플랫폼인 텀블벅이나 소셜펀치 등을 통해 성노동자 네트워크 손의 다른 글들을 엮은 출판물을 만들어 함께 키트를 만드는 식이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연대체가 단순히 여러 단위의 결합과 같은 형태가 아니라, 자신의 운동에 성노동 운동과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고, 또 그런 방향을 지향하는 이들이 함께하는 형태가 되기를 바란다. 동시에 개인 당사자, 활동가와 연구자, 당사자 단체와 활동 단체, 이론가 집단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하며, 당사자 단체와 당사자 활동가가 이론가 집단과 함께 성노동 운동에 필요한 연구를 같이 진행하거나, 특정한 이슈로 운동을 진행할 때 연대체에 결합된 단위들이 본래 자신들이 해오던 활동, 혹은 작업을 어떻게 성노동과 특정한 이슈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는 방향으로 가져갈 지 고민하는 식으로 보다 상황에 따른 유연하면서도 구체적인 운동을 해나가길 바란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지난 7월 공동 페미니즘 학교에서 멤버 나나, 도균, 석영이 만났던 중국 활동가들과도 쭉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미리 적금을 들어 내년 초에는 해외연대를 가볼 계획도 어렴풋이 세우고 있다. 업종에 따라 굉장히 다르지만 보통 다른 직종의 사람들과는 생활하는 시간대가 다른 성노동자들의 상황에 맞게, 페미니즘 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을 성노동자를 위한 방식과 내용으로 진행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당연히 이런 계획들은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성노동자 네트워크 손이 페미니즘과 함께 가기를, 혹은 페미니즘에서 출발하기를 바란다. 우리의 이야기가 마치 성노동자 네트워크 손이 모든 성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전개되거나 혹은 이론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각각의 멤버가 언제나 같은 이야기만 하게되지 않기를 바란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꼭 활동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재정적인 부분에 대한 기초적인 연습을 함께 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구글 드라이브 등을 이용해서 가계부를 만들어 들어가는 돈과 나가는 돈을 확인하는 간단한 수준에서부터, 경제 활동을 하는데 있어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함께 공부하고 나누자는 내용이었다.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유동성이 높은 현금으로 불규칙하게 큰 수입이 생기는데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조금씩이라도 우리의 힘으로 해결해나가고 싶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700" src="/attach/6789/1148911340.png" width="700" /></p>
<p> </p>
<p style="text-align: justify;">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되고, 2005년 당사자 그룹인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줄여서 전성노련)과 성노동자 법외노조인 민성노련이 출범했다. 후로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고 2009년에는 성노동자 지원을 위한 그룹인 성노동자 권리모임 지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민성노련은 활동이 중단됐고, 성노동자 권리모임 지지도 올해는 이렇다 할 외부활동이 없었다. 이따금 SNS에서 성노동 이슈를 둘러싼 논쟁이 일어나거나 성노동을 주제로 한 비정기적인 행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성노동 운동이 침체된 상황이라는 말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리라고 생각한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성노동 운동을 하면서 “진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아마 그 말을 뱉는 사람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진짜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에 가깝다고 느낄 때가 있다. 지금 우리 네트워크의 멤버는 총 네 명이다. 하지만 네 명 모두 다른 업종이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고, 누군가는 성노동만을 하고, 누군가는 다른 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성노동을 한다. 누군가는 정기적으로 출근하지 않고, 돈이 급하게 필요할 때 구매자를 구해서 성노동을 한다. 누군가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누군가는 학업을 위해, 누군가는 개인 작업을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성노동을 한다. 성별도, 정체성도, 고향도, 나중에 하고 싶은 일도, 성노동에 대한 생각과 입장도 모두 다르다. 이 중 누가 진짜 성노동자인가?</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우리는 ‘진짜 당사자들’로서 우리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분명 성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서 운동을 한다는 건 쉽지 않다. 더군다나 그 운동을 성노동자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당장 우리 멤버가 모두 모이려면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저녁 등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남들이 놀고 있을 때, 노는 사람들과 일을 하기 때문이다. 평일이라고 해서 상황이 많이 다르진 않다. 물론 업종에 따라, 일주일에 일하는 횟수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긴 하지만 당장 우리가 다른 단위와 함께 사업을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모두가 참석할 수 있는 회의를 한 번 잡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그럼에도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 살고 있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마트 계산대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여행을 다니고, 연애를 하기도 한다. 비록 어디에서도 우리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어렵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우리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우리에게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건강권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에 성노동자의 건강권 운동을 하고 싶다. 성노동이 불법이기에 경찰을 부르지도 못하고 위협받았던 경험을 토대로 우리의 법적 권리를 주장하고 싶다. 네트워크가 생긴 지 1달도 되지 않아 함정수사로 단속을 당한 멤버를 보며 무력감을 느꼈기에, 멤버에게 날아온 통지서에 조건만남으로 일하느라 스스로를 광고한 것에 대해 알선 혐의가 나온 것을 보고 너무나 분노했기에 그에 맞서 싸우려고 한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추상적으로 가상의 어떤 성노동자를 가정하고 이뤄지는 운동이 아니라, 지금 당장 운동과 생계를 함께 유지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서 출발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 목표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당장 계획 중인 것들을 나열하자면 우리의 생각을 글로 정리해 나누고, 우리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글로 받아 나누고, 그에 대해 다시 글로 화답하고,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단속에 대응하기 위한 가이드를 만들고, 성노동자를 위한 형태의 의료 지식을 정리해서 나누고, 국적, 일하는 국가, 업종, 지역 등 다른 상황에 있는 보다 다양한 성노동자들과 함께하고, 당사자들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보다 거대한 문제에 맞서 함께할 연대체를 우리가 중심이 되어 만들고 싶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사실 네트워크 손의 대부분의 멤버들은 운동이 처음이다. 그래서 글 하나를 완성해도, 우리의 목소리에 누군가 귀를 기울여도 그 자체로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살면서 처음으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혹 당신에게 성노동자의 이야기가 처음이라면 우리 중 대부분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처음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고 우리의 경험을 말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우리보다 앞서 목소리를 냈던 많은 성노동자들과 활동가, 이론가,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준 사람들 덕분일 것이다. 우리 또한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런 반복이 언젠가는 세상을 조금씩 바꿔놓을 것이라고 믿는다.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이렇듯 매일 투쟁하고 있다.<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 GP </span></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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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347" src="/attach/6789/1156563935.jpg" width="600" /></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María de Lourdes Pérez Enríquez </span> </span><span style="color: rgb(0, 0, 0); text-align: justify;">마리아 데 루르데스 페레스 엔리케스</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808080;">Juventudes Indígenas y afromexicanas en Conexión (JINACO</span></span> / 청년 원주민과 아프리카계멕시코인 단체)</p>
<p style="text-align: justify;">Mail: jnichim@live.com.mx</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2F4F4F;"><strong>번역</strong></span> <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2F4F4F;">최이슬기</span></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df 파일 다운받기 <a href="/attach/6789/1187824419.pdf">[10. 줌인 - 히나꼬.pdf (157.92 KB) 다운받기]</a></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멕시코는 인종적, 문화적, 언어적 풍요로움을 지닌 다문화 국가로 알려져 있다.<br />
멕시코는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을 지니고 있는 나라이며, 이러한 문화적, 언어적 다양성에 관한 권리가 최근 헌법 제 2조에 의해 보장되었다. 헌법에서 민주주의와 국가 정체성의 기반이 되는 중심적 가치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br />
하지만 멕시코 사람들은 이런 맥락 속에서도 수 년 동안 노동, 경제, 교육,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알리고 싸워 왔다.<br />
이 글은 그 투쟁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이다.</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span style="color:#FF0000;"><strong>시민권 운동: 참정권에서 원주민 민족해방까지</strong></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우선, 오랜 시간 동안 여성들이 싸워온 중요한 권리들 중 하나는 시민권을 위한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은 투표권이었고, 멕시코에서 이 운동은 “참정권론자들”의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멕시코를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여성들은 거리로 나가 시민권과 투표권 행사를 요구하며 시위했고, 이들 중 많은 여성들이 감옥에 갇히거나 탄압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들의 투쟁 덕분에,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에서 여성 투표권은 현실이 되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169" src="/attach/6789/1019626686.jpeg" width="299" /></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이렇게 사회 운동 내부에서 싸워 온 여성들 덕분에, 멕시코 여성들은 1952년 처음으로 투표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머지 않아, 다양한 사회 운동이 등장했다. 원주민 운동에서 보면, 정부로 하여금 원주민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도록 만든 무수한 활동 중 가장 중심이 되는 사건은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jército Zapatista de liberación nacional, EZLN)의 출현이었다. EZLN은 1994년 1월에 치아파스 주에서 벌어지고 있던 수없이 많은 인권 침해와, 정부에 의해 취약한 상황에 놓인 원주민의 실상을 가시화시키기 위해 일어났다. 그러나 사파티스타가 들고 일어난 것은 남부 지역의 원주민들만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전국 32개 주의 264개 원주민 부족들을 위해서기도 했다. 지리적으로 북쪽에 위치한 많은 원주민 부족들은 멕시코 남동부와 중앙으로부터 이주한 경우가 많고, 고유의 언어, 정체성, 의복을 보장받지 못하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EZLN과 함께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원주민 권리 운동은 원주민과 비원주민이 함께 권리 실현을 위해 만든 조약과 협약, 협정들이다. 1994년 EZLN이 생기기 전에, 여러 사회운동 분야에서 다양한 시위가 일어났고, 이를 통해 현재 국립 원주민 언어연구원(INALI)과 같은 여러 공공 정책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원주민들은 또한 이중언어-이중문화 기초교육(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과 상호문화적인 사범학교, 대학교 설립을 위해 싸웠다. 하지만 이 투쟁은 현재의 교육과 노동의 맥락에서 보면 부족한 점도 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span style="color:#FF0000;"><strong>폭력과 억압에 맞서기</strong></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한편, 43명의 사범학교 학생들의 실종사건에서 비롯된 아요치나파 국제 운동의 경우처럼, 멕시코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의 물결에 대항해 나타난 운동들을 볼 수 있다. 이 비통한 사건은 2014년 9월 26일 일어났다. 오늘까지도 실종 상태에 있는 43명 학생들의 귀환을 요구하는 이 운동은 게레로 주에서 시작되었으나 국가적, 국제적으로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지금 멕시코에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또 다른 운동은 ‘여성에 대한 젠더폭력 경보(Alerta de Violencia de Género contra las mujeres, AVGM)’로, 이는 세계에서 유일한 여성살해방지 전략이며, 사회의 선입견과 뿌리 깊은 관행이 만들어내는 성폭력적인 환경과 싸우기 위한 촉매제이기도 하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126" src="/attach/6789/1261660583.jpeg" width="401" /></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이를 통해 여성 인권을 보장하고 페미사이드(여성살해) 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모든 방지책이 동원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극단적인 폭력사건들이 일어나는 공통된 양상, 즉 피해 여성들의 프로파일, 사회적 수행, 가족 환경과 사생활 주변의 맥락을 알아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는 단순한 분류를 통한 낙인찍기를 피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며, 나아가 모든 여성이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여성에 대한 젠더폭력 경보’는 폭력이 없는 자유로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아직 멕시코 전역에 발령되지는 않았다. 날이 갈수록 페미사이드가 늘어나는 지역에서는 주 정부의 주관 하에 젠더폭력 경보가 발령되도록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이 운동은 시민사회와 국민들로부터 여러 반응을 얻고 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최근의 또 다른 페미니스트 운동은 ‘보라색 물결(Oleada Violeta)’이다. 이 운동은 2016년 4월 24일에 벌어졌던 국가 탄압으로 인해 일어난 시위였다. 마초적인 폭력과 그 표현 하나하나에 진절머리가 난 여성들에 의해 ‘보라색 물결’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정부의 권위주의에 걸맞는 가부장적 공격에서 비롯된 ‘24A’ 운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현재는 교육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393" src="/attach/6789/1207589829.jpg" width="700" /></p>
<p> </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사회와 국가의 억압에 대항하는 ‘LGBTTTI 행진’도 있다. 이 운동은 비가시화 된 정체성을 지닌 이들의 권리, 트랜스섹슈얼 여성에 대한 억압, 동성결혼이 허용되지 않은 주들과 입양의 문제가 주된 이슈이다. 치아파스의 경우, 극도로 취약한 상황에 놓인 LGBTTTI 인구의 권리 보장보다 교회와 가톨릭주의자들에게 더 많은 발언권을 주는 문제 때문에 이에 관해 다루는 위원회가 있다. 와하카 주의 ‘Muxes’의 경우에는 이를 문화 정체성의 일부분으로 보며, 덜 알려진 경우로는 치아파스 산 후안 칸쿤의 초칠족도 있다.<br />
다양성의 시선으로 살펴본 이 사회운동들은 모두 정부의 행동에 대한 불만족으로부터 나타난다.</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span style="color:#FF0000;"><strong>페미니스트의 역사 = 투쟁의 역사</strong></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이 모든 운동들에 페미니스트 그룹은 항상 응답해왔다. 참정권 운동의 깃발을 들고 있었던 것도 여성들이었고, 원주민 운동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여성들 중에도 역시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있었다. 현재 현실화된 조약들을 공유하고, 여러 주에서 여성에 대한 젠더폭력 경보를 요청하는 것 또한 바로 페미니스트들이고 여성들이다. 여기에 다양한 조류의 페미니스트들이 합류해 멕시코에서 일어나는 운동들을 지지하고 있다. 이런 많은 운동들을 주도한 것은 입을 다물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요구해 온 여성들이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멕시코 전역의 많은 페미니스트 시민 단체는 여성의 권리회복에 의해, 그리고 권리회복을 위해 80년대에 만들어졌다. ‘SIPAM’ (Salud Integral PAra las Mujeres), 와하카의 ‘의회토론과 공평함을 위한 협회’, ‘시몬 드 보부아르 리더십 연구소’ 등의 단체들처럼, 많은 페미니즘 단체들은 다양한 운동을 지지한다.</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이미 여성, 원주민, 페미니스트로로 활동해 온 사람들 사이에서 나의 최초의 경험은 2005년 보상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원주민 공동체를 찾아 가서 극빈층의 아동들에게 수업을 해야 했다. 그 곳에서 나는 권리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교육에 대한 나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나는 길고 지난한 싸움을 했고 국립교육대학(UPN)에 진학했다. 대학에서 LGBTTTI 집단과 함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고, 그러던 와중에 학내 LGBTTTI 인구의 권리 인정을 위해 대학의 고위 책임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LGBTTTI 인구를 가시화하는 활동들을 했을 때, 한편으로 나의 원주민 동료들은 나의 액티비즘의 시작을 곱지 않은 눈으로 보았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대학에서 했던 이 운동 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인구 분포를 지닌 공립대, 이 경우에는 국립교육대 안에서 다양한 집단의 역량을 높일 수 있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465" src="/attach/6789/1024613591.jpg" width="700" /></p>
<p> </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나는 대학에서 교육을 받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고민하는 공간에 있었다. 뉴욕에서 개최된 제 13회 원주민 문제를 위한 상임 포럼에 참여했을 때, 각국에서 온 30명의 여성들 사이에서 “좋은 정부와 청년들”이라는 주제로 청년 문제를 이야기할 대변인을 맡았다. 이 주제는 원주민 여성 포럼(Foro de Mujeres Indígenas, FIMI)의 리더십과 정치적 영향력을 지닌 국제학교의 틀 안에서 논의되었고, 그 안에서 원주민과 아프리카계 멕시코인을 위한 성적, 재생산 건강의 주제에 관한 청년들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다양한 강단에 섰고 그 곳에서 나의 경험은 다른 길을 걸었지만, 권리를 위한 투쟁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인상적인 것은 CIESAS-Sureste의 원주민 기금을 받아서, 볼리비아 산타 크루스와 에콰도르 키토 간의 상호문화 공공 관리에 역점을 둔 원주민 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을 수료했었을 때의 일이다. 이 수료 프로그램은 우리 젊은 여성들이 교육의 도구를 가지길 바라는 여성들의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그것은 상호문화적 공공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선언과 협정을 다루는 멋진 경험이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또한, 페루 리마에서 열린 원주민 여성들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는 여성의 임파워링을 위한 훌륭한 경험의 장이 되었다. 중심 주제는 원주민 집단, 특히 여성들의 사회운동에서의 비가시성을 넘어서고, 다양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행동 메커니즘에 관한 논의였다.</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지금 나는 이런 경험들을 통해 “성적-재생산 건강 증진을 위한 원주민 공동체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수료한 경험을 나눌 수 있기에, 현재 원주민 인구와 함께 이를 실천하고 있다. <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GP</span></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525" src="/attach/6789/1375251762.jpg" width="700" /></p>
<p><br />
</p>
<fieldset style="margin:20px 0px 20px 0px;padding:5px;"><legend><span><strong>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strong></span></legend><!--Creative Commons License--><div style="float: left; width: 88px; margin-top: 3px;"><a rel="license" href="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2.0/kr/" target=_blank><img alt="Creative Commons License" style="border-width: 0" src="http://i.creativecommons.org/l/by-nc-nd/2.0/kr/88x31.png"/></a></div><div style="margin-left: 92px; margin-top: 3px; text-align: justify;">이 저작물은 <a rel="license" href="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2.0/kr/" target=_blank>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센스</a>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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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480" src="/attach/6789/1242979403.jpg" width="640" /></p>
<p>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채영</span></span><br />
<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808080;">글로컬포인트기획편집팀</span></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 pdf 파일 다운받기 <a href="/attach/6789/1304448378.pdf">[7. 칼럼 - 채영탈.pdf (149.10 KB) 다운받기]</a></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1년 여 정도 탈춤동아리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사실 들어가게 된 계기는 완전히 우연이었다. 원래 하던 스트릿댄스 동아리를 힘들어서 그만둔 상태였고, ‘전통’이라는 걸 체험은 해봐야 하지 않겠나-하는 충동이 들었고, 동아리를 만든다고 제안해 준 학교 선배가 페미니스트였다(결정적 이유).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동아리를 하면서 재밌고 행복한 순간도 많았지만 고민도 많았다. 같이 활동하던 젠더남성들 중 몇몇의 젠더감수성, 무엇보다 전수를 해주시는 선생님들의 젠더감수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앉아서 공부를 할 때와 다르게, 춤을 춘다는 것은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그 사람들과 활동을 해야 할 때면 시선의 대상이 된다는 느낌이 불편했다. 그런데도 탈춤동아리는 지금까지 대학생활 중에서 가장 재밌는 기억 중 하나이다. 페미니즘적 고민들도 마구 일어났던 시기였다. 특히 ‘재현’의 문제와 젠더 수행에 관련해서. 그래서 나의 탈춤 동아리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고, 같이 동아리를 한 페미 친구와 나눈 대화를 나눴다.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채영</span></span> 너에게 ‘해탈(서강대학교 탈춤동아리)’이라는 공간은 어땠어?</p>
<p style="text-align: justify;"><br />
<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EE82EE;">정하</span></span> 음, 나는 원래 탈춤에 관심이 있었어. 그런데 페미친구(너)가 추천해주는 걸 보고, 한 번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지. 내가 쓴 탈의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도 재밌었고. 그런데 열심히 모든 역할을 배우고 전수 받았는데 막상 연기할 역할을 선택할 때는 남자 역할은 그 역할을 할 남자가 없을 때에만 여자들에게 차례가 돌아오더라구. 나는 사실 하회탈춤에서도 백정 역할을 하고 싶었어. 전수자 선생님들은 모두 남성이었는데 본인들은 여자 역할도 하면서 여자들은 남자 역할을 맡는데 눈치 보이고 그랬어. 거기서 좀 불편하고 짜증이 났었지.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채영</span></span> 맞아. 전수받을 때 회장님이 연습도 안한 상태에서 이런저런 연기를 시켜보더니 갑자기 배정해주셨잖아. “너는 양반 잘하겠다”, “너는 할미 잘하겠다”. 물론 좋은데, 연습을 해보면서 어떤 배역이 좋아질 수도 있는 거고, 애초에 동아리니까 즐기면서 해보고 싶은 배역을 맡아서 연습해봤어도 재밌을 것 같은데. 그리고 부네나 백정같이 여성성 혹은 남성성을 잘 드러내야 하는 배역에서는 체격과 성별에 따라 배정하셨어. 그래서 나는 사실 하회에 큰 매력을 못 느끼겠더라.</p>
<p style="text-align: justify;">음, 우리가 하회탈춤, 봉산탈춤을 배웠잖아. 너는 하회탈춤에서 ‘부네’라는 여성역할을 수행했고, 나는 봉산탈춤에서 ‘목중’이라는 남성역할을 수행하면서 각자 든 생각이 각각 있었을 것 같아.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center;">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583" src="/attach/6789/1214011825.jpg" width="700" /></p>
<p>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EE82EE;">정하</span></span> 하회탈춤 중 ‘부네’가 나오는 파계승 마당은 산중에서 부네가 소변을 보는 걸 훔쳐보던 파계승이 부네를 쫓아가서 서로 눈이 맞아 춤을 추다가 초랭이가 나오면 파계승이 부네를 들쳐 엎고 퇴장하는 마당이야. 부네를 연기할 때, 난 답답한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 보통 탈을 쓰고 연기를 하면 더 자유로워지고, 나와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맛이 있다고 들었었는데. 부네는 극중에서 추임새 빼고는 대사가 없고, 다른 탈들과 다르게 입에 구멍도 없어. 또 춤을 추는 모양새가 엄청 소극적이고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이었거든. 그 당시 실제로 나라는 사람은 그러한 여성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었어. 성격도 소극적이고 부끄러움도 많이 탔고. 나처럼 전형적으로 ‘참하다, 얌전하다’라고 생각되는 여성이 오히려 백정 같은 역할을 맡아서 남성성을 연기했더라면 연기하는 나도, 보는 사람도 재밌는 놀이가 되었을 것 같아. 나 같은 경우는 부네탈을 쓰고 나를 연기하는 느낌이 들었었거든. 탈 안에서의 자유로움 같은 건 없었어. <br />
또 혼자 출 때는 어차피 대사도 없고 부네의 부드러운 몸짓을 잘 재현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런 몸짓들이 별로 어렵지 않았어. 근데 막상 양반이랑 같이 춤출 때는 내가 그 양반에게 교태를 부려야 하고, 얌전한척 유혹하는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나는 거야. 원래 아는 사람들이 양반, 선비의 탈을 쓰고 나를 뭔가 뭐랄까 기생으로 다루는 기분(그니까 성적으로만 대상화되는 기분)이 드니까 뭔가 원래 내가 여성으로서 겪었던 일들과 (탈춤을 추지 않을 때와) 구분이 되지 않고 그러니까 기분이 나빴던 것 같아.</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채영 </span></span>맞아. 하회 전수를 받았을 때, 선생님들이 거의 다 남성이었잖아. 부네 역할을 한 것도 남성, 전수 회장님도 남성, 그러다보니 ‘부네’라는 역할을 매우 남성중심적으로 그려내시는 것 같았어. <br />
봉산탈춤에서도 부네와 매우 비슷한 캐릭터가 나와. ‘소무’라고. 목중이랑 중이랑 ‘소무’를 놓고 경쟁하는데, 하회에서도 양반이랑 선비랑 부네를 놓고 경쟁하잖아. 정작 소무와 부네의 마음은 알 수가 없는데, 남성들 간의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이 결국 여성을 쟁취하는 서사에서 동일해. 진짜 별로다. 소무랑 부네는 그 남자들이 별로일 수 있는데, 지들끼리.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EE82EE;">정하 </span></span>맞아. 반면 하회에서의 할미는 전혀 섹슈얼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 못해. 성적 주체가 되어도 비난을 받을 거고, 성적 대상도 되지 않지. 그저 밥을 많이 먹는다고 놀림당하는 늙은 여자일 뿐이야. 반면 양반도 나이가 꽤 많게 그려지는데, 양반은 부네를 욕망하거든. 할미는 모든 욕망을 거세당한 채, 그리고 욕망-식욕-을 비웃음 당하는 불쌍한 캐릭터이기만 하지. 이 사회가 여성의 노화를 결코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채영</span></span> 할미캐릭터 이야기하니까 생각난 건데, 봉산탈춤에서는 흥미로운 과장이 하나 있어. 미얄과장이라고 불리는 제7과장. 전쟁통에 미얄 할멈과 영감 부부가 헤어지거든? 어느 날 재회를 해. 근데 영감에게는 이미 들머리집이라는 첩이 있어. 미얄 할멈은 (지금으로 생각하면 이혼 후 재산분할을 하자고) 살림을 나누자고 싸움을 하고, 그 과정에서 영감에게 맞아 죽어. 그리고 영감은 들머리집과 살겠다고 장례도 치러주지 않고 도망가듯 떠나. 이게 당시의 사회상인 걸 감안하면 미얄 할멈과 같이 나이든 여성을 남편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대우했는지를 볼 수 있지. 그렇지만 이걸 탈춤의 한 마당으로 만들고, 미얄을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솔직하고 당당한 여성으로 그린 지점은 재밌었어. 조금 더 스포를 하자면, 미얄이 죽고, 영감을 비난하는 남강노인이 나오고, 마지막에 무당이 미얄의 혼을 달래는 굿을 하면서 극이 끝나. 미얄의 혼을 달래는 과장이 4시간이 넘는 봉산탈춤 서사의 대미인 거지. <br />
여기가 여성주의적으로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생각해. 미얄이 젠더폭력(남편폭력)에 의해 죽고, 그런 남편을 비난하는 남강노인이라는 존재가 나오고, 여성 무당이 젠더폭력으로 죽은 미얄을 위로하며 끝내는 서사. 미얄이 엄청 춤도 잘 추고 당찬 캐릭터로 나오는데, 걸크러쉬…. 아쉬운 점은 들머리집은 아무것도 안하는 캐릭터라는 거야. 들머리집과 미얄이 같이 손잡고 영감의 무책임한 모습을 비난했어도 재밌었을 것 같지 않아?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center;">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406" src="/attach/6789/1018748232.jpg" width="550" /></p>
<p>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EE82EE;">정하</span></span> 재밌었을 것 같아. 내용 자체도 훨씬 흥미롭고. 어쩌면 하회탈춤에서의 부네도 적극적인 여성으로 그려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내가 부네 역할을 너무 소극적인 여성상으로만 배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물론 부네가 적극적인 여성이라서 자기의 욕구나 필요에 의해 적극적으로 양반, 선비를 유혹하는 여성이라도 여성이 성적 매력으로만 일정한 권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진정한 의미의 ‘적극적’ 여성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렇지만 어쨌든, 나 이전에 부네를 연기했던 동아리 언니는 되게 요염하고 궁둥이도 크게 흔들고, 그런 부네를 연기했다고 들었어. 근데 사실 나는 전수자 선생님의 스타일을 그대로 받아서 따라했던 것 같아. 내가 배웠던 전수자 선생님은 굉장히 절제되고 움직임이 작은 부네를 연기하셨었거든.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채영</span></span> 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선생님이 젠더남성이어서 더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그 선생님 입장에서는 ‘부네처럼’, ‘여자처럼’ 연기하려고 노력했을 거잖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즉 스테레오 타입에 더 가까운 여성을 연기할까-하는.</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EE82EE;">정하</span></span> 맞아. 탈춤 판을 짜고, 연기하는 사람이 젠더 남성일 경우 더욱 스테레오 타입에 가까운 ‘부네’가 그려질 수 있는 것 같아. 남자들이 생각하는 여성, 기생. 여성이 부네를 해석하고 연기하는 것과 많이 다를 것 같아. 채영이 너는 남성역할을 연기했잖아. 근데 왜 남성 캐릭터를 고른 거야?</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채영</span></span> (독자분들을 위해 설명을 하자면) 목중이라는 캐릭터는 우선 파계승이야. 중인데 성적욕망으로 가득 찬? 죄를 지어서 얼굴에 혹 같은 것이 나있고, 술을 많이 먹어서 얼굴도 불그적적한, 마초적 남성성을 충실히 수행하는 남성 역할이야. 페미니스트로서 일상 속에서는 그런 류의 남성성을 비판하지만, 그 연극에서 내가 그 역할을 수행해보면 어떨까-가 궁금했던 것 같아.<br />
사실 젠더 여성이 여성역할을 하는 게 더 수월한 건 있다? 사실 봉산탈춤에서 상좌(여성승려)의 춤동작이 부드럽고 선을 중요시하고, 애초에 여성들이 삶에서 하는 행동들-손짓, 걸음걸이 등-과 더 유사하잖아.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고. 근데 뭔가 오기가 있었던 것 같아. 무조건 더 적극적이고, 강한 역할을 연기할 거다-하는. 탈춤에선 그게 남성 캐릭터들이고. 미얄처럼 춤 잘 추고 당당한 여성상은 거의 안 나오니까.</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EE82EE;">정하</span></span> 맞아. 춤 동작 자체가 엄청 달라. 남성과 여성 캐릭터가. 가령, 양반이나 선비는 팔자걸음으로 엄청 거들먹대면서 걷는데, 부네는 사뿐사뿐. 반면 헤게모니적 남성은 아닌, 초랭이 같은 경우 촐랑촐랑 걷고, 할미도 궁둥이를 크게 흔들며 퍼덕퍼덕 걷는다고 해야 하나... </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채영</span></span> 목중의 대사 중에 “내가 본시 천하제일의 한량으로~”라는 대사가 있어. 그 대사에 걸맞게 술 먹는 거, 여자만나는 거, 춤추고 노는 거 좋아하는 캐릭터고, 애초에 자신감이 과잉하는 남성성을 보여준달까... 그래서 남성적 춤과 연기에 있어서도 부담이 있었어. 근데 그런 동작들을 연습해본 것이 나에게는 도움이 많이 됐어. 성격도 바뀌었는데, 좀 능청맞아졌거든.<br />
정하 오, 그거 흥미로운 지점이다. 어떻게 도움이 됐어? 페미니즘적으로 이야기하면, 그런 류의 남성성을 수행해본 경험이 너에게 도움이 됐다는 거잖아!</p>
<p style="text-align: justify;">우선 목중처럼 큰 목소리로, 자신 있게 대사를 치는 것. 나 원래 남들 앞에서 그렇게 큰 목소리를 내 본 적도 없거든. 대개 여자애들 그런 식으로 안 키우잖아, 하회에서도 부네는 대사할 입 구멍도 없고. 목중 캐릭터랑 연관된 건데, 당시 극을 짜다 보니까 내가 나머지 배우들이 옷을 갈아입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 관객들에게 탈춤에 대해 설명해야 했었어, 그것도 영어로. 예전 같으면 절대 못했겠지만 그것도 능청떨면서 잘하게 되더라.<br />
또 목중은 춤 동작이 크고, 격하고, 남성적이라고 해야 하나. 네가 했던 상좌의 춤도 같이 배웠지만, 부드럽고 선을 중요시하고 ‘여성적’이잖아. 반면 목중은 걷는 자세부터 팔자로 거들먹거려야 하고, 팔도 엄청 크게 휘둘러야 하고, 뛰면서 ‘남성성’을 과시해야 하거든. <br />
여성들의 밤길이 더 안전하지 않은 건, 여성이 신체적으로 더 약하기도 하지만 애초에 사회가 여성들에게 체육 활동을 불평등하게 제공하고, 본인의 신체를 단련하도록 장려하지 않잖아. 흔히 힘을 쓰는 것이 ‘남성적’이라고 여겨지는 사회에서 그런 류의 ‘힘’을 ‘남성적’인 것으로 정의하는 탈춤의 배역을 수행하면서 ‘나도 이런 식으로 행동할 수 있구나!’ 알게 되고, 내 행동에 스스로 가했던 제약들을 많이 걷어내게 되었어. <br />
실제로 목중을 연기하면서 ‘젠더 수행’을 많이 고민하게 됐던 것 같아. 한창 탈반했을 때 버틀러와 케이트 본스타인 글을 매우 인상 깊게 읽었는데, 거기서 연극에서의 수행으로 어떤 새로운 젠더재현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하잖아.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서사를 꾸려볼 만큼 활동을 오래하지 못했지만, 젠더 여성으로서 남성성을 수행해본 것은 독특한 경험이었어.</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EE82EE;">정하</span></span> 탈춤을 계속 배우고 추면서 페미니즘적 서사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채영 </span></span>맞아. 젠더 수행에 적합한 연습-장(place)이 되어주는 것 같아. 우리가 탈춤동아리를 ‘탈반’이라고 부르잖아, 퀴어판에서는 이걸 ‘탈-이반’이라는 의미로 쓰더라고. 이성애 사회의 벽장을 깨고 나와서 스스로 이성애자라고 다시 정체화한, ‘일반’이 아니라 ‘탈-이반’. 우연이지만 너무 재밌는 포인트인 것 같아. 나중에 우리가 페미니스트 탈춤공동체를 만들게 되면 ‘탈반’을 이름으로 쓰자! <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 GP </span></span></p>
<fieldset style="margin:20px 0px 20px 0px;padding:5px;"><legend><span><strong>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strong></span></legend><!--Creative Commons License--><div style="float: left; width: 88px; margin-top: 3px;"><a rel="license" href="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2.0/kr/" target=_blank><img alt="Creative Commons License" style="border-width: 0" src="http://i.creativecommons.org/l/by-nc-nd/2.0/kr/88x31.png"/></a></div><div style="margin-left: 92px; margin-top: 3px; text-align: justify;">이 저작물은 <a rel="license" href="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2.0/kr/" target=_blank>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센스</a>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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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480" src="/attach/6789/1147361621.jpg" width="640" /></p>
<p> </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스밀라</span></span></p>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808080;">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운영위원</span></span></p>
<p>* pdf 파일 다운받기 <a href="/attach/6789/1262178706.pdf">[8. 칼럼 - 스밀라.pdf (173.10 KB) 다운받기]</a></p>
<p> <br />
<span style="color:#4B0082;"><strong>현황</strong></span></p>
<p><br />
지난 8월 2일 서울시 청년 2800여명이 서울시로부터 50만원을 입금 받았다. 이들은 주민등록상 1년 이상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만 19~29세의 청년으로 서울시 청년수당에 지원한 6000여 명 중 가구소득, 미취업기간, 부양가족수를 기준 삼아 선발된 이들이다. 청년수당은 서울시의 <2020 청년정책 기본계획>에 포함된 청년 소득 지원 정책으로 미취업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참여활동비로 책정된 50만원을 최대 6개월 간 제공한다. 지난 8월 2일 첫 번째 수당이 지급된 직후 복지부는 청년수당 직권취소를 결정했고 서울시는 이에 대항해 대법원에 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다음 달 청년수당 지급은 불투명한 상태다.</p>
<p><br />
<br />
그런데 재미난 일이 생겼다. 고용노동부에서 청년수당과 유사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청년취업성공패키지' 3단계 참가자에게 1인당 최대 60만원의 활동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고용부는 “서울시의 ‘선심성’ 지급과는 다르다”며 선을 그었고, 서울시는 "청년들이 구직활동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시간과 비용이고, 현금 지급을 통해 보전해주는 것이 매우 필요함을 고용부도 공감했다"며 중앙정부의 모순을 꼬집었다. ‘선심성이냐 아니냐'를 둘러싼 서울시와 복지부 간의 싸움만 남은 자리에 진짜 청년들의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정책 실효성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p>
<p><br />
<br />
한 해 청년정책에 들어가는 예산은 약 2조원으로 고용촉진지원금이나 청년취업인턴제 등에 쓰인다. 보통은 청년을 고용하는 사업장이나, 취업을 위한 교육기관에 지급되기 때문에 청년 당사자 개인에게 얼마나 유익하게 쓰였는지는 따져보기가 어렵다. 이로 인해 창출되는 일자리는 소위 '괜찮은 일자리'라고 하는 정규직 일자리보다는 비정규직 일자리인 경우가 많고, 학원 역시 청년 당사자가 아니라 정부와 계약관계에 있기 때문에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p>
<p><br />
<br />
2000년대 중후반 청년실업 문제가 떠오른 이래 이처럼 공적 자금이 계속 투입되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남시 청년배당이나 서울시 청년수당과 같은 현금 지급 정책이 등장한 것은 합리적이다. 청년의 문제는 다양하고 총체적이며, 단순히 일자리를 많이 만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청년들은 실업으로 인해 곧장 빈곤 문제에 직면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과 같은 장기 달성 과제만을 정책화한다는 것은 청년 빈곤에 대한 책임 방기나 다를 바 없다. 현 상황에서는 청년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곧바로 제공하는 현금 지원 정책이 최선책이다.</p>
<p> </p>
<p><span style="color:#4B0082;"><strong>'사회 밖 청년'은 누구인가?</strong></span></p>
<p> <br />
문제는 한정된 예산을 어떤 청년에게 우선적으로 줘야 하는 것인가이다. 미취업 상태의 청년 중 가장 가난한 3000 명에게 우선 주면 되지 않을까? 아,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빼고. 이렇게 생각하면 참 간단하지만, 오늘날 청년의 빈곤은 단순히 물질적 결핍을 넘어서 시간의 결핍, 관계의 결핍, 정보의 결핍으로 확장되고 대다수의 청년들은 이 빈곤의 자장의 영향 속에 있다. 누가 가장 절실한가? 성남시의 경우 이 질문에 답할 필요가 없도록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한 만 24세 청년 전원에게 동일한 액수를 지급하기로 했다.</p>
<p> </p>
<p>한편 서울시는 에둘러 가는 방안을 선택했다. 서울시는 지급대상자를 가시화하기 위해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라는 개념을 가져왔다. 이는 학업 프로그램에도 속해있지 않고, 일자리도 없는 청년을 뜻한다. 학업 후 자연스럽게 일자리로 이행해야하는 '정상적인 생애주기'에서 공백기를 맞은 청년인 셈이다. 노동시장이 유연화 되며 이러한 현상은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그리고 서울시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처한 청년들을 '사회 밖 청년'으로 호명했다. 이 명칭은 임금노동 하는 청년을 정상 범주(사회 안)에, 장기미취업자인 청년을 비정상 범주(사회 밖)에 놓아두고 그들을 ‘사회로 진입(복귀)’ 시켜야 한다고 종용한다. 이러한 내용이 정책 대상자들이 원하는 바라 하더라도 임금 노동자 외의 시민들을 '사회 밖'으로 배제시키고 있다는 윤리적 비판을 피할 수 없다.</p>
<p><br />
<br />
기본소득의 관점에서 봤을 때 서울시 청년수당은 선별적 복지정책으로서 여러 비판 지점들을 가진다. 우선 선정 대상에 대한 조건이다. 기본소득이 ‘모두에게’ 지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선정 조건 자체가 낙인효과를 발생시킴으로써 지급 대상자들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급 대상자들은 국가에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역설해야 한다. 또한 수당 신청을 위해 각종 서류를 제출하는 것, 수당 지급 후 매월 제출하는 활동 보고서와 지출 증빙은 현금 지급의 장점을 반감시킨다. 기본소득은 각종 증빙으로 대상자들을 더 바쁘게 만들지 않고, 현금 지급을 통해 시간이란 자원을 아끼고 그만큼 유의미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청년수당의 목표가 현금 지급을 통해 청년들이 시간과 비용을 보전하는 것이라면 불필요한 증명과 증빙들은 없애는 것이 타당하다.</p>
<p><br />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309" src="/attach/6789/1400523797.jpg" width="550" /></p>
<p> </p>
<p>그러나 한국의 현 상황에서 '사회 밖 청년'이라는 선별 범주에 대한 비판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회 밖 청년'이라는 불가능한 용어의 등장은 보편화 된 기존의 정책 설계 틀 내에서는 청년 빈곤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한 현재 상황을 드러낸다. 청년수당이 그 대상으로 ‘실업 청년’이 아닌 ‘사회 밖 청년’을 호명했던 이유는, 서울시 또한 ‘구직 중인/실업 청년’의 범주화가 터무니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청년들의 상황은 정부가 그 대상자를 명확하게 포착하기에 너무 복잡하고 다양하다. 단순 실업자 뿐 아니라, 졸업을 유예하고 있는 학생, 임시방편으로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 자산은 있지만 그 만큼 가계부채를 부담하고 있는 가구의 청년 등, 단순한 기준으로 포착할 수 없는 빈곤이 보편화되어있다. 이들에게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최대한 유연하고 포괄적인 대상 설정이 필요했기에 '사회 밖 청년'이라는 규정이 등장했으리라 짐작한다.</p>
<p><br />
<br />
이와 같은 현 상황을 솔직히 바라보면 향후 청년정책이 지향해야 할 바는 뚜렷하다. 청년들을 이미 만석인 '사회 안'으로 편입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 보다는 '사회 밖'의 사회를 조직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바람직하다. 그리고 서울시 청년수당은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p>
<p><br />
<br />
<span style="color:#4B0082;"><strong>시혜를 넘어 기본소득으로 가는 입구</strong></span></p>
<p><br />
<br />
서울시 청년수당은 우리가 기본소득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를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기본소득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기본소득이 ‘보편 복지’를 실행하기 위해 기존의 복지 정책들을 기각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기존의 복지 정책과 기본소득이 상황에 따라 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성남시 청년배당과 서울시 청년수당은 모두 기본소득으로의 이행전략이 될 수 있다. 두 정책은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낮은 문턱을 제공하는 것이 더 많은 효용을 낸다.’는 명제를 입증할 것이다. 시작은 도움과 지원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시민 개개인에 대한 권력(자원)의 이전이 일어나야한다. 시민배당 혹은 기본소득은 정치인이 베푸는 선심의 결과가 아니라 시민이 가져야 할 합당한 권리의 결과물이다. 이것이 이번 청년수당에 대한 직권취소 결정이 우려되는 이유다. <span style="color:#FFFFFF;"><span style="background-color:#000080;">GP</span></span>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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