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어필/ 죽음은 같은데 경찰은 순직이고 철거민은 진압이죠.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세상입니다.
정말?/ 어디 롯데호텔 뿐입니까? 용산참사 뿐만 아니라 저 울산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만 보더라도 경찰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죠. 하지만 지휘계통에 따라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하급직 경찰공무원을 도매급으로 "옷 맞춰 입은 깡패"라고 규정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상명하복을 복무규정으로 정해 놓고 택도 아닌 명령을 내리는 정권의 앞잡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일이고, 더 나가서는 권력을 이용해 경찰을 자신들의 수족으로 부려먹고 있는 정권에 책임을 물을 일이죠.
현장에서 개념없는 경찰관들 많이 봤습니다. 그럴 때는 상급자고 하급자고 간에 구분 없이 '경찰 개XX'라는 욕도 나옵니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서 벼라별 욕을 다 들어가며 일하고 있는 경찰(형사)들 많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명예심이라는 거, 이거 존중해줘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정권과 상관으로부터 오도된 명예심을 세뇌받은 점이 매우 많이 있습니다만, 이런 부분은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해소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자발적 충성과 흔들림 없는 무자비함을 이끌어 내기 위한 세뇌체계"로서의 명예심이 현재 경찰이 가지고 있는 오도된 명예심이라면, 이를 "민중의 지팡이"라는 본연의 자세에 걸맞는 명예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겠죠.
죽은 경찰에 대해 "지 업보를 치른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 경찰 방패에 찍히고 곤봉에 맞아 혹이 산처럼 부어오른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 경찰이 잘못된 지시에 의해 사망한 것을 두고 "업보"라고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봅니다.
네 술먹고 진압 들어가서 임산부 배를 발로 차고, 여성조합원들 무릎 꿇려놓고 먹겠네 어쩌네 지들끼리 히히덕거리고, 경찰특공대 대원들 참 명예롭죠. 양주 처먹고 진압하라 하면 술냄새 풍기면서 들어가서 조져놓고 명령인데 따라야지 어쩌나요.
이번에 죽은 놈. 그동안 투입된 작전들에서 어떻게 해왔을까요. 자근자근 밟아주라는 명령 어겨가며 절대 농성자들 안건드리고 필요 최소한도의 물리력만 사용해왔을까요. 아니면 압도적인 진압 기술 과시하며 남루한 노동자들 철거민들 벌레 다루듯 해왔을까요. 전 예외의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대충 안봐도 비디오 같은데요.
하급직 강조하면서 정당성 부여 말았으면 하네요. 똑같은 하급직이라도 일반 치안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들까지 굳이 욕할 생각은 없습니다(옮기면 어차피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하지만 공안 "현장"에서 일하는 동안은 어떤 놈이든 도매급으로 "옷 맞춰 입은 깡패" 맞습니다.
설령 자기만 깨끗해서 자긴 절대 안그랬다 해도 별로 다를 것 없습니다, 그런 집단 속에서 그런 "임무"를 수행해온 이상. 그러다 타죽어도 업보죠.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걸 말릴 생각 없습니다. 제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님의 생각을 돌리도록 노력할 이유도 없구요. 님은 저들 하나 하나를 모두 "옷 맞춰 입은 깡패"로 보시고, 그들이 설령 잘못된 명령을 수행하다 죽더라도 "업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저는 그럴 수 없다는 걸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그건 님이 받은 고통과 제가 받은 고통의 질과 양이 달라서가 아니라는 점만 말씀드립니다.
이상하군요. 그들은 잘못된 명령을 수행해야만 하는 입장에 처해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발적으로, 잔인하게 그 명령을 수행하는 걸 "명예"로이 여기는 자들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거기서 행인님이나 제가 겪은 고통의 질과 양 이야기가 왜 튀어 나오나요?
반항적인 한 놈들 자근자근 밟아주는 걸 명예로이 생각하는 놈이든(많죠), 양심에 좀 거리끼긴 해도 그놈의 밥줄 때문에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는 명령을 수행하는 놈이든(없진 않죠), 심지어 자기 양심에 반하는 일이라서 괴로워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소수죠), 일단 그런 깡패짓을 계속 하는 이상 언젠가 자기도 피볼 것을 각오해야 하는게 세상의 이치 아니던가요?
저도 님의 생각을 굳이 돌릴 생각은 없지만 하급직이라고 그리도 쉽게 면죄부를 발행하는 님의 글에 화가 나서 댓글 남겼습니다.
정말?/ ^^;;; 제가 중세 교황도 아니고 무슨 면죄부씩이나 발행하겠습니까? 게다가 하급직 경찰들에 대해 면죄부 발행할 정도로 통 큰 사람도 못됩니다. 님도 말씀하시다시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명예"의 관념을 옹호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사고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구요.
그들의 깡패짓에 대한 분노는 님이나 저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고통의 질과 양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쓸데없는 부연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제가 님의 글을 읽는 과정에서 오바한 것임을 인정합니다.
다만, 님 말씀처럼 면죄부 부여할 생각도 없고 본글이 그런 면죄부성 양식으로 작성된 것도 아닙니다. 제가 말하려던 것은 그의 죽음이 "순직"이 아니라 개죽음이었다는 것이고, 부하를 개죽음으로 몰아가면서도 자신의 과오에 대해선 인식하지 못하는 수뇌부를 비판하려는 것이었죠.
더불어 세상의 이치가 님의 말씀대로 순리처럼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그런 각오를 할 정도로 세상돌아가는 이치가 잘 되어가는 세상이라면 아마도 저런 짓에 부하를 집어넣는 상관도 없을 것이고, 애초부터 저런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재개발의 방식도 달라졌겠죠.
아무튼 님이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생각과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 자체가 다르다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급직 경찰이 명령체계를 거부하고 잘못된 명령에 항거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죽음 당한 한 젊은이에게 그게 네 업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만큼 제가 잘나지도 못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