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본적으론 사형존치론에 가까운 입장입니다.
그 이유는 제도가 그 사회가 확보하고 쟁취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기준에서 입니다. 사형폐지론을 주장하는 그 인식이 과연 우리사회에서 상식적인 인식이냐는 것이죠. 사회의 평균적인 인식 그 자체는 개차반인데, 제도로서는 사형이 폐지된 사회라면 그런 제도의 진보는 오히려 사회의 위선을 위장하는 기제가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요즘 한나라당이 하는 꼴을 보면 본문의 말씀처럼 사람 목숨을 정략적인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꼴이라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저 역시 폐지쪽을 지지하지만 그 이유가 어쩌면 한나라당이라는 또다른 개차반 때문에 그렇게 된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행인님께서 사형 찬성을 바라는 끓는 피를 이성으로 다스리려하시는 것과는 반대겠군요.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이라는 끓는 피가 사형제를 폐지하자고 하는 꼴이니까요.
민노씨께서 댓글보다 사형존치론 쪽으로 트랙백 한번 날려주시면 재밌을 것 같기도 한데요^^;;
민노씨/ 사형제도의 존치여부와 관련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의 경우, "사회의 평균적인 인식"과 사형제 존폐론과의 상관관계를 발견할만한 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명박씨가 그토록 선망하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사형제도는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전기로 죽일 거냐 독으로 죽일 거냐 등 사형방식론에 대해 인권운운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수준이니, 혹은 그것이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분위기라고 해야할까... 쓰고 나니 씁쓸하군요. 사회의식을 제도가 선도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건 민노씨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구요. 법은 어차피 뒷북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사회 일반의 상식적 인식수준을 이유로 사형제도를 존치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하신다면 생각을 재고해보시는 것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
에... 저는 사형폐지론 쪽이에요. 무엇보다도... 사형 제도 덕에 공포로 강력범죄가 없어지느냐? 아니니까요. 그나저나 정말이지 '연쇄 살인범 팬클럽 충격' 식의 낚시 기사 제목을 만들었던 걸 생각하면 이 나라 언론과 정치판은 대체... ㅠ_ㅠ (그 기사 내용은, 연쇄 살인범이라도 인권은 지켜져야 한다는 취지의 카페가 팬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소개 되었던 것이었다지요 ㅠ_ㅠ)
비밀방문자님/ 우선 두 가지로 나눠서 볼 필요가 있는데요, 하나는 계약서와 관련한 사안이고, 다른 하나는 계약서 외적인 사안입니다. 또한 계약서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계약서 자체에 대한 문제와 계약서를 둘러싼 정치적 문제를 살펴야 겠죠. 간단하게만 정리합니다.
먼저 계약서의 문제입니다. 계약서는 임대인과 임차인 양자 간의 계약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재개발로 인해 쫓겨나게 된 상가임차인과 재개발 조합측의 이해충돌에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 역시 상가임차인과 조합(더불어 재개발 시공승인을 해준 서울시 및 용산구) 간에 이루어져야 하겠죠.
상가 임대차 계약서를 난데없이 들고 나온 것은 재개발에는 법적 하자가 없고, 상가임차인들이 이미 해당 지역이 재개발 지역임을 알고 있었고, 따라서 임차인들은 해당 지역에 업소를 열 때 재개발과 관련된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계약상의 특약을 했다고 주장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 저 계약서는 임차인과 조합 간의 관계, 즉 재개발로 인해 쫓겨나는 사람들과 보상금을 제공해야 하는 조합 간의 관계에 대해선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번 사태에서 주로 문제가 된 '권리금'의 경우만 보더라도, 권리금은 법적으로 규정되거나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고 관습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관행의 하나일 뿐입니다. 시설투자비에 대한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권리금의 성격 등과 관련한 제 생각을 다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요컨대 권리금과 관련된 문제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작성하는 계약서에 들어갈 내용이 아닌 것입니다. 특약사항으로 양자 합의 하에 계약서에 기재될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는 경우는 제가 알기로 거의 없습니다. 결국 재개발 지역에 상가를 얻은 임차인이 재개발로 인해 시설투자비 등을 회수하려 할 때, 이를 임대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법적으로도 없고, 관습적으로도 없다고 봐야 합니다. 권리금에 감가상각이 있다는 새로운 학설을 주장하고 있는 계약서 공개 국회의원에게 물권법 전문가들이 한 수 배워야 할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던 거죠. 법률 외적 개념을 법률적 개념인 것처럼 해석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한국 국회의원께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임차인들은 그래서 재개발과 관련된 보상을 조합측에 요구했던 거구요. 그런데 난데없이 저 계약서가 돌출되면서 사망한 철거민들이 이미 받아먹을 거는 다 받아먹고 나서 더 받아먹으려고 도심테러를 자행하다가 죽은 거다라는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바로 이 부분이 계약서 자체가 아닌 계약서를 둘러싼 정치적인 문제로 전환됩니다. 너무 간략하게 설명을 드려서 그렇지만, 일단 계약서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라는 것이 임대인과 임차인 이외에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지금 상황에서 저 계약서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전적으로 철거민들의 도덕성을 추락시켜서, 즉 철거민들을 돈만 밝히는 파렴치한 사람들로 만듦으로써 용산참사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정부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이 보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번 계약서 파문은 전제오류일 뿐이라는 거죠. 그런데 그게 그럴싸하게 보이면서 정부와 재개발 조합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아주 유용하게 써먹히게 되는 겁니다.
여기까지가 계약서와 관련된 사안이라면 계약서 외적인 사안을 봐야될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건이 현행법에 어떻게 위반되느냐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현행법은 어떻게 뜯어보더라도 사실상 폭력진압을 한 경찰을 효과적으로 처벌할 수도 없고, 죽어간 재개발지역 철거민들을 보호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용역깡패들이 활개치는 거 역시 제대로 막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법률적 측면에서만 계속 논의를 한다면 현행법을 위반했느냐 여부로 문제가 축소되어버리는 경향이 발생합니다. 이번 계약서 문제는 바로 그런 논의범위의 축소가 가져온 결과라고 봅니다. 오히려 논의의 범위를 확대시켜야 하는데, 그게 바로 현재 많은 사람에게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공영재개발'에 관한 논의죠. 이 공영재개발에 대한 논의가 지금까지는 주로 민간업자가 사업자가 되어 추진하는 재개발이 아니라 정부(혹은 지자체)가 사업주체가 되어 추진하는 재개발 정도로 논의되고 있는데, 이거 역시도 자칫하면 다른 논점으로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재개발 자체가 돈 때려 박는 재개발이 아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에서 구상되어야만이 실질적인 공영개발이 가능하다는 거죠.
지금 계약서 문제는 이러한 계약서 외적인 문제까지도 덮어버립니다. 즉, 공영개발이고 뭐고 간에 용산 재개발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이 계약서가 입증하고 있고, 따라서 법만 지키면 되지 공영이냐 민영이냐를 따질 이유도 없다는 결론을 유도하고 있는 거죠.
아마도 이 계약서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뭔지는 언론이 알아서 밝혀줄 것이라고 봅니다. 너무 심려하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말씀하신 사이트에서도 벌써 여러 사람이 이 계약서 논쟁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뭔지에 대해 분석을 해주시고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