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FTA투쟁이 한미간 FTA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투쟁을 했던 결과로 인해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반FTA 투쟁은, 농민들의 당사자운동을 포함하여 한국진보연대를 중심으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계열의 활동가들이 주도하여 나갔습니다.
실제 운동에 있어서 운동권 대학생들과 청년들의 노고가 많았음은 두말할 것도 없구요..
다만.. 이미 당시의 투쟁에서도 FTA라는 문제 자체가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는 문제였으며, 운동권 투쟁의 방식으로 막기에도 어려움이 매우 많았습니다. 더하여 당시의 투쟁 방식도.. 운동권의 고루한 방식이었죠.. 여하튼 다양한 요소에 의해 실패한 투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투쟁을 주도하던 대부분의 활동가들과 학생들이 이미 반FTA 투쟁이 대중들에게 전혀 먹혀들지 않음을 뼈져리게 느낀상태에서, 다시 한EU-FTA 저지를 위해 동력을 조직하고 운동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 것인가 생각은 해보셨나 궁금하네요.
행인님이 블로그에서 씹는거야 몇분의 시간으로 충분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조직하고 운동을 만들어가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단지.. FTA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을... 농민들이 입을 심각한 타격과, 부품소재분야 중심의 중소기업들과 그 노동자들이 입을 피해를 생각해서 외면하지 못하기에 나설뿐이지...
이미 현장은 뭔가를 '할 수 있다'라는 희망적 분위기가 아닐 뿐더러..
시류의 관심도 말하시는 '파시즘' '공안독재' '헌재' '사법정치' '재보궐' '민주주의?'와 '경제' '주식' '부동산' '금값' 등의 현실분야와 거시분야에 있음이야 더 말할 것도 없구요..
"한-EU FTA 투쟁이 한미간 FTA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투쟁했던 결과로 인해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라는 거 부연하자면요, 이런 거죠.
까놓고 말해서 그동안 FTA 반대투쟁이 어떤 거였나요? 예를 들어 한-칠레, 한-중 FTA 과정에서 투쟁의 중심 주제는 농업이었죠. FTA가 전 산업분야에서 폭발한 것은 한미 FTA가 가장 컸습니다. 그 과정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활동가들"이 나섰고, 뭐 거기에 운동권 대학생들과 청년들의 노고도 많았어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한미 FTA와 관련한 1차 보고서에 관련분석보고서를 함께 실은 바 있고, 당차원은 물론 활동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투쟁과정에 동참했으니까요.
그런데 투쟁의 과정을 바라보는 관점이 약간 다르군요. 당시 반FTA투쟁이 운동권의 고루한 방식의 문제 등으로 인하여 대중성을 상실했다는 것... 그건 "다양한 요소에 의해 실패한 투쟁"으로 평가하는데 하나의 부분일 뿐이구요.
저는 그것보다도 과연 운동권 차원에서 FTA라는 거 자체에 대한 합의가 있었느냐 하는 걸 문제삼고 있는 겁니다. 당시 에피소드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일부 연구집단과 활동가 단위에서 FTA 자체에 대한 문제를 분석하고 총론적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하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실제 그런 방향을 가지고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특정집단을 중심으로 하는 한미 FTA 반대투쟁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에 묶여 있었던 많은 인력들과 각 단체에 관련되어있었던 활동가들이 미처 FTA 자체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기 전에 무조건 한미 FTA 투쟁에 달려들 수밖에 없게 되었구요.
님이 느끼시고 계시는 동력조직의 어려움이나 운동창출의 어려움이 어느정도일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경험으로 가지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생각은 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 블로그에서 간단히 몇 분만에 씹는 내용들이 그렇게 허술한 관념이나 감상평 정도의 수준에서 이야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죠. 제가 아는 분야에서만큼은 그저 씹는 데 몇 분이나마 시간을 낭비할 정도로 생각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물론 제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선 아예 말을 하지 않죠.
현장의 분위기가 대단히 침체되어 있다는 것은 저도 잘 압니다. 그러나 그 현장의 분위기는 분위기대로 둔 채, 명사들끼리 모여서 기존 정치판에 대해 훌륭한 말을 해대는 사람들에겐 저도 그분들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취미"는 없습니다. 님께서 "그래서 뭘 하자는 건데?"라고 물으시기에 드리는 말씀이지만, 그에 대해선 제 블로그에서 누차 제 입장을 밝힌 바 있죠. "희망과 대안"을 고민하시는 훌륭한 분들이 직접 "희망과 대안"의 똥물에 뛰어들어보시라는 겁니다. 경마장 관전평 같은 이야기들은 나중에 회상록에나 쓰시고 말이죠.
예컨대 박원순선생 같은 경우, 저는 개인적으로 참여연대풍 혹은 희망제작소풍의 운동방식에 대해 예전부터 많이 경계해왔던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 운동방식이 바닥에서 박박 기고 있는 이름없는 활동가들의 활동을 매우 우스운 것으로 만들어버렸던 일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고, 운동의 방식을 기계적인 수준으로 만들어버린 일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죠.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박원순의 입장과 박세일의 입장이 뭐가 다른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진보에 대해 구체적 정책을 요하는 그 사람들이 과연 지금까지 진보진영에서 내놓은 정책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과 고민을 했는지 전혀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희망과 대안"에 대해 희망이 느껴지지 않고 대안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저 나름대로 비판하고 뭉개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돌보고 키우는 일 해왔고 지금도 그걸 해보고자 준비하는 중입니다. 바닥에서 발로 뛰는 분들에 대해선 항상 감사하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제든 그분들과 함께 하고자 하구요. 다만 "희망과 대안"처럼 만들기는 쉽고, 비판은 자신들이 독점하는 거 그런 건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