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읽고 갑니다.
"강령"도 잡탕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구체적인 투쟁의 결산이 강령이 되어야, 그 강령이 바로 다시 의식(당원과 대중)을 움직이는 힘이 되기에.... 그래서 지난 독일총선에서 "인테넷자유"란 이슈 하나로 단숨에 2%을 획득한 "해적당"과 같이 하는 것이 차라니 낳다는 생각도 드네요...
예, 그런 비판이 가능합니다. 더불어 위 덧글에서 지적하셨던 것처럼, 그 모든 내용들이 구체적인 투쟁의 결산인지 가끔은 의심스러울 때도 있죠.
사실 강령의 세부내용은 어떤 문장과 어떤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말씀하신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겁니다. 더구나 대중정당(이게 참 계륵같은 건데, 어쨌거나 진보신당은 대중정당이죠)으로서 당 강령은 그 '전체로서의' 대중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구요. 피냄세를 풍기려면 혁명정당을 선언해야겠지만, 그건 제도정치권과는 완전히 따로 놀겠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문제는 피냄세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우린 그래서 이런 조직이다라는 것이 명확하게 보여지는 기치가 있어야 한다는 건데, 그게 없다는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공론장에서 나온 말들을 죄다 주워"서 만든 강령이라고 하더라도 그 강령의 내용들이 어떤 기치 아래 조립되었는가에 따라 외부의 기대와 참여는 강도를 달리 할 겁니다. 어차피 각론의 차이라는 것은 한나라당이나 진보신당이나 얼핏 봐서는 크게 구분되지 않는 것이지만, 그 당이 이야기하는 "복지"와 이 당이 이야기하는 "복지"의 내용을 굳이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아 뭔가 크게 다르겠구나 하는 느낌이 올 수 있도록 하는 건 바로 본연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기치겠죠.
그런 점에서, 저는 누차 당내 유력 인사들이 당내정치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노선논쟁이 단지 캘린더에 맞춘 프로그램들에 관한 것에 불과하다면 사실상 지도부라는 것은 존재의 의의가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프로그램이 왜 우리들에 의해 진행되어야만 하는가라는 당위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고, 그 당위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지도부는 자신의 의사를 표명해야만 했죠. 그런데 이분들은 워낙 평화로운 분들이라 그러지 않더군요.
강령의 각론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논의될 것이고 또한 바뀌어야 할 겁니다. 기치로 내건 원칙 안에서 말이죠. 그런데 정작 우리 기치가 뭔지 애매하다는 거. 진보라는 대의로 포장된 의제는 전부 끌어안고 가겠다는 과도한 욕망때문에 빚어진 일이겠지만, 앞으로도 참 험난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강령은 [nomos와 함께] langue와 parole이라는 경계에서 일어나는 언어문제로 차치하더라도 기치-곤조-리더쉽문제는 정말 따지고 들어가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먼발치서 이러쿵저러쿵 하기가 뭐한데 이건 이광일 교수가 "완주한 사람만이 진보좌파정치의 밑거름 될 것"이란 기고에서 "따라서 진정 이 지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자유주의좌파의 수장이었던 김대중이 반독재투쟁의 과정에서 두 번이나 죽음의 사선에 섰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그가 군부파시스트, 수구정치세력과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선명하게 만들면서 자신들이 왜,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고 있는가를 제도 안에서, 혹은 장외의 대중적 투쟁을 통해서 분명히 전달하고 지지를 호소하며 정치적인 대결을 마다하지 않은 행보의 결과였다."라고 한 것과 비교해서 살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진보신당 강령을 읽어보고 또 읽어 보아도 이건 뭔가 아닌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특히 전문 1.)은 독일 사민당의 이념의 대변가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의 변신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민주당이 "같이 하자"하면 당원들이 헷갈릴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당이 하는 일이 뭔데? 강령의 시작에 "당"의 개념조차 사상되어 있으니 무슨 정체성이 있을 수 있겠는가? 누군가가 머리를 쮜어짜서 만들어논 허섭스레기 같다.
덧글은 못보고 트랙백 글부터 봤네요. ㅎㅎ
심상정에 대해선 뭔가 따로 글을 올리고싶긴 한데 시간이 없어서 관 두고 있습니다. 어쨌든 진보신당은 기본에서 다시 시작해야겠죠. 사실 지금이 시기적으로 적기라고 봅니다. 자신의 모습을 확실히 다시 만드는 데 좋은 시간일 듯 한데... 글쎄요. 아직은 좀 더 숨어 있으면서 칼을 갈고 있으렵니다. 밥은 꼭 사주시길.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