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선거법 체계 하에서는 이런 일이 앞으로도 주욱 계속 될 겁니다. 일단 저는 곽노현 교수의 '선의'라는 것을 아직까지는 믿고 있습니다만, '선의' 여부를 떠나 이건 아마추어리즘의 극치죠. 믿을 넘을 믿었어야지...
곽교수에 대해 야당과 소위 '진보'진영까지도 도덕성이 어쩌구 사퇴 어쩌구 하는데, 그 이야기 하기 전에 해야 할 것은 산오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선거연합이나 단일화니 운운하면서 정상적 절차를 통한 경쟁의 싹을 애초부터 밟아버렸던 자신들의 과오를 먼저 반성해야 할 겁니다. 다음으로 이 야당이니 진보니 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이런 개떡같은 현상이 재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선거법 개정하자고 들고 일어나야 한다는 거구요. 예를 들면 결선투표제 도입하기 전까지는 총선이고 대선이고 전부 보이콧 하겠다고 나서던가...
근데 그런 거 일절 하지 않으면서 곽교육감에 대해 도덕성 운운한느 건 사실 지들 면상에 철갑을 두르는 거하고 다를 바가 없는 거죠. 어쨌든 암울한 상황이네요...
부처/ 곽노현교육감과는 별로 인연도 없는데다가 몇 가지 일로 인해 이분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죠.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곽노현교육감이 하려고 했던 일련의 개혁적 조치(무상급식 같은 건 사실 이렇게까지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는데)들이 이렇게 급제동이 걸려버리는 건 안타까운 일이구요.
지금 상황에서 진짜 열받는 건 곽노현 교수의 너무나 순진한 생각보다도, 사건이 이렇게 되니까 잽싸게 발 빼면서 모든 문제를 곽노현 한 사람에게 전가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과거 후보단일화 해야 한다고 생난리를 쳤던 사람들이죠. 사실 오늘날 일이 이렇게 된 결정적 계기는 그놈의 단일화라는 것 때문인데, 지들이 단일화하라고 반협박에 거간 다 서놓고 이제 와서는 어쒸 곽이 그런 사람이었어? 이런 식으로 노는 건 완전 cfoot이죠. 이게 뭔 짓거린지...
이젠 더이상 진보세력에서 보수세력에게 '도덕성'을 가지고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뭐 그건 벌써부터 밑천이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만,
특히 곽노현 교육감 사건은 그걸 천명하는 것 같네요.
게다가 곽 교육감은 부패에 반대하는 이미지를 강하게 내세웠으니 더하죠...
진보세력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사실은 '도덕성'을 내세웠다는 걸 생각하면,
이제 그 무기는 내려놓을 때가 온 거 같아요.
아, 그리고 지금 진보신당이 민노동과 재통합을 할 분위기인 것 같던데,
앞으로 국민참여당도 합칠 전망이 있지 않나요?
그렇게 되면 통합진보정당 대선후보가 유시민 또는 문재인이 되는 걸까요?
점점 재밌게 돌아갑니다....
제 판단을 말씀드리면, 이 사안은 '도덕성'까지 갈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건 아마도 곽노현 교육감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어떤 선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사건에 대해 분개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같은 편 쉴드 쳐주는 것으로 비칠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직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오히려 위 산오리님 덧글에 답하면서 했던 말이 제 생각입니다. 이건 현실정치판을 너무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봅니다. 본문에서 '법학자'가 '선의'의 범위에 대해 너무 협소하게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가졌던 것도 이런 아마추어리즘이 안타까웠기 때문이구요.
오히려 '도덕성'의 관점에서 제가 분노하는 대상은 오늘 곽노현 교육감 문제와 관련해 작년 교육감 선거 당시 단일화 거간 뛰었던 사람들이 발표한 성명입니다. 아니 그 성명을 발표한 그 사람들의 면면입니다. 이분들, 선거 때마다 튀어나와서 야당 후보 단일화 하라고 난리치는 분들이고 작금 벌어지고 있는 야권통합 운운하는 프로그램에서 기획 내지는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분들이죠.
이분들에게 걸리면 정책의 차이나 정강, 이념의 차이 같은 건 개나 줘버려야 할 것이 됩니다. 오직 반 한나라당, 옛날 같으면 반 민자당쯤 될라나요? 반 신한국당? 요컨대 이분들은 보수우파에게 맞서야 한다는 당위 하나만으로 그 수많은 진보세력들에게 자유주의 우파 세력 앞에 무릎꿇을 것을 강요했던 사람들이죠.
곽노현 교육감 때에는 그 결이 약간 다르다고 할지라도 한 짓은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분들, 성명발표한 거 보니까 그런 것은 오직 교육개혁을 위한 충정심에서 행한 거룩한 행동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강조하시더만요. 내 참... 저 짓을 지금 87년 이후에 물경 사반세기를 해오고 있는데, 그 사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진보는 휴전선 앞에서 멈추거나 말 그대로 조옷 to the 망의 코스로 진행했습니다.
이분들... 도덕성을 갖추신 분들이라면, 오늘날 이 사태의 근원이 자신들의 단일화 요구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걸 먼저 인정해주셔야죠. 이번 사건은 형식적으로는 곽교육감의 "교육감 후보 단일화 대가 제공 여부"가 될 터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게임을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 현실정치제도의 문제때문인데요, 저분들, 이번 성명에서조차 그 부분에 대해선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더군요. 왜냐하면 그건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실제로는 자신들이 뛰쳐나가 의회를 점거하던지 한나라당을 비롯한 각 정당 당사를 점거하던지 해서 제도를 바꾸라고 생난리를 치던가 해야할 일인데...
도로민노당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개인적인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터라 어찌 이야기할 거리가 많지는 않네요. 다만, '통합진보정당'이 되더라도 유시민이 대선후보 될 가능성은 현재 스코어 제로라고 보구요. '통합진보정당'이라는 조직이 탄생한 후 문재인 정도로 대선후보 '단일화'... 아 진짜 그넘의 단일화... 가 된다고 한다면 아마도 그 '통합진보정당'은 다시 사분오열 될 겁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건 더 이상 '통합진보정당'도 될 수 없겠죠. 그냥 민주당하고 같이 가던가...
덧글 중에, 도덕성의 문제는, 제 입장에서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도덕성이라는 것이 진보의 무기라기보다는 그건 그냥 전제여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왜냐하면 보수가 제대로 제 정체성을 가진다면, 한국에서는 그게 너무 요원한 일이라 문제긴 한데, 도덕성은 원래 보수의 무기여야죠. 암튼 갑갑하네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