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6번 때문에 정말로 개헌이 정국의 축이 된다면 민노당에서 사활을 걸고 단지 정치적인 이유만으로라도 달려들어야지요. (훨씬 개헌문제의 본질에 가까운) 다른 사안들은 형말처럼 "이데올로기적 투쟁"의 "결과"로써 수용시키는게 원칙이고요. 문제는 개헌이 정치적 사안으로 떠오른 정치적 조건이 있고, 현재는 그 조건에서 이러한 원칙들이 수용될 수 있는 공간이 더욱 열리도록 "이데올로기적 투쟁"이 개헌논의의 "과정"을 점하게하는게 맞지 않나 싶네요. 개헌이 이데올로기적 투쟁의 "결과"가 아니라 개헌과 관련된 정세에서 위치할 "과정"일 수 밖에 없다는 현재의 조건은 (이건 지극히 현실적으로 '주어진' 개헌논의라는 정세 측면에서요) 일단 '개헌' 자체가 향후 정세의 핵심으로 등장할지를 먼저 판단해야하는게 아닌게 싶네요. 즉, 개헌과 개헌 반대가 정세를 규정하는 격한 싸움이 된다면 이 싸움의 축을 단순한 권력구조의 문제에서 국가제도의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축을 이동시키도록 달려드는게 옳지만, '개헌'의 시도 자체가 뻘타고 개헌 반대가 압도적인 분위기에서는 아예 논의에서 발을 빼는게 좋지않냐는거죠. 만약 주어진 정세조건과 무관하게 현 시점에서 "개헌문제를 이데올로기 투쟁의 "결과"로 만들어 내겠다"는 주장이라면 말 그대로 87년 6월 항쟁급의 대규모 사회적 투쟁이 필요한 것일테고요. (그래야 그 "결과"로써 '개헌'이 현실적인 정세가 되겠죠) 그런데 제가보기에 현재의 정세조건으로써의 개헌논의는 노무현이 그동안 툭하면 날린 뻘타성이지 않나 싶어서... 개헌의 성격을 문제삼고 이게 이데올로기 투쟁의 과정이 되기위해서는 "개헌"이 어쨌든 현실화될 수 있는 실체를 지니고 있어야하는데 이미 정세조건 상 개헌이 힘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떠한 개언이어야 하느냐?"는 개헌반대 분위기에 묻혀서 정세적인 탄력을 받기 어려운 이야기지 않냐 하는거죠. 노무현이 얻어맞고 끝날 싸움이라면 이렇게 끼면 손해보지 않을까요? 노무현 바보될 때 함께 무안할수도 있을듯 싶어서....ㅡ.ㅡa
글쎄...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지금 상황에서 노무현의 제안이 일종의 뻘타라고 할지라도 좌파 또는 민주노동당은 이데올로기의 투쟁을 통해 사회체제에 대한 규정을 우리의 목적의식에 맞게 형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준비를 해두는 것이 필요하고, 이후 사회내 제 세력(계급 계층) 간의 투쟁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입장을 대변하는 계급이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시기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개헌논의, 더 정확하게는 우리가 그려내는 사회에 대한 상을 구체화하고 알려나갈 필요가 있다는 거지.
"개헌"이 현실화될 수 있는 실체적 정세조건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조용히 이 정국에서 발을 뺀다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봐. 외려 지금 당장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수구세력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동원해서 경제헌법부분을 자본에 유리한 쪽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100%에 가깝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경제헌법부분을 더욱 사회주의적인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해야한다는 거지. 이러한 기본적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못하는 한 대중정서에 기댄 일회성 사업의 틀 안에서 우리의 주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일정한 한계를 가지게 되거든.
예컨대, 홍준표가 아파트 반값을 이야기할 때 당에서 또는 좌파에서 나간 이야기는 홍준표의 이론이 실제 절반 이상은 뻥이고, 또한 우리는 이미 부동산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다였지. 그런데 그런 방식은 결코 이데올로기 대립의 장에서 펼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사안에 대한 현실적이고 지극히 형식적인 대안제시에 불과했어. 그런 대안제시는 좀 더 짜릿하고 강렬한 대안이 제시될 경우 금방 대중들에게서 잊혀지게 돼. 이명박이 갑작스레 "신혼부부에게 집 한채씩 주겠다"라고 말하자 이게 갑론을박이 되거든. 한 쪽에서는 그게 가능하냐라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싱가포르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하냐는 식의 반박이 제기되지. 그런데 이 논의는 모두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전제하고 제기되는 논의들이거든. 여기에 체제 자체를 변혁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껴들 틈이 없지. 왜냐하면, 이 상황에서 "그러니 우리가 사회주의를 해야합니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저게 갑자기 어디서 자빠져 자다가 튀어나와서 쌩뚱맞은 소리를 하냐고 생각할 뿐이거든. 더구나 이 소리가 쌩뚱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체제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이 사회주의를 선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고.
적어도 사람들에게 헌법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지 않는 한 앞으로 우리의 정치적 이념을 사회의 체제로 규정하자고 주장할 수 있는 기회가 올지라도 또다시 정치세력 간의 야합을 통해 어정쩡한 제2의 87년 헌법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 따라서 지금은 미미하더라도 "이 싸움의 축을 단순한 권력구조의 문제에서 국가제도의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축을 이동" 시킬 수 있도록 달려들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
정당의 입장이라기보다는 운동단체의 입장으로 맞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들었는데, 오히려 나는 그 반대라고 생각하지. 운동단체는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개헌'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없거든. 운동단체들은 오히려 개헌은 체제변혁을 통한 하나의 결과물로서 인식하는 것이 맞고 당연히 개헌이라는 과정을 이용하여 체제변혁을 결과하려는 것은 순서가 바뀐 것이 되어버리거든. 그러나 정당의 입장에서, 그것도 제도권 정당의 활동으로서 유리한 것은 개헌을 결과물로서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개헌을 하나의 과정으로서 이용하여 사회변화를 추구할 수도 있다는 거지. 물론, 당이 보유한 정치역량이 과연 그러한 작업을 전술적으로 매끄럽게 가져갈 수 있느냐는 별개의 논의가 되겠지만.
물론 나중에 왼날의 의견처럼 노무현이 바보될 때 덩달아 뻘쭘해질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제기할 기회가 되었을 때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봐. 그리고 그것이 언젠가 6월 항쟁같은 대규모 사회적 투쟁이 일어날 때, 아니 꼭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조만간 가시화될 신자유주의의 퇴조시기에 벌어질 계급간의 이념대립 과정에서 우리가 가진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