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드는 생각이,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 지도부는 '어마 뜨거라' 하고 걱정하고 있겠지만, 이미 작년 4월 총선 때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되었기 때문에 내부 단속만 잘 하면 법안 통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게 뻔한 청와대 측은 아마 별 관심도 없을 듯합니다.
만약에 청와대 측에서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해 걱정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이명박이 정치가라고 판단하기 때문일 텐데, 이명박은 정치가라기보다는 경영인, 아니 노가다 십장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런 걱정을 하지 않겠죠.
당장 올해 6월에 미디어법안 국회처리가 있을 것인데, 주인장님 말씀처럼 미디어위원회인지 뭔지 몰라도 아무런 소용도 없는 위원회만 만들어서 시간만 떼우는 결과를 낳고 있더군요. 어쩌면 이렇게 시간만 떼우는 소모전이야말로 청와대 측을 돕는 것인지도 모르지요(일종의 힘빼기 전술이라고 할까요?).
미디어 위원회는 애초부터 만들어져서는 안 될 조직이었습니다. 제가 언젠가 글에 올렸는데, 국회가 지들 할 일은 하지 않고 있다가 무슨 위원회 하나 만들어 '국민의 총의'를 모은다고 하는 것은 지들 받아먹는 세비 다 토해낼 일이죠. 일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결국 정치적 합의구조 안에서 합의주체로 나설 수 있을만한 힘을 가진 조직이 기껏해야 한나라당과 민주당 정도인데, 이들 모두 미디어법안과 관련해서는 그다지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겉으로야 민주당이 결사반대 운운하고 있습니다만, 어찌되었든 지금 한나라당이 하고 있는 21세기판 언론통폐합의 구조는 이미 열우당 집권기에 그 기조가 마련되었던 것이니까요.
아무튼 올 한해가 벌써 3분의 1이 지났는데, 여전히 사회혼란의 해소를 위한 정치적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군요. 답답합니다.
진보신당이 1석을 가지고 "걍 하던 거에서 한 발짝 정도 더 나간 정도로 만족하"면...아주 대단한 변수, 혹은 (빤한) 몇몇 사람의 이능력자 수준의 '막후' 활약이라도 없는 한, 향후의 더 큰 판에서는 바보되기 딱 좋습니다. 솔직히...울산이 진보신당의 기사회생 무대가 된 거...그건 '당력'탓이 아니라, 이번 재보선이 전국적인 정치적 의미를 가졌으되, 실제 판은 몇몇 사람의 개인기가 작동하는 국지전이었으니 가능했던 거 아닌가요? 국회에서 마이크 잡을 기회를 얻은 진보신당이 지금 그 마이크로 뭔 짓을 하느냐는 진보신당에게는 다른 거 다 제쳐놓고 '당력'이라는 게 발휘 가능한 멀쩡한 정당으로 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될 겁니다. 그럴려면...'이대로 그냥 조금 더'는 선택가능성이 무지 높으나, 가장 나쁜패인거죠. 물론...아마도 노, 심에 이젠 조 의원 까지 그거와는 좀 다른 계산을 돌릴지 모릅니다만... 가속이 붙었을 때, 그걸 더 큰 판을 향한 판짜기로 연계플레이 해내지 못하면, 2010년까지 사실상 당은 여전히 손가락빨며 '명사'들이 뭔가 하는 걸, 한편으로는 기대하고 한편으로는 염려하는 신세를 못 면할 겁니다.
말씀하신 그 "나쁜 패"를 빨리 버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명사'에 대한 기대로 정치를 구성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겠지만, 당은 반드시 그 '명사'라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번 선거가 사실상 그 의미를 보여준 계기가 되었죠. 조승수는 진보신당의 후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조승수이기 때문에 당선될 수 있었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부의 시각으로 볼 때도 많이 우습습니다. ㅜㅜ
아무리 정치적 산술(정치공학적이라고들 하지만 저는 역시 이건 걍 숫자놀음이라고 생각합니다)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갈등과 분열이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 봉합될 수 있다는 것은 향후 매번 이러한 구조속으로 매몰될 여지를 남겨놓는다는 점에서 아주 안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단일화를 계리고 향후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합당할 수 있는 여지를 보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저는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진보신당마저도 녹색당(혹은 생태관련 정당), 무지개당(소수자 중심의 당) 등으로 분화되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될 때만 사민주의가 되었든 사회주의가 되었든 간에 이데올로기의 지형을 분명히 제시하는 정당도 나올 수 있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