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종교

2008/09/17 17:37

간만에 공부 좀 할려니 지겹사리 안 되고, 추석이랍시고 며칠 놀았는데 아이구 삭신이야... 해서 그동안 뭔 일이 있었나 싶어 이눠뉏을 접속했더니 어찌되었든지 간에 세상은 돌아가고 있다. 명박이도 잘 먹고 잘 살고 있고.

 

전국순회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몸을 뉘인 채 TV 시청을 하려니 PD수첩이 들어온다. 채널돌리기도 귀찮고 해서 걍 내나 보고 있었더랬다. 어제 주제는 "법연원"이라는 어떤 종교단체가 맨날 개뻥치고 신도들 돈을 뜯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스님을 가장한 땡초 하나가 온갖 감언이설로 사람들을 희롱하고 금품갈취를 하고 있다는 고발이었는데, 가관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보는 동안에는 도대체 저런 사이비 개구라꾼에게 속아 돈 갖다 바치는 사람들은 뭔가라는 궁금증과, 시중에 돈이 씨가 말랐다고 난리들인데 저런 곳에 돈이 쓰나미처럼 쓸려 들어가는 걸 보면 이 사회가 결코 돈이 모자란 사회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알고 봤더니 사는 동네에도 저 "법연원"이란 곳이 있더군.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 잠을 자려고 하다 보니 얼핏 드는 생각이 몇 있었다.

 

PD수첩이 이 프로그램을 한 이유는? 뭐 어차피 그동안에도 PD수첩은 종교를 가장해서 사람들에게 사기쳐먹는 부류의 인간들을 심심찮게 보여준 바가 있다. 그렇게 따지면 이번 프로그램도 그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정도 규모의 사이비 종교집단에 사기꾼 집단이라면 그동안에도(법연원이라는 집단이 돈 쓸어모으기 시작한 게 무려 15년 전이란다) 무수하게 제보가 들어왔을 텐데 하필 이 시점에 방영일까나?

 

"기독교"라고 흔히 칭해지는 개신교 일부 집단의 꼴통스러운 짓거리들이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다. 특히 이명박과 같은 일부 장로출신 정치인들과 뻑하면 성조기 들고 나와 야료를 치는 개먹사들, 시도 때도 없이 시뻘건 십자가 들이밀며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떠들면서 선량한 시민들에게 협박하는 사람들 등으로 인해 개신교에 대한 비판이 마구 상승하고 있는 지금. 게다가 이명박 정부 하에서 벌어진 종교갈등으로 인해 가사장삼 걸친 스님들까지 시청앞 광장으로 몰려 나와 전면투쟁을 선언하는 이 시기에.

 

뭐 그럴리는 없을 거라고 믿고 싶은데, "개독"에 대한 성토가 집중되고 특히 정권이 "개독"의 "주구" 즉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시기에,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주어 터지고 있던 PD수첩이 자구책을 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더랬다. 어찌 되었건 현재 스코아는 엄기영 사장이 명박이에게 알아서 기는 꼴을 보이고 있는 거니까. 그건 그렇고...

 

사실 "법연원"과 같은 꼴통들이 뭐 어디 법연원 뿐이겠나? 밤이면 밤마다 휘황하게 뻘건 네온 켜놓은 저 개신교 예배당의 첨탑 아래서 역시 법연원과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단지 차이점이라고는 "법연원"은 대놓고 사기질 치면서 목돈 쓸어간다는 것이고 저 예배당 곳곳에서는 있지도 않은 천국을 세일즈하면서 푼돈 모아간다는 것 뿐이다. 하긴 뭐 순복음교회 같은 대형 교회들에서는 그게 푼돈일까 만은...

 

목돈과 푼돈의 차이는 엄청나다. 개뻥치면서 목돈 긁어간 집단은 사이비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때마다 십일조 비롯 푼돈 긁어가는 집단은 '종교'로 대우받는다. 전자는 수틀리면 사기 등 각종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지만 후자는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대대손손이 상속도 가능하다.

 

그런데 종교집단만 그럴까? 실현 가능성 0%의 747공약이라는 것이 있었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유권자들은 뭣에 홀린 것처럼 전직 CEO를 대통령 자리에 앉혔다. 종교집단에서 헌금을 하듯 자신의 표를 기증했던 거다. 항간에는 이 전직 CEO가 전과 14범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들이 떠돌았고 BBK의 실소유주니 아니니 하는 썰이 난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까이꺼 뭐 대수냐,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는데 하는 일념으로 이 전직 CEO를 청와대로 보냈다.

 

기껏 보냈더니 이 전직 CEO, 하라는 정치는 하지 않고 사업을 하고 자빠졌다. 대통령이 뭐 알로 먹는 자린가?

 

상식적으로 쬐끔만 생각해 보더라도 건설업체 사장과 대통령과는 하는 일 자체가 다르다. 게다가 건설업체 사장 출신이 그 깜만 가지고 서울시장 해먹으면서 개판오분전을 만들어 놨는데도 이번엔 대통령까지 만들어줬다. 이성이라는 것이 쥐박이 꼬리만큼만 있더라도 이런 일은 발생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우찌된 일인지 이명박은 대통령이 되었고 지금 이 난리가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합리적 사고로 불가능한 일을 기대할 때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경을 헤메고 있고, 의학적으로는 더 이상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 "법연원"의 개땡초가 쌩구라치는 것을 믿고 수천만원씩 갖다 바치면서 '천도제'를 지낼 수도 있다. 물론 그거 한다고 해서 죽을 사람이 사는 것은 아니다.

 

기댈 곳이 없는 사람이 안식을 찾아 종교에 귀의할 수도 있다. 진짜 천국이나 극락이 있다고 믿지 않더라도 종교를 통해 평안을 얻을 수도 있다. 자신의 기도를 들어준다고 믿는 대상에게 약소하나마 정성을 보일 수도 있다. 현대 한국사회에서 그 정성은 99.99% 현찰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돈을 예배당에 갖다 바치기보다는 구호단체에 기부금으로 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갈 데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이성과는 전혀 관계없이 감성에만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고 해서 그걸 죄다 싸잡아 돌탱이들이라고 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구성원 중 극히 일부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짓거리를 하고 있다면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 사회 자체가 거의 이성을 상실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법연원"의 개땡초야 나중에 사기죄로 처벌할 수도 있겠고, 종교에 탐닉하신 분들이야 걍 믿고 계신 신에게 후딱 가시면 해결된다. 그러나 정치인을 이런 식으로 뽑아버리는 구성원들은 어째야 한단 말인가? '천도제'라도 지내야 할까?

 

근본적인 의문은 이거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까지 가야 "잘 산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최저생계기준조차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잘 산다"보다는 "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이 필요할 거다. 차상위 계층이나 적어도 중산층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 역시 상대적 박탈감을 치유할 수 있을만큼의 부를 요청하게 될 거다.

 

그러나 그토록 많다는 중산층은? 부유층은? 저 높은 곳에 있는 강부자 고소영 여러분은?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잘 산다"고 자위하면서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있는 걸까? 더 크고 훌륭한 집? 아니면 더 많은 집? 더 높은 학력? 더욱 두터운 지갑? 더 멋있는 자동차? 더 화려한 옷? 더 맛있는 음식? 더욱 빈번한 SEX?(아, 이건 아닌가?)

 

그런 걸 원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걸 위해서 기껏 한다는 짓이 전직 CEO가 대통령이 되면 더 잘 살게 될 거라는 근거없는 환상을 유포하는 것이 되어야 할까? 물대포에 맞아 시퍼런 몸이 됨으로써 온 국민이 "파란 나라"에 사는 것이 747의 정체였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PD수첩의 "법연원" 고발을 본 후 못내 씁쓸했던 것은 그게 법연원 뿐만의 일이 아니라는 거다. 적어도 "존엄성"을 지키면서 노후를 보내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회, 최소한 학교 성적때문에 애들이 제 목에 밧줄을 거는 일이 없는 사회, 수십년간 직장생활하면서 번 돈으로 기껏 "내집 장만"하는 것에 올인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라면 아마 "법연원"같은 조직은 그리 크게 번성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혹시 뭐 일본의 옴진리교같은 경우는 예외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만...

 

한국사회는 아마도 거대한 유사 "법연원"이 아닐까? "이명박"이라는 교주를 모시는 "한나라당"이라는 종교집단에게 시시때때로 표를 갖다바치면서 747로 대표되는 "잘 살아보세"의 기적을 바라지만, 알고봤더니 그 표 모아 득세한 일부 '강부자 고소영'들 배만 불리고 기껏 표 갖다 준 사람들은 나중에 이리 뜯기고 저리 뜯겨 피골이 상접한 채로 내처지고 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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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PD수첩, 개독, 개독교, 법연원, 이명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