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

2008/12/11 14:59

이명박 정권이 탄생할 무렵이었던 작년 이맘 때, 행인은 두 가지 예측을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하나는 맞았고, 하나는 완전히 틀렸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87년 이후 진행된 20년 간의 사회변화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측이었다. 군사정권을 종식시키고 형식적, 절차적으로나마 어느 정도 진전된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적 인권감수성, 복지, 남북관계 등 이러한 분야에서, 제 아무리 수구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이명박 이하 그 휘하의 권속들과 한나라당 의원들이라고 한들 대세를 뒤바꾸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보면 이런 예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다. 하긴 뭐 이 정도로 꼴통일 줄 어찌 알았으며 이렇게까지 막나가리라고 상상하긴 어려웠겠지만, 어찌되었든 행인은 얘네들의 습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거다. 총체적으로 지금 상황은 10년 전, 아니 20년 전의 사회구조로 역주행 중이다. 노무현은 좌측깜빡이 켜로 우회전을 했다지만, 얘들은 아예 후진기어 넣고 냅다 뒤로 밟아 제낀다.

 

10년, 20년도 모자라 이젠 거의 한 세기 전에 나왔던 뉴딜을 들먹거리고 있다. 세상이 첨단사회로 바뀐지가 언젠데, 아직도 얘들 머리속에 있는 경기부양책은 닥치고 삽질 수준이다. 대운하로 뉴딜할 바에야 누구 말처럼 우후죽순처럼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각종 상조회와 손잡고 정부시책으로 전국 4대 권역에 장례용 피라밋을 올리던가. 첨단산업분야도 있고 녹색산업분야도 있는데 하필 대운하냐. 몸뚱인 21세기에 두고서 두뇌는 19세기형을 벗어나지 못한 이것들이니 앞으로도 당분간 빽투더퓨처의 몸살을 된통 앓아야 할 듯 싶다.

 

반면에 이명박 정권이 들어섬으로 인해 한국사회의 좌우가 분명하게 제 색깔을 드러내리라고 한 예측은 얼추 절반정도 맞아들어간다. 적어도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구세력들이 누구며 그들의 사고구조가 어느 정도인지는 날이 갈수록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소위 개혁세력이 진보진영을 다 말아먹고, 그 반대급부로 돈 좀 벌어줄 것 같다는 이미지 하나만으로 득세한 이 수구꼴통들의 하는 짓거리는 이제 서서히 그 밑천을 다 드러내 보이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수구꼴통들의 반대편에 서 있는 세력은 아직 명확하게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인적자원의 구성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저 수구세력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대충 보이는데, 이들이 뭘 가지고 이 역주행세력에 대항하려는지는 아직 잘 보이지 않는다. 기껏 해봐야 안티 2mB 연대, 내지는 민주대연합 정도? 이젠 뭐 대놓고 비판적 지지를 선언하겠다는 건데, 문제는 도대체 누굴 지지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거다. DJ말씀 한마디, 노무현의 간지 한 컷에 요동치는 정세이다보니 그렇다면 다시 DJ나 노무현을 대권에 앉혀야 할 것인가?

 

따땃한 햇볕 아래 있어도 겨울은 뼛속까지 들어와 있는 요즘이다. 4년만 참자고 한들 4년 후에는 뭐가 보여야 희망이라도 가질 텐데. 4년 후엔 박근혜인가? 내 참... 이런 상황에서 배추파는 할머니의 눈물 앞에 기껏 목도리 벗어 씌워준 명박이나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세력이나 별반 차이가 나 보이지는 않는다. 행인도 그렇고. 이건 걍 푸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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