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액숀데이!] 300

2008/04/17 11:30

영화 '300'을 보고 느꼈던 거는 걍 그래픽이 우수하다 정도... 스파르타는 자신의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던가. 그래도 스파르타에 관한 신화급 이야기는 꽤 들었던 거 같은데, 그 중 하나가 교육. 애 젖떨어지면 전부 한 곳에 몰아 넣고 소위 "스파르타식" 교육을 시켰다더라. 스파르타 교육의 격세유전인지는 몰라도 한국사회는 이미 애들 잡는 교육이 정착되었다. 대학을 목적으로 불철주야 열심히 학습하여 장차 "사회=기업"이 원하는 사회인으로 성장시키는 것. 거기에는 체제에 대한 비판능력이나 철학적 소양을 갖추는 교육은 거세된다.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순간 대학은 바이바이~!

 

신화야 뭐 어디는 없겠는가? 그 신화를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고 세뇌시키면 죽었던 자가 육신부활을 했다고 해도 철석같이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을. 이로부터 신화는 종교가 된다. 일반적으로 죽었다가 살아난 존재는 공경의 대상이 아니라 공포의 대상. 좀비, 강시 혹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인 벰파이어나... 그런데 죽었다 산 자를 공경의 대상으로 설정하다보니 그가 사람이었을 때의 삶은 묻혀지고 왜곡된다.

 

2000년 전 아랍 땅에서 30대 초반에 십자가에 못박혔던 어떤 목수의 아들은 청춘의 대부분을 뭘 하며 지냈을까? 어릴때부터 가내전수를 통해 이어받은 목수의 생활. 현대에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목수는 비정규직 건설일용노동자. 마굿간에서 태어남으로써 뭇 가난한 이와 함께 하고자 하는 의지를 출생과 동시에 보여줬던 것으로 미화되지만 어쨌든 그 역시 가난한 목수의 자식.

 

예수가 위대하다고 평가받는 것은(그가 실존인물이냐 여부를 떠나서) 깨달음을 얻은 자로서 공중부양을 한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과 소외받은 이들을 위해 제 한 몸을 바쳤다는 거다. 그 정신이 2000년을 이어내려 오면서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나눔을 가르친다. 물론 정신은 그렇다 하더라도 속물스런 인간들이 그 정신을 왜곡하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신"에 대한 사랑으로 전화시켜버렸다고 하더라도.

 

박성수는 예수가 아니다. 하지만 예수의 뒤를 따른답시고 이랜드 초창기부터 회사 자체를 성전으로 만들다시피 했다. 게다가 신촌네거리 어느 귀퉁이에서 청바지 만들어 팔던 때,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던 자신을 신이 살려주었다고 간증까지 하였단다. 그 이후 익일번창, 몸도 낫고 돈도 벌고. 은총을 받은 걸로 따지자면 지상 사람들 몇 만명이 받을 은총을 혼자 받았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터.

 

적어도 예수를 따른다고 하려면, 건설일용노동자였던 예수의 옛 처지를 생각해서 예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섬기고 따라야 하는 것이 바른 처신일진데, 이 사람, 되려 예수와 같은 처지에 있던 사람들을 주어 패고 쫓아 내고 피눈물을 흘리게 한다. 예루살렘을 점령했던 로마의 집정관처럼.

 

핍박받던 예수들이 몸을 일으켜 스스로의 자존을 위해 싸운지 300일. 영화 '300'에서 스파르타의 용사들은 괴물로 표현된 아랍의 병사들을 상대로 영웅적인 전투를 감행한다. 현실의 이랜드 노동자들은 경찰과 용역에게 개처럼 끌려간다. 그 예수들을 향해 예수를 따른다던 박성수는 야차처럼 으르렁 거리고 있다.

 

어디 박성수 뿐이랴. 국회 앞에 거의 1년이 되어가도록 천막을 치고 농성하고 있는 강사노조를 핍박한 대학, 코스콤과 기륭전자의 노동자들을 고통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있는 기업주들, 태안일대에 기름을 쏟아 붓고 뭇 생령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으면서도 반성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삼성재벌 등등. 이 땅엔 수도 없는 박성수들이 암약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박성수들의 숫자보다 몇 천, 몇 만 배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비정규 노동자가 되어 내일에 대한 기약도 없이 하루를 생존하고 있다.

 

이랜드 투쟁 300일.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지금의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앞으로 300일 후 우리는 투쟁 300일째를 맞이하는 또 다른 이랜드 노동자들을 보게 될 것이다. 지금 이랜드와 코스콤, 기륭전자를 잊으면 우리는 어느 순간 또다른 이랜드와 코스콤, 기륭전자에서 언제 쫓겨날지 몰라 노예계약이라도 체결해달라고 읍소하는 우리 자신을 만날지도 모른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노동부는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기는 커녕, 오히려 계약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이고 파견도급업종을 무제한으로 넓히는 등의 비정규직 개악을 준비하고 있다. 노동자를 더욱 쉽게 해고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기업들에게 약속하고 있다.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300일. 이 아픈 시련의 나날은 좀 더 길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그 투쟁을 더 강하게 해주면서 당사자들의 힘을 조금이라도 덜 들게 해줄 수 있으면서, 동시에 승리의 그날을 하루라도 당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거다. 오늘 2008년 4월 17일. 이랜드 투쟁 300일을 맞아 진행되는 블로거 액션데이는 바로 그 연대의 작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Tags

0, 기륭전자, 박성수, 비정규직, 승리, 예수, 이랜드, 이명박, 코스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