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을 둘러싼 각종 위법, 불법, 탈법 사례들을 재삼 거론하는 것은 논외로 하고.
이번 정운찬 인사청문회 첫꼭지를 감상하면서 받은 느낌은 이분이 원래 정치질을 하려고 나름 많은 준비를 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것.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노련한 정치꾼들이 보여주는 노회함을 보여주고 있다. JP가 울고 갈 정도다. 살던데가 비슷해서 그런가... 이거 자칫하면 지역차별적 발언이 될 수도 있겠다만, 어쨌든 이분이 정치하고싶어서 오랜 동안 연습을 많이 해온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용산발언이나 쌍용차발언은 뭐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깨는 건 보안법 관련 발언. "북한이 대남적화전략을 유지하는 한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면서 보안법 존치를 역설. 다만, 거기에 부가해서 "법을 집행함에 있어 엄격한 해석 및 적법절차 준수를 통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면서 기본권 침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공자님 말씀을 하신다.
보수 진보 양쪽 어디로부터도 욕 들어먹지 않을 수준으로 발언수위를 조절하느라 엄청난 고뇌와 노력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물론, 이 발언은 지금까지 유사한 발언을 한 사람들의 역사적 경험으로 봤을 때,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부터 모두 다구리 받을 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정운찬 같은 빠꼼이께서 이런 식으로 말 하는 이유는 역시 이명박과의 코드 결합을 위해서다. 발언이 가지고 있는 정당서 여부는 차치하고, 이 발언의 수위는 전형적인 이명박표 중도실용형 발언이다.
당연하게도, 주군에게 충성을 맹세하고서야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를 얻을 수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정운찬이 선택할 코스는 누가 보더라도 그것이 중도실용으로 보이는 것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는 놀라운 정도의 조절능력을 발휘하여 딱 그만큼, 이명박으로 대변되는 중도실용의 정도만큼 자신의 발언을 내놓는다. 역시 이 정권 하에서 총리물망에 오르기 위해선 이정도 능력을 보여주어야 하는 거다.
이러한 발언의 형태를 소위 "정치적 발언"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정운찬은 어쨌건 간에 이명박 정권에서만큼은 아주 훌륭하게 총리직을 수행할 자격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는 누가 뭐라해도 중도다. 사회과학자로서 실용을 주창해 왔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과감하게 드러내보이는 데서 그의 솔직함(?)에 놀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정명박"이라는 세간의 닉네임이 급조된 것이 아닌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워보인다. 애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