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내게 할당되었던 이 공간은
과잉된 감정을 소화시키지 못한 채, 식도를 역류하여 쏟아져 나온 글들의 봉분이었다.
이제 이 무덤을 봉인하여야 한다.
빈 말 한 줄 남기지 않는 것이 보다 정갈하긴 하겠으나
결계에도 주문은 필요한 법.
봉인의 인장을 대신할 변명을 주문처럼 덧붙이더라도 양해를 구할 것까지는 없으리라.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이별을 고한다.
그 언젠가 다시 돌아왔을 때,
봉인을 뜯고 다시 그 무덤 위에 새로 떼장을 두르듯이 말을 쏟아놓게 될지
아니면 추억의 자리를 찾듯 그저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가게 될지
그건 약속할 수 없다.
이 초라한 공간에 대한 미련이 남아
추스르지 못하는 어떤 아쉬움을 더 이야기하고 싶으나
지나온 과거들을 그대로 놓아 두는 것으로 대신하자.
행장이 무거우면 먼 길이 고달프고
작별의 인사가 길면 결기는 흐트러진다.
유서에 마침표가 찍히지 않은 것은 삶에 미련이 남기 때문이다.
행인은 그래서 영원히 行人이어야 하는 것.
또 무심결에 발길이 닿게 되면 그것으로 인연은 충분하다.
봉인을 위한 주문은 여기까지
그동안 뻥구라닷컴을 애독해주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