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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목이 메이다- 정호승- 산산조각

남향으로 난 현관이 이 집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다

햇살이 아까워, 빨래만 그 따뜻함을 누리게 하기엔

너무 아까워, 깔판을 깔았다

아침 햇살은 여리지만 따뜻했다

이 집에서 이 겨울에 처음으로 느끼는 온도였다

시집을 들었다.

인디언로드를 들으며...

한편의 시를 만나다가 와락 눈물이 삐져나온다

아직도 아픈가보다

아직도 위안받아야 할 감정이 내 밑바닥에 살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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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신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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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내 머리...

이제 내가 쓰다듬어 주어야 한다.

산산조각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라며

산산조각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라고...

부서지지 않으려고 늘 노력하는 내 머리때문에

늘 아픈 내 명치와 내 위장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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