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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고, 약을 잘 먹네

아무리 지독한 독감이 걸려도

식중독이 걸려서 데굴데굴 굴렀어도

미치도록 아파서,

도저히 못견디면

병원을 찾아가 주사를 맞고

약을 받아와서

하루, 아니 한 봉지정도를 먹고 나면

약간 통증이 완화되면

약 봉지를 쳐다도 안본다.

 

만성적인 편두통과 피로감,

뒷골 땡김때문에 의자에 앉아서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어

한의원을 찾아가

'상열하한' 즉, 혈이 아래위로 잘 안통한다는 진단을 받거나

온 오장육보가 엉망이라는 얘기를 듣고서

늘 쾌하지 않은 몸상태가 싫어서

큰 맘먹고 한약을 얻어오는데(가난한 나를 위해 아는 의사가 기냥 지어주기도 하니까)

그것도, 며칠 먹고 나면

냉장고에서 잠잔다.

엄마가, 늙어가는 딸을 생각하시면서

자궁에 좋다고 인진쑥을 뜯어다 다려주셔도

몇일 정성을 생각해 먹다보면

또 냉장고에서 얼어가고 있다.

모다 못한 지인들이

서로 나눠먹기도 한다.

 

그러던, 내가

이렇게 약을 잘 먹다니.

위경련이 좀 끔직하긴 했지만

이미 통증이 사라졌는데도

나는 받아온 약을 때맞춰 열심히도 먹는다.

아침 점심 저녘...

약먹으려고 밥도 챙겨 먹는다.

 

진짜로, 늙었는 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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